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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체제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
‘소련체제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12.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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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앙 아시아 지역에 있는 우리 이주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김 게르만 카자흐스탄 주립대 교수는 지난 10월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개최된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한민족네트워크 국제학술대회’에서 이들 이주민들과 남·북한에 거주하는 한국인들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김 교수의 발표문 ‘소련체제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디아스포라: 대 북한, 남한 관계 및 입장’을 발췌번역·정리한 글이다.

구 소비에트 연방에는 약 45만 여명의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이들을 ‘고려 사람’ 또는 ‘조선 사람’으로 지칭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가장 널리 통용되는 이들의 명칭은 ‘소비에트 코리안’이다.

1985년도에만 해도 이들 대부분은 북한 출신이었으며, 여전히 북한과 직접 교류하고 있었기 때문에 코리아를 ‘한국’이 아닌 ‘조선’으로 불렀다. 소비에트 대중 매체 또한 ‘프롤레타리아 정신’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북한’ 쪽에 보다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후 상황은 급변했다.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은 북한뿐 아니라 남한과도 긍정적 외교관계를 유지하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더욱이 19세기 중반 북한에 경제적 위기가 닥치자 북한 정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심지어는 ‘소비에트 코리안’에 아예 영향력을 행사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반면 남한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 갔다. LG, 삼성 등의 대기업이 이 ‘불모의’ 땅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남한으로부터 들여오는 수입품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교사들까지 건너와 ‘소비에트 코리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제 ‘남한’과 ‘소비에트 코리안’간의 미디어 교류는 급격히 활발해져서 알마티라는 지역에서는 한국의 ‘아리랑 TV’를 볼 수 있을 정도다.

남한의 법은 이주민에게 ‘남한 사람’과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인정한다. 그러나 이 법은 ‘소비에트 연방’과 ‘중국’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에트 코리안’들은 실제로 중앙아시아 정부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OOK(러시아에 거주하는 한국인 연합) 의장 서 바실리 씨는 남한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유감’을 토로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남한에 거주하는 한국인들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소비에트 코리안’들의 요구, 카자흐스탄 정부의 법, 국제법, 정부간 협약 등과 맞물려 있어 그리 간단히 도출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소비에트 코리안’과 ‘남한인’간의 관계에서 몇 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남한에서 온 사업가, 교수, 목사 등은 ‘소비에트 코리안’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서 그들의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을 남한식으로 개조하려 하고 있으며, 한국 회사들은 전형적인 한국의 질서와 규칙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소비에트 코리안’들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향후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개인적 수준’에서의 긴장감과 적대감은 얼마든지 더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서로 다른 역사적 운명을 타고 난 때문에 서로 다른 정신, 심리, 습관, 흥미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우리는 우리, 즉 ‘고려인’들이 한 핏줄로 이어진 ‘형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공통점과 차이점의 인식을 바탕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고, 도우며 ‘언젠가 같이 할‘ 미래를 함께 일구어가야 한다. 번역·정리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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