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1:20 (목)
837호 새로나온책
837호 새로나온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6.28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학 업적의 역사를 담아내려는 노력을 보면 대부분 어떤 개념이 발전해온, 겉보기에 질서정연하고 논리적인 방식을 설명하려고 한다. 과학도서 저자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다른 일상의 현실에 녹여내려고는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과학자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 속 인물들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과학적 지식이 객관적으로 중요한 것이지 과학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 방식은 ‘과학을 한다는 것’과 ‘과학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어떠한 처리과정도 거치지 않고 처음 측정한 그대로의 데이터와, 이 데이터에 대한 해석은 별개의 문제다. 데이터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과학자가 개입해야 한다. 과학자의 마음속에서는 온갖 편견이 작동하며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 과학에서 실경험은 이상화한 관점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인생을 사는 과정이 그렇듯이 과학 실험을 행할 때도 수없이 갈지자를 그린다. 과학이란 지극히 사회적인 과정의 결과다.”
-마이클 가자니가 캘리포니아대 교수(좌뇌와 우뇌를 발견한 인지과학 창시자), 『뇌, 인간의 지도』(박인균 옮김, 추수밭, 2016.6) 중에서

 

△ 데카르트의 철학의 원리-스피노자 선집3, 스피노자 지음, 강영계 옮김, 서광사, 336쪽, 27,000원
스피노자 생전에 그의 이름으로 출판된 유일한 책으로, 스피노자가 개인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했을 때, 참석자 가운데 한 사람이 스피노자의 구술을 기록한 내용이다. 스피노자는 원래 데카르트의 『철학의 원리』 제2부와 제3부의 시작 부분을 해설하는 것을 중심 목표로 삼았으나 원고를 다 쓰고 난 후, 1부를 간단히 소개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돼 있으며, 뒷부분에는 2부로 구성된 부록이 있다. 제1부에서는 자아와 신의 문제를 다루고 제2부에서는 신체와 물질 그리고 물질의 속성들을 다루며 제3부에서는 물질의 양태를 다룬다. 부록의 제1부에서는 존재자의 종류, 존재자의 본질, 지속, 선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2부에서는 신에 대해서 논의한다. 스피노자는 청소년기에 데카르트 철학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철학적 사색을 모색하기 시작해 『지성 개선론』을 집필하면서 데카르트 철학을 극복하고 독자적인 철학함의 길을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을 통해 초기 스피노자의 철학적 사유를 이해하고, 『지성 개선론』 등으로 이어지는 철학적 사유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 우주로부터 오는 위험과 기회를 바라보는 방식,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유영미 옮김, 갈매나무, 288쪽, 15,000원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파트 1 ‘태양계와 우주’에서는 천문학의 역사 속에서 인류가 소행성을 어떻게 알게 됐고, 소행성의 위협을 언제부터 인식하게 됐는지부터 시작한다. 6천500만년 전 공룡의 멸종원인을 소행성 충돌로 보고 지구 지층 속에서 그 증거를 찾는가 하면, 우주로부터 오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들을 살펴보면서 우주적 시각에서 지구라는 행성이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파트 2 ‘소행성과 지구’에서는 소행성 충돌이라는 위협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대비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할리우드 재난 영화처럼 소행성을 파괴하는 것은 소행성 충돌을 막는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어떻게 하면 소행성과의 충돌을 막을 수 있는지 인류가 현재 가지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을 통해 설명한다. 파트 3 ‘인간과 미래’에서는 소행성 충돌의 위험을 극복한 인류가 어떻게 더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내다본다. 우주에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우주 방사선이라는 현실적 문제들을 짚어보고, 인간에게는 너무나 드넓은 우주를 어떻게 이동할 수 있을지 미래 기술들을 예측한다.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자본주의 대기후, 나오미 크라인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798쪽, 33,000원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밀리언셀러 작가인 나오미 클라인이 기후 변화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역학을 치밀하게 파고든 책이다. 이 책은 2014년 UN 기후 변화 정상 회담에 맞춰 조직된 대규모 시민 기후 행진 일주일 전에 발간되도록 기획됐으며, 출간 직후엔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서라는 찬사를 받았다. 5년간 진행한 방대한 자료 조사와 현장 답사, 과학자와 경제인, 환경 운동가들의 인터뷰를 종합해 결실을 맺은 이 책은, 오늘날 기후 위기의 본질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문제임을 역설한다. 방대한 자료 속에 녹아 있는 저자의 생각은 명료하다. 문제는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는 집단, 그 집단을 후원하며 녹색 경제로의 이행을 막고 있는 자본가들, 그리고 우리 안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채취주의 사고방식이다. 저자는 모두 13장에 걸쳐 논의를 전개한 뒤에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자본주의가 바뀌지 않는 한 기후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 조선영화란 하(何)오: 근대 영화비평의 역사, 백문임·이화진·김상민·유승진 엮고 씀, 창비, 780쪽, 40,000원
1910년대부터 해방 이전까지 조선영화를 둘러싸고 전개된 영화비평문을 엮은 해설서이자 자료집이다. 백문임·이화진·김상민·유승진 등 4명의 편저자는 조선영화사의 윤곽을 그리는 데 가장 핵심적인 비평문 55편을 선별해 초기영화, 변사, 사회주의 영화운동, 토키(talkie, 발성영화), 기업화론, 전쟁과 國策 문제 등 14개 주제를 구성했다. 각 주제마다 편저자의 해제와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목록을 실었고, 당시 조선영화 생산·수용 현장의 이모저모를 살필 수 있는 신문·잡지 기사를 ‘스크랩’으로 덧붙였다. 영화 장면과 제작·상영 현장, 영화인들을 담은 150점 가량의 사진은 조선영화계 안팎 풍경을 상상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근대 영화비평문을 집대성한 1차 자료집들의 성과를 딛고, 당시 영화담론의 흐름과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첫 번째 성취라 할 수 있다. 최근 영화사 연구의 관심과 편저자들의 해석을 개입시켜 조선영화사를 치열한 논쟁 장으로 끌어올린다.

 

△ 탈서구중심주의는 가능한가―비서구적 성찰과 대응, 강정인 편저, 아카넷, 492쪽, 28,000원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랍 지역부터 러시아, 인도, 동남아를 거쳐 일본, 중국까지 포함한 여러 문명과 지역들의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다채로운 성찰과 대응을 다룬 책이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전공 분야, 접근방식, 학문적 관심들이 다채롭기 때문에 연구 대상의 시기나 소재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이지은은 식민지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도 역사학의 변천 과정을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박은홍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65년에 이르기까지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정권이 주장하고 실천에 옮기고자 했던 ‘제3세계주의’를 탈서구중심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오늘날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대부분의 삶의 영역에서 서구중심적 세계관과 질서 및 문화를 보편적이고 우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한국적인(동아시아적인) 것을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들은 서구중심주의와 그것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면서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비서구지역의 다양한 대응전략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