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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물면 톡 씹히는 '물에 사는 더덕'
깨물면 톡 씹히는 '물에 사는 더덕'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6.06.27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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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57. 미더덕
▲ 미더덕. *사진출처= http://egloos.zum.com/tlaworhk/v/1775168

미더덕(Styela clava)은 미더덕科의 무척추동물이지만 척추동물처럼 유생 때 몸을 지지하는 기관으로 脊索(notochord)이 있는 척삭동물(chordates)이다. 돌려 말하면 척삭이 있다는 점에서 척추동물과도 꽤나 가까운 동물에 속하고, 미더덕이나 멍게 유생은 꼬리에는 척삭이 있지만 성체가 되면서 그것이 없어지기에 尾索類라 부른다.

미더덕은 원통형으로 몸길이가 8~12cm 정도이고, 손가락 닮은 자루(柄, stalk)로 다른 물체에 들러붙어 산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자루 달린 멍게(stalked sea squirt), 아시아가 원산이라 해 아시아 멍게(asian tunicate), 껍질이 가죽 같다고 ‘leathery squirt’, 몸에 사마귀 같은 도드라진 돌기가 있다하여 ‘warty sea squirt’라 한다. 여기서‘squirt’란 물을 찍 깔긴다는 뜻이고 ‘tunicate’는 딱딱하고 두꺼운 껍질로 싸여 있음을 의미다.

그런데 미더덕과 멍게(우렁쉥이, Halocynthia roretzi)는 겉은 속절없이 닮았지만 속(핏줄)은 달라서 다른 科(family), 딴 屬(genus)이다. 피붙이로 따진다면 6촌 정도가 될까. 크기는 멍게보다 훨씬 작고, 세계적으로 분포하며,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뭍의 식물인 더덕뿌리와 유사해 미더덕이란 이름이 붙었다는데 미더덕의 ‘미’는 ‘물(水)’의 옛말이다. 하여 미더덕은 ‘물에 사는 더덕’이란 예스런 뜻이 들었단다.

몸의 맨 꼭대기에는 물이 드는 入水孔과 出水孔이 있다. 연신 물을 빨아 내뿜으면서 함께 들어온 플랑크톤이나 유기물을 걸러먹는 濾過攝食(filter feeding)을 한다. 그런데 멍게와는 달리 입출수공이 물에 있을 때는 뻥 뚫린 두 구멍이 뚜렷하나 물밖에 나오면 몸 안으로 슬그머니 집어넣어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껍데기에는 조류(algae)·해면·히드라무리 들이 지천으로 뒤엉겨 붙는다. 성체는 몸길이의 절반 채 못 되는 자루를 바위 따위에 붙여 뒤룽뒤룽 매달린다다. 겉껍데기(外皮)는 질긴 가죽 같고, 주름이 졌으며(몸통 아래는 매끈함), 몸의 빛깔은 주변 색깔에 따라 보통 황색에서 갈색이다. 그리고 상당히 소금기(鹽度, salinity)가 낮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brackish water)에서도 산다.

7~9월에 산란하고, 자웅동체지만 난소와 정소의 성숙시기가 서로 달라서 自家受精(self-fertilization)을 피한다. 수정란에서 부화한 유생은 1~3일간 떠다니면서 플랑크톤을 먹고 커서 바닥에 달라붙고, 3~10개월이면 다 자라며, 수명은 1~3년 남짓이다. 주로 연안의 수심 20~25m 이내의 바윗돌·부표·말뚝·조개껍데기·해초 등 단단한 물체에 붙어산다.

외국자료에 따르면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퍽이나 즐겨 먹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한 가득이다! 미더덕 회는 고유의 향과 상큼하고 달착지근한 맛을 지니고 있어서 먹고 나도 뒷맛이 입 안에 한참을 감돈다. 회 말고도 찜·된장찌개·조림·부침·국·회덮밥 등 여러 조리법이 있다. 찌개 속의 팽팽한 미더덕을 깨물면 톡하고 씹히는 느낌이 특별나고, 특유한 香味는 불포화알코올인 신티올(cynthiol)이나 n-옥탄올(n-octanol) 때문이라 한다. 한데 미더덕 배를 짜개 찌개에 넣는 것은 뜨거운 멀건 속 국물에 입을 데이지 않게 함이다. 마산, 진해만을 중심으로 가위 남해안의 일품 특산물이다.

아시아의 태평양역인 한국?오호츠크?일본?북중국해변을 원산지로 추정한다. 이들 미더덕들이 호주·뉴질랜드·유럽에까지 다 살고 있으니 큰 배의 바닥짐으로서 싣는 밸러스트 탱크(ballast tank)의 물에 묻어서 퍼져나간 때문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1~3일간의 플랑크톤 생활을 하는 짧은 유생 시기에 해류를 따라가거나 바닥짐의 물에 들어 멀리 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선체에 달라붙어(hull fouling) 먼 外地로 퍼져나갔다고 보는 것이 옳다.

한때 캐나다에서 미국 샌디에이고 해변까지 기고만장한 ‘아시아 멍게(asian tunicate)’가 기를 쓰고 달려들어 그곳 바다생물을 다 죽인다고 미국 신문·방송에 된통 난리가 났었다. 한마디로 외국에서 유입된 생물들이 까탈을 부리는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는 것.

거기나 여기나 도통 듣도보도 못한 주제넘은 침입종(invasive species)들이 고유종(native species)들과 삶의 터전과 먹이(space and food)경쟁을 해 삽시간에 생태계를 결딴낸다. 미더덕이 온통 송곳 하나 끼울 틈 없이 바닥을 잔뜩 뒤덮고, 먹잇감 플랑크톤을 모조리 씨를 말리며, 어구나 보트에도 마구 바투 달라붙어 죄다 망쳐놓는다. 심한 경우엔 1㎡에 무려 1천500마리가 엉버티고 눌러 앉는다고 하니 한 마디로 해변을 엉망진창,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낱낱이 손으로 잡아떼거나 소금·석회·빙초산들을 뿌리며 안간힘을 다써봤으나 검질긴 놈들이 끄떡하지 않는단다. 그리고 일본·캐나다·덴마크에서만도 난데없이 나타난 녀석들이 굴 양식장을 거덜을 내기에 防除法(control method)을 찾느라 속 끓이는 중이라 한다. 또한 유생 때는 어패류의 먹이가 되지만 수시로 성체를 잡아먹을 포식자(predator)는 알려지지 않았다. 온 세상이 이렇게 놈들을 다 못죽여 난리법석인데 유독 우리나라서만 그 수요가 늘어나 멍게와 함께 양식하는 판이다. 세상 영 고르지 않구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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