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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지만 우주 탄생의 열쇠 쥔 ‘암흑물질’
보이지 않지만 우주 탄생의 열쇠 쥔 ‘암흑물질’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6.06.28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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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48.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우주 탄생의 비밀』
▲ 화학원소 조합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 사실 우주는 아무리 설명을 듣고 자료를 봐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책은 다행히 인포그래픽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사진제공= 알에이치코리아

암흑물질(dark matter) 연구 관련 국제학술대회가 제주에서 지난 20일부터 닷새간 열렸다. 암흑물질 연구 최대 학회의 파트라스 워크숍이 아시아에서 열린 건 처음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기초과학연구원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연구단이 주최했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암흑물질의 정체를 발견하는 데 단초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등의 국제 협력과 내년부터 국내에서 본격 가동하는 액시온 검출장치를 통해서 우주 탄생의 비밀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이다. 김진의 경희대 석좌교수는 액시온을 암흑물질의 한 예로 제시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윔프는 고 이휘소 박사가 처음 제시한 것이다. 액시온은 ‘약하게 반응하는 가벼운 입자’(WISPs) 중 하나고, 윔프는 ‘약하게 반응하는 무거운 입자’를 뜻한다.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선 우주의 탄생부터 살펴보는 게 좋다. 때마침 빅뱅에서부터 원자 조합, 우주의 기본 힘, 항성의 일생, 태양계 그리고 우주 끝에 이르기까지를 인포그래픽으로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과학전문칼럼니스트이자 그래픽에디터인 벤 길리랜드가 쓴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우주 탄생의 비밀』(김성훈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15.8)이다. 이 책은 다양한 인포그래픽으로 독자의 두루뭉술한 상상의 날개에 눈을 달아준다.

별 만들 조건 갖춘 빅뱅 ‘초기’
우주를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질문은 이어진다. 빅뱅이 우주 어느 지점에서 시작됐는가? 빅뱅은 우주 전체 공간 한 가운데에서 시작했나? 우주 팽창으로 공간 차원이 늘어난다면 그 안에 담긴 시간 차원이 덩달아 늘어나 이를 ‘시간이 흐른다’고 표현하는 건가? 공간이 늘어나는 게 우주팽창이라면 지구에 도달한 태양빛은 늘어나는 공간에 박힌 빛일뿐이다. 빛은 지구, 화성, 목성을 넘어 뒤로 가고 있을 것이다. 책의 저자 길리랜드는 빅뱅이론에 대해 “빅뱅이론은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지 않는다”며 “사실 빅뱅은 시간, 공간, 물질이 탄생한 우주적 폭발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우주가 존재하게 된 이후의 진화 과정을 기술하는 용어다”라고 적었다.

그렇다면 빅뱅이란 무엇일까. 물리학자들은 입자 가속기 실험으로 원자들을 충돌시키고 있다. 이는 입자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새로 창조되는 입자들을 함께 찾기 위함이다. 이들은 실제로 미니 빅뱅을 만들어 낸다. 책에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물질의 입자는 고밀도로 농축된 작은 에너지 꾸러미라 생각할 수 있다. 질량이 큰 입자일수록 그 안에 더욱 많은 에너지를 가두고 있다. 그리고 적절한 에너지와 압력만 주어지면 말 그대로 에너지를 꽉꽉 눌러 담아 물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입자들은 서로 충돌 시 막대한 압력과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여기까지 보면, 입자 충돌 순간과 빅뱅 순간이 매우 비슷하다. 그렇다면 입자끼리 충돌 후 작게나마 새로 시공간이 생기진 않았을까. 우주는 다양한 시공간 차원의 거품과 같다. 큰 행성만 공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닌 행성 위에 사는 작은 개미조차 차원의 영향 없이 자유롭지 않다.

여기서 암흑물질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암흑물질이 없었다면 회전하는 은하의 속도는 원심력 때문에 은하를 튕겨나가게 했을 것이다. 암흑물질이 은하를 단단히 붙잡아 주고 있다. 길리랜드는 “빅뱅에서 나온 일반적인 물질만 가지고 작업을 해야 한다면 항성 만드는데 필요한 중력의 힘을 끌어 모으는 데만 수십억년이 걸렸을 것”라며 “그렇다면 지금부터 40억년 정도는 더 흘러야 이 자리에 우리가 앉아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 문장은 즉, 중력과 상호작용하지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고 감지도 되지 않는 ‘암흑물질’이 부족한 질량을 채워 은하들을 중력으로 묶고 있기에 가능하다.
암흑물질은 우주를 구성하는 세 가지 기본 성분가운데 하나다. 기본 성분에는 물질, 암흑물질, 암흑에너지가 있다. 물질을 묶어 우주 밑바탕을 이루는 암흑물질과 비슷하게 암흑에너지도 우주 밑바탕을 만든다. 암흑에너지는 과학자들이 빅뱅 이후 우주가 퍼지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다가 증명하여 이름 붙인 우주 성분이다.

암흑에너지는 빅뱅 이후로 첫 몇십억년 동안은 주의를 끌지 못했다. 우주에 빈 공간보다는 물질이 더 많아 중력이 우세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공간 구조는 계속 팽창했고 물질들 사이의 공간도 팽창했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텅 빈’ 공간의 양이다. 물질들 사이가 멀어질수록 암흑에너지 양은 늘어났다. 빅뱅 후 70억에서 80억년이 되자 빈 공간이 많아져 우주 팽창이 암흑에너지의 영향력이 주도하는 팽창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우주에너지 중 거의 70% 정도가 암흑에너지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암흑에너지가 주도하는 팽창으로 우주가 영원히 팽창을 가속할 운명에 처했다고 보고 있다.

빅뱅은 하나의 사건인가?
우주가 커지면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태양 같은 거대 항성이 초기 빅뱅 순간과 비슷하기에 이를 연구해 빅뱅과 그 이후를 추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태양의 중심부 온도가 높은 에너지로 엔진 융합식이 되고, 그 바깥 복사층은 밀도가 높아 에너지가 이 구역을 통과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 바깥 대류 층은 태양 표면으로 에너지를 실어 나르고 표면에서 냉각된 물질을 다시 대류 밑바닥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마치 빅뱅 이후 은하가 탄생하기 전 걸쭉한 우주 스프와 비슷하다. 그래서 어쩌면 빅뱅도 우리가 모르는 아주 거대한 항성(예를 들면 베텔게우스 같은)의 폭발로 일어난 것일 수 있다. 또한 빅뱅이 하나의 사건이라고만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 우주가 블랙홀 안에서 탄생했고, 우리 우주에 들어있는 블랙홀이 또 다시 자기만의 우주를 창조하고 있다는 이론이 있다. 이는 차원이 쪼개지는 것일까?

지구 생명체는 언젠가 우주에서 사라질 성분이기에, 어떤 우주학자들은 생명 탄생을 필연적인 우주 현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우주를 아는 것은 지구 생명체를 탐구한다는 생각을 넘어선다. 우주 자체도 탄생에서 죽음을 지닌 하나의 신비로운 생명이다. 인류가 우주 활동 범위 가운데 탄생했기에 과연 우주의 어디까지 탐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우주를 괴물로 간주하면, 그 뱃속에 사는 작은 미생물이 괴물의 모든 것을 탐험하려는 시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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