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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재정지원사업, 대학 간 양극화·세금낭비 초래”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대학 간 양극화·세금낭비 초래”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6.06.20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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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학구조개혁’ 연속토론회
2000년 이후 시작한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이 비슷한 대학들만 선정됨에 따라 대학 간 양극화를 야기하면서 세금을 낭비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분석은 △ACE(학부교육 선도대학)사업 △CORE(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 △CK(대학특성화)사업 △PRIME(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 등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특수목적지원금이 수도권에 집중돼 온 데 따른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동대표 송인수·윤지희, 사걱세)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불평등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걱세에 따르면 지원사업별 목적이 서로 다른 사업들임에도 선정된 대학 간 유사성이 대략 80%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CE 83%, CORE 56%, CK 80%, PRIME 79%가 동일한 대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사업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은 다른 사업에서도 선정되는 ‘빈익빈 부익부’ 지원 현상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원사업의 목적과 예산은 다르지만 평가지표가 대부분 비슷한 점도 지적됐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재정지원사업의 평가지표에 중복항복이 많았다. 예체능 계열 학생과 과학 계열 학생이 모두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특정대학의 재정지원 쏠림현상은 최근 대학교육 연구소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2014년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국고보조금 중 53.6%가 서울지역 대학에만 집중됐고, 수도권으로 확대하면 67.4%였다. 이는 대학생 ‘1인당’으로 산정하면, 서울소재 대학생은 337만원, 비수도권은 121만원으로 약 3배나 차이가 난다.
 
사걱세는 산업연계 교육을 중시하는 PRIME사업으로 인해 이공계열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과는 반대로, 인문계열을 축소하고 이공계열을 늘리도록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공학계열의 취업률이 높은 편이지만 PRIME사업과 같이 교육부의 정책을 따라 정원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그 인원을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사걱세는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대학별 지원금과 사업 결과가 교육에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해 밝히고, 효과를 국민들에게도 공개해 재정지원사업이 예산 낭비 없이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평가를 통한 선별적 재정지원 사업은 축소하고, 교육 개선에 의욕이 있는 대학이라면 평등하게 지원 받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걱세 관계자는 “수도권 집중 현상은 전면 재검토하고 지방대학이 차별 대우를 받지 않도록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조9천억원에 달하는 재정이 2016년에 투입됐는데, 지원 결과 어떤 실질적 교육 효과를 거뒀는지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 “줄세우기 경쟁교육으로 파탄상태”
 
앞선 8일, 사걱세는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는 주제로 대학생 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여한 대학생은 이은지 희망제작소 연구원, 오규민 한양대 총학생회장, 양충렬 충북대 졸업생, 고원형 아름다운배움 대표로 대학구조개혁에 대해 각각 자신이 경험하거나 느낀 것들을 증언했다.
 
오 총학생회장은 “공과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절대평가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학교 본부는 대학구조 개혁 평가의 ‘성적분포의 엄정성’이라는 지표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모든 전공과목을 상대평가로 실시한다고 통보했다”며 “인문학은 대부분이 자신의 생각을 묻는 문제인데, 생각조차 단일한 기준으로 줄세우기식 평가를 한다는 것은 결국 고등학교 때까지 평가받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었다”고 대학구조개혁평가 이후 달라진 모습을 설명했다. 대학구조개혁이 대학의 질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 중 ‘전임교수 강의 비율’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자 하는 대학들이 총 강의 수를 줄이고 대형강의를 확대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임교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전임교수의 강의들을 대규모 강의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이밖에도 학생들이 학점 따기가 용이한 대형강의의 경쟁이 치열해져 수강신청 기간이면 접속이 빠른대학 인근 PC방에 학생들이 몰려간다는 현장 증언도 나왔다. 심지어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은 돈을 주고 강의를 사거나 휴학을 결정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사걱세 관계자는 “전임교수 강의비율을 따지거나 학생 지표를 엄정하게 관리하는 등 대학 질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 평가지표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대학생들이 대학 내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억압’하지 말아야 하고, 대학생을 기업에 팔려나가는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대학평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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