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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로마뇽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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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16.06.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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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선사시대의 식탁』 질 들뤽 외 지음|조태섭·공수진 옮김|사회평론|267쪽|25,000원

선사시대 사람들의 육체 활동은 중요하지만 일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남성유형 비만은 벽화 그림 중에서 두 가지 사례에서만 나타났다. 여성유형 비만이나 풍만한 여성을 나타내는 그림은 자주 보이는데 당시의 젊은 여성들이 반복적으로 임신을 하고 장기화된 수유기간을 가졌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선사시대 유적의 발굴 결과에서 무기염류나 무기질이 결핍됐던 사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추가로 나트륨을 섭취하지 않았고 음식물 속에 들어 있는 것으로 충족시켰을 것이다.
이 사냥꾼들은 핵가족을 이루고 주변에 있는 자원들을 이용하면서 반쯤은 떠돌이 생활을 했고 저장고를 만들기도 했는데, 특히 중부 유럽과 동부 유럽의 추운 지역에서 많이 발견됐다. 포획한 동물 일부를 우리에 가둬서 사육한 것에 대한 자료들은 드물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뷔름 빙하기의 추운 기후의 끝에 사냥감이 변하게 되는데, 중석기시대에는 사슴과 멧돼지가 순록과 메머드를 대체하게 됐다. 인류가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게 되는 것은 신석기시대가 돼서였다. 그 결과 정착생활을 하게 되고 곡물에서 다당류를 섭취하고, 가축에서 고기의 지방을 섭취하고 저장을 했으며 조리용 소금을 사용하게 됐다. 식량 저장고와 가축화된 동물의 무리 등을 통해서 이러한 풍족함을 갈망하게 됐다.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신석기 ‘혁명’이 서서히 진행되고 키는 수십cm가 줄어들게 됐다. 술과 담배처럼 현대적인 자극적 기호식품은 말할 것도 없고, 19세기 말의 산업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더 많은 포화지방과 단당류를 먹게 됐고 섬유질은 적게 먹게 됐는데, 정착생활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됐다.
우리들은 이러한 식습관의 변화에 수반된 신진대사의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이것은 장 바그(Jean Vague)가 밝힌 남성형 지방의 분포와 일치하고 리벤(G.M,Reaven)이 널리 알린 인슐린 저항성 X 신드롬과도 일치한다. 한편 이튼은 현대인이 선사시대 사람들과 유전적으로는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우리들이 정착생활을 하는 식량 생산자의 식단을 갖추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여전히 사냥 집단임을 강조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거의 원시적인 상태로 남아 있었던 농사를 짓기 이전 단계 사회였다가 서구적인 삶의 양식에 접근하게 된 사회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확증시켜 주는데, 그중에는 테이프를 빨리 돌려서 보는 것과 같은 사례를 제공하기도 한다. 오늘날 이누이트족의 후손들, 피마(Pima)족[멕시코와 소노라가 기원인 북미 아메리카 인디언] 같은 아메리카 인디언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 혹은 나우루(Nauru) 섬의 미크로네시아 사람들 가운데 비만과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의 발생 사례가 많은 것은 이것을 잘 설명해 준다. 식량이 풍족하고 신체 활동은 충분하지 않으면서 엄청난 자원의 갑작스런 혜택으로 인해 이른바 ‘코카콜라 문명(Coca-Cola Civilization)’의 불확실성의 영향에 놓이게 된 이들은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이라는 대재앙을 겪게 됐다. 이 집단의 고인슐린증(hyper-insulinisme)은 원래는 혜택을 받은 유전적 특질의 하나로, 태내의 영양부족과 연관돼서 풍족할 때는 지방 조직의 저장에 유리하고 부족할 때는 이것을 이동시킬 수 있는 저장용 유전자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몇 년 전부터 이 민족이 가지고 있었던 상대적인 장점이 더 이상 아니게 됐다. 이들의 슬픈 현재 상황은 예전에 대사성질환이나 심장-혈관계질환을 막아 줬던 것으로 생각되는 보호 장치와 특이하게도 대조가 된다. 이들은 산업화된 국가의 거주자들 집단에 합류했지만 준비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 자체를 감당할 수가 없게 됐다. 아주 오랫동안 가난하다가 부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수천 년 동안의 결핍으로 이러한 비축용 유전자를 갖는 개인들이 선택돼 왔기 때문에, 오히려 자원이 너무 풍족해지면서 자신들에게 해로운 존재가 돼 버린 것이다.

부분적으로나마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생선·섬유질이 많은 식물을 더 먹고 소금을 줄여야만 우리들이 물려 있는 과정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스스로의 육체적 필요에 따라서 몸을 재적응시키는 것과 같은 방향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의 이환율을 줄이는 길이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 인류 진화의 99.6%를 차지하는 구석기시대의 섭생에 대한 연구가 현대인과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이며, 더 나아가 미래의 인류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저자 질 들뤽은 내분비학 전문의이자 고인류학과 선사학 박사학위를 지닌 인물로, 브리지트 들뤽과 함께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선사부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르틴 로크는 인체영양학을 전공하는 의학박사다. 이들은 의학-선사학이란 두 지평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의 영양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이 책을 썼다. 이들의 말대로 구석시시대 섭생에 관한 연구는 인류의 현재, 미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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