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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20년, 그리고 대학
신자유주의 20년, 그리고 대학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16.06.2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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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대규모 외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한국사회는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 이후 20년 간 경쟁과 효율, 이윤추구라는 시장논리가 전 사회로 확산되었지만, 국민들의 삶이 나아졌다는 말은 없다.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 저출산율 1위, 행복지수는 바닥. 그리고 여기에 더해 소득불평등은 미국에 이어 2위. 살기도 싫고 아이 낳기도 싫다. 현재도 미래도 행복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말하지만 4인 가족 합해 12만 달러, 한화로 연간 1억 2천만 원의 소득을 내는 집이 얼마나 될까? 정규직 평균월급은 283만원. 그러나 비정규직은 151만원. 취직하기도 어렵지만 취직하면 대부분 비정규직. 구의역 참사는 이 모든 것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하청업체 직원이자 비정규직인 청년. 월급 144만원에 컵라면. 그리고 죽음.

대학은 어떨까? 그간 교육부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내세워 대학 간 경쟁을 유도했다. 따라서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원하는 지표에 맞춰야 했다. 그런데 교육부가 교원율을 높이라면 비정년 교수가 양산되고, 취업률을 높이라면 인문학과들이 고사된다. 또한 등록금을 동결하라면 경비절감을 위해 강의가 대형화되고, 시간 강사 처우를 개선하라면 그나마 있던 강의마저 없어진다.
교수들은 어떤가? 교수들은 연구와 교육에 집중하기보다 교육부가 제시한 각종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계획서나 보고서 쓰기에 여념이 없다.

학생들은 또 어떤가? 학생들은 학과 공부보다는 취직을 위한 성적 관리, 스펙쌓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그간 각종 사업을 토대로 어느 대학이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발돋음했는지 알 길이 없고, 대학이 취업기관처럼 변했지만, 청년실업률은 높아만 간다.

이렇게 볼 때 한국대학은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것 아닐까? 따라서 이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것 아닐까? 미국, 일본, 유럽 등 신자유주의 주도국들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철폐와 임금격차 해소, 그리고 기본소득제 도입 등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경제민주주의라는 슬로건으로 야당이 승리한 것을 보면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는 선책과 집중 원칙이 한국대학의 파행적 운영만을 양산해 냈다면 이제 대학들에 대한 공평한 지원을 통해 균등한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더구나 교수들이 국책 사업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임무인 연구와 교육에 집중하기 위해서도 사업 중심의 선별적 지원이 아니라, 모든 대학에 운영비용을 공평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율이 높은 것은 일자리가 없어서이지, 대학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다. 그럼에도 취업을 지상과제로 삼는다면 순수학문과 응용학문 간의 순환적 생태계만 파괴되고, 사회재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 육성이 간과된다.

최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이 법안은 대학재정지원규모를 현재 GDP 대비 0.7%에서 OECD 평균인 1.1% 수준으로 상향시키려는 것이다. 이 법안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지원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지원방식의 변화이다. 즉 이 법안은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모든 대학에게 대학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공평하게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대학발전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은 명백하다. 그간 예산부족을 이유로 벌어진 파행적 대학운영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수들이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생들에게는 등록금 인하의 폭을 넓혀주고, 대학은 더 이상 교육부에 휘둘리지 않고, 자율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대학을 운영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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