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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근대적 한자 字典 … 객관적 연구 확대 기대
한국 최초의 근대적 한자 字典 … 객관적 연구 확대 기대
  • 교수신문
  • 승인 2016.06.2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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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_ 『新字典: 표점 교감 전자배판』 하영삼 편|도서출판3|1,137쪽|90,000원

 

1915년에 편찬된 『新字典』은 진정한 의미에서 이름처럼 ‘새로운 자전’이었다. 표제자의 확대는 물론 대폭 확장된 갖가지 의항을 우리말로 풀이하고, 이들 의항에 대해 출처와 용례까지 하나하나 밝혀 둠으로써 과학적 근거주의를 지향했다. 게다가 『신자전』은 일개인이 편찬한 것이 아니라 ‘朝鮮光文會’가 주축이 돼 철저하게 기획된 집체적 작업이었으며, 현대 사전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속성을 부가했다. 그래서 『신자전』은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 최초의 근대적인 한자 자전이라 할 것이며, 이후의 한자자전에도 모범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柳瑾과 崔南善이 쓴 두 가지 서문에 근거하면, 『신자전』 편찬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한국 언어문자와 문화의 독자성에 대한 인식을 통해 한자에 대한 한글의 독자성을 확보하고자 했다는 것, 계몽의식 고취와 역사적 사명감을 완수하겠다는 의지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광문회가 이러한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세운 삼대 목표는 우리 역사서의 편찬, 언어자료의 정리, 새로운 학문체계의 확립 등이었다. 이와 관련 최남선은 “사전 편찬과 문법 정리는 언어를 갈무리하는 양대 목표요, 우리의 언어와 관계가 깊은 어문을 대조 번역할 辭書를 작성함은 辭典 계획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최남선 「서」)라고 선언했다. 이외에도 한자자전의 미비를 보완하겠다는 의미도 작용한다.

『신자전』의 저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유근이라는 설, 조선광문회라는 설, 최남선이라는 설 등이 있어왔는데, 그중에서도 유근이라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신자전』의 편찬에 유근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가장 앞쪽에 유근의 「서문」이 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이 여러 사람의 집체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졌고, 책 표지의 안쪽 표지에서는 ‘조선광문회 편찬’이라 표기되었기에 저자를 ‘조선광문회’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최남선이 대표 저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첫째, 이 책이 한 개인에 의해 저술된 것이 아니라 최남선의 「서문」에 언급된 구체적 이름만 해도 유근, 李寅承, 南基元, 周時經, 金枓奉, 崔誠愚 등을 비롯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여러 사람에 의해 역할별로 분담해 이뤄진 집체적인 저작이기 때문이다.

▲ 1915년 新文館 출판 『신자전』, 22.2×15.6cm.

둘째, 최남선의 「서문」 말미에 “이 책이 만일 문화적 유익과 시대적 요청에 다소 공헌이 있다면 이는 다 위에 기록한 여러 사람의 성의가 드러남이며, 망령되고 비루하다는 나무람과 방자하고 건방지다는 꾸짖음에 이르러서는 전체의 입안과 내용의 설계를 주관한 내가 달게 받아야 할 바이다”라고 하여 전체적인 구상과 설계와 주관은 최남선에 의해 이뤄졌으며, 그 때문에 좋은 평가가 이뤄진다면 집필에 참여한 제현들의 공이겠지만 만약 문제점이 있다면 자신의 모든 책임이라는 언급으로 볼 때, 최종적인 책임자는 자신이었다. 그래서 그를 대표 저자로 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출판사인 新文館이 최남선 소유였던 것을 참고하면 『신자전』의 기획과 집필진 구성, 감독, 출자, 인쇄 등까지 모든 것이 최남선에 의해 이뤄졌으며, 그렇다면 누구보다 최남선을 대표 저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1947년에 발간된 축쇄본 『신자전』(즉 『大版 신자전』)의 판권지에서는 ‘저작 겸 발행자’를 ‘최남선’이라 명기해 뒀다. 이는 『신자전』의 저작권과 판권이 모두 자신에게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이렇게 볼 때, 『신자전』의 저자는 최남선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신자전』은 1915년 12월 京城의 신문관에서 처음 간행된 이후로 1947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인쇄됐다. 모두 연활자로 인쇄됐으며, 255장(속표지 1장, 서문 등 8장, 본문 245장, 판권지 1장, 총 498쪽)으로 됐다. 박형익 교수(2016,)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8종의 판본들이 있다. 그리고 광복 이후 초판본을 영인하기도 했는데,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육당전집편찬위원회(편)의 『신자전』(1973)과  동양고전학회 편집부의 『신자전』(1997)이 있다. 특기할 것은, 1973년 고려대 영인본은 『육당 최남선 전집』의 제7권으로 편입됐으며, 끝부분에 『신자전』을 보충하고 교정한 원고가 ‘補訂新字典’이라는 이름으로 일(一)부수부터 엄()부수까지 총 30쪽에 걸쳐 첨부돼 있다.

경상대 한국한자연구소가 이번에 완성한 『신자전』 최종 데이터베이스(2016)에 의하면 『신자전』의 표제자는 총 1만3천348자다. 이는 214부수(一~) 분류에 의한 본문 1만3천84자와 부록적 성격의 「朝鮮俗字部」(107자), 「日本俗字部」(98자), 「新字新義部」(59자) 등 총 264자를 합친 숫자다. 총 1만977자를 수록한 『전운옥편』과 비교해 『신자전』에서는 총 1만3천84자(부록 3종 264자 제외)를 수록해 2천104자가 증가됐다. 부수배열은 『전운옥편』과 마찬가지로 214부수 체계를 채택했다.
『신자전』의 가장 큰 특징은 214부수 뒤에 「조선속자부」(107자), 「일본속자부」(98자), 「신자신의부」(59자)라는 명목으로 한국의 고유자, 일본의 고유자, 근대시기 새로 만들어진 한자 등을 정리해 붙였다는 점이다. 즉 중국에서 전해진 한자가 한국과 일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固有漢字, 기존의 한자에 고유한 독음이 더해진 國音字, 기존의 한자에 고유한 의미가 더해진 國義字를 정리해 둠으로써 한자의 한국과 일본 전파와 변용 과정을 살피게 해 준다.

『신자전』이 해설 형식에서 갖는 차별성과 특징은 이전의 한자 자전과는 달리 의항에 대한 예증을 대량으로 제공하여 용례의 과학화를 꾀했다는 점이다. 『전운옥편』은 물론 그전의 『국한문신옥편』이나 『자전석요』 등에서는 해당 한자의 의항과 뜻만 풀이하여, 해당 의항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알 수 없었으나, 『신자전』에 들면서 각각의 의항에 대해 대표적 출전을 밝혀 둠으로써 해당 의항의 사용 환경을 알게 했을 뿐더러, 고문 학습에도 도움을 주게 했다.
『신자전』은 이상의 내용적 특색 외에도 편집 체계상에서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설명하기 어렵거나 복잡한 개념의 해설에 圖像을 활용했다는 점과 조판 형식에서 3단으로 나눠 편집했다는 점이다. 특히 揷圖의 활용은 그 전의 자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신자전』에서 처음 이뤄진 형식상의 創新이다. 앞서 밝혔던 것처럼 총 39개에 이른다.

『신자전』은 그간의 한자 자전 중에서 수록 글자 수, 상세한 독음, 제시된 의항의 수, 의항에 대한 전거의 제시, 다양한 이체자 속성 등 모든 면에서 한자 자전이 갖춰야 할 다양한 속성에 대해 가장 상세하게 풀이한 사전이었다. 뿐만 아니라 삽도의 활용과 3단 배치, 부수목록과 檢字의 제공, 한국과 일본 및 근대시기 만들어진 새로운 한자에 대한 제공 등에서 독보적인 한자 자전이었으며, 그 영향은 지대하여 이후 한자자전의 전범을 마련했다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용이나 체재 등에서 근대시기의 가장 대표적인 자전이며, 『전운옥편』의 영향을 벗어나 독자적 체계를 갖춘 최초의 한자자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방대한 내용과 최초의 활자 조판이었기에 오탈자가 상당히 많기는 하지만, 이는 당시의 기술과 시대적 상황에 의한 것이며, 내용의 이해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다. 최남선도 이를 바로잡고자 『정보(訂補) 신자전』(일부 원고가 1973년 고려대 육당전집 영인본 부록으로 제공됨)을 준비해 바로잡고 보충하고자 했으나 실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전체 원고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태는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표점 교감 전자배판 『신자전』의 출판을 계기로 『신자전』에 대한 객관적이고 다양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한국 자전의 역사가 살찌워지길 기대한다.

 

하영삼 경성대·중어중문학과
필자는 대만 정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자에 반영된 문화 특징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자어원사전』, 『한자와 에크리튀르』등이 있으며, ‘해외한자학 총서’(한국편, 6책, 상해인민출판사)를 공동 주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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