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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학평가 순위를 보고
아시아 대학평가 순위를 보고
  •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 승인 2016.06.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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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 최희섭 논설위원

<조선일보>와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6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순위가 지난해보다 떨어지거나 정체했다고 6월 중순에 발표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중국, 일본 등 5개국의 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세계에서의 우리의 위치를 알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아시아에서의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적인 위치를 알 수 있다.

마틴 잉스 QS 자문위원장이 말하듯이 “작은 순위 변화에 지나치게 혼란스러워 할 필요는 없”으나 순위와 서열에 익숙해있는 우리로서는 신경 쓰이는 것이 당연하다. 아시아의 상위 20위 대학에 우리나라의 대학 6개가 포진해 있으므로 만족할 수도 있다. 5개국의 대학을 비교한 것이므로 산술평균을 한다면 4개 대학만 상위 20위 이내에 들어 있으면 평균은 한 것이니까 말이다. 더욱이 홍콩은 오래 전부터 국제도시이고, 중국은 거대한 나라이니만큼 인구비례로 한다 해도 그다지 나쁜 결과는 아니다.

이 평가에서 순위와 서열은 해당 대학 교수들의 연구성과를 비롯해 여러 가지 요소에 가중치를 둬 부여하는 것이므로 순위가 낮아진 것이 연구성과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연구성과가 중요한 지표중의 하나이므로 순위가 내려간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연구성과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이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침체 내지는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초를 다져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보다는 과실만 성급하게 따려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일 나무를 심었다고 생각해보자. 그 과일나무가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거름을 주고, 가지치기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한다. 과일 나무가 열매를 생산하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거름도 주지 않고, 가지치기를 게을리 하면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기 힘들다.

연구는 하루아침에 획기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꾸준히 하다보면 그 성과가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듯이 겉으로 드러난 것은 일부분이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욱 많은 법이다. 하나의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오랜 기간 내공을 다져야만 한다. 내공을 다지는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치는 시간에는 쓸모 있는 결과물이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면 이 시간은 연구를 하지 않고 허비하는 시간처럼 보인다.

허비하는 듯한 시간이 길고 내공을 튼튼하게 다질수록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 그러한 시간을 허비하는 시간으로 생각하지 말고 연구자들을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연구자인 교원에게 많은 자유를 부여하고, 많은 투자를 하면 할수록 더욱 가치 있는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자유를 방종으로 여기고, 학자적 양심을 팔아 투자를 투기로 私用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교수에 국한된 일이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자유로우면 자유로운 만큼, 더욱 많은 투자를 받으면 받을수록 더욱 열심히 연구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학과 정부는 더욱 많은 연구 결과물을 생산하라고 독려하기만 할 뿐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교수들을 옥죄는 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연구 결과물이 열 페이지라면 그에 따른 증빙자료가 백 페이지라는 웃기지도 않는 웃기는 이야기가 교수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연구보다 증빙자료 챙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쓸데없는 시간이야말로 정말로 허비되는 시간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교수들이 충분한 투자를 받아가면서 정말 자유롭게 연구해 한국의 대학이 상위 20위를 모두 석권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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