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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계 의견 반영 ‘관건’…‘큰 그림’ 그려야
利害 떠난 원로 인문학자가 심의위원장 맡아야
인문학계 의견 반영 ‘관건’…‘큰 그림’ 그려야
利害 떠난 원로 인문학자가 심의위원장 맡아야
  • 교수신문
  • 승인 2016.06.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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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_‘인문학진흥법’에 바란다 ①

심의회가 형식적으로 일 년에 몇 차례 열리고 마는 이름뿐인
위원회로 그치지 않으려면, 인문학 분야의 교육과 연구,
사회 확산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중견학자들이 다수
포함돼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적극적으로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3일 공표된 ‘인문학 및 인문정신무화의 진흥에 관한 법률’(제13940호)의 시행령 제정(안)은 5월 19일에야 입법예고 됐다. 동법 시행령 제정(안)은 6월 28일까지 입법예고 등을 거친 후, 8월 4일 시행일에 맞춰 제정·공표될 예정이다. 이 법안에서 중요한 것은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에 관한 주요 사항 심의를 위해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심의회’를 구성·운영한다”라고 명시한 대목이다. 이 ‘심의회’는 “교육부와 문체부 차관 및 관계 부처(기재부, 행자부, 여가부, 문화재청) 차관급 공무원, 전담기관장,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 총 20인 이내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 관련 정책에 대한 심의를 추진한다. 그러나 심의회 구성은 빨라도 올해 말쯤으로 예상된다. 시기도 문제지만, 심의회에 ‘누구’를 앉히느냐가 중요하다.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법을 제정해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를 진흥하겠다고 밝힌 이상, 제대로 된 전문가가 심의회에서 제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에 <교수신문>은 「연속기고 ‘인문학진흥’에 바란다」라는 지면을 열어, 인문학계 중진·원로들의 제언을 공유하고자 한다.

 
인문학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해 8월 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률의 시행령은 5월 19일 입법 예고됐다. 진흥법의 제정은 인문학의 미래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인문학자 모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진흥법에 따르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으로 5년마다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 기본계획을 세워야하며 이 기본계획에 따라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이 계획에는 인문학의 기본 목표와 방향, 인문학 연구의 다양화, 심층화, 융복합 및 연구결과의 사회적 확산을 위한 인력 양성 및 활용 등이 포함된다. 또한 초·중등학교, 대학교 등에서 체계적이고 연속적인 인문교육이 실시돼야 하며 이 교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인문소양과 경험이 풍부한 인문학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인문학의 발전은 물론 이를 통해 국가적 경쟁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법률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진흥법이 시행되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국민의 정서와 지혜를 풍요롭게 하며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도록 한다는 이 법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인문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진흥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해준 정부와 국회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다만, 진흥법의 제정 과정에서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장이 엇갈렸고, 국회에서도 여러 의원들이 서로 다른 성격의 법률을 제안하는 등 혼란을 겪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진흥법 역시 ‘인문학’과 ‘인문정신문화’라는 두 가지 단어가 함께 쓰이면서 두 부처의 생각이 동시에 반영됐다. 두 단어가 함께 쓰인 것에서 알 수 있는 부처 간의 생각의 차이가 앞으로 진흥법의 시행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혼란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진흥법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졌던 두 부처가 힘을 합하면, 진흥법이 시행과정에서 더 큰 힘을 가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향후 법률의 시행과정에서 두 부처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양보하고 합의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진흥법의 구체화를 위해서는 설치하도록 돼있는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심의회’(이하 ‘심의회’)의 위원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심의회는 진흥법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주요 사항을 모두 심의하고 심의회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기 때문에, 진흥법의 성패가 바로 이 심의회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학계의 입장에서는, 아직 심의회의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구성해야하는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인문학계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
시행령에 따르면, 전체 심의회 위원을 20인 이내로 구성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당연직으로 교육부와 문체부의 차관과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여성가족부와 문화재청의 차관급 공무원이 들어가며, 여러 정황을 미뤄볼 때 한국연구재단 이사장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당연직 공무원 등 여러 사정으로 포함될 위원을 제외한다면, 과연 인문학 진흥을 위해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일을 기획하고 추진할 인문학자가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중요하다. 위원회의 구성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은, 이름만 남은 심의회가 될지 아니면 인문학 발전을 위해 큰 힘이 될 심의회가 될 지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의회의 구체적인 모습은 진흥법의 성패에 가장 중요할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다. 우선 심의회의 위원장은 인문학분야의 원로교수가 맡는 것이 당연하며, 그 중요성을 고려할 때 특정 정파에 얽매이지 않고 보편적인 인문학계의 존경을 받는 분을 모셔야할 것이다.
현재의 우리 사회가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커져가고 있고 이것이 좀 더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유효하다고 할 때, 여와 야, 좌와 우 등의 대립적 구도를 넘어설 수 있는 분을 위원장으로 모셔야 발전적이고 장기적인 인문학 발전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심의회 위원 중에는 인문학 분야의 상징적인 원로교수 중심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인문학의 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중진학자가 다수 포함돼야 한다.

진흥법의 성공을 위해서는 매우 많은 일을 심의하고 기획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국가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심의회가 형식적으로 일 년에 몇 차례 열리고 마는 이름뿐인 위원회로 그치지 않으려면, 인문학 분야의 교육과 연구, 사회 확산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중견학자들이 다수 포함돼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적극적으로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지금 국내의 인문학자들은 진흥법의 제정을 반기면서 동시에 앞으로 이 진흥법에 의해 이뤄진 인문학의 발전과 그 인문학의 발전이 기여할 국가발전의 토대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대에 어울리는 심의회의 구성과 활동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인문학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진흥법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이강재 서울대·중어중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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