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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혐오·여성혐오의 특성 진단
인종혐오·여성혐오의 특성 진단
  • 교수신문
  • 승인 2016.06.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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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역사’ 내건 <역사문제연구> 35호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냉전체제 하에서 통치도구로서 반복됐다는
허윤의 결론은, 여성혐오가 ‘관리’되고 통제될 수 있는 구조적 산물임을 의미한다

역사문제연구소(소장 김성보 연세대)가 4월말과 10월말 이렇게 1년에 2회 출간하고 있는 <역사문제연구> 35호의 특집은 두 가지. 「혐오의 역사―‘나’는 왜 그(녀)들을 혐오하는가」와 「우리 안의 난민·이주민」이다. 이 두 가지 주제 ‘혐오’와 ‘난민·이주민’은 작금의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혐오’의 문제는 지난 5월 빚어진 ‘강남역 살인 사건’과 겹쳐지면서 더욱 증폭될 기세다. ‘난민·이주민’은 외형상 ‘혐오’의 문제처럼 수면 위로 분출된 사안은 아니지만, 시선을 한국사회 내부로 돌렸을 때 ‘국민국가의 경계’를 벗어난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주제임은 분명하다.
혐오와 관련해서는 「신냉전 질서의 도래와 혐오발화/증오 정치 비교역사 연구」(권명아), 「그들은 왜 빈센트 친을 죽였을까?」(이찬행), 「냉전 아시아적 질서와 1950년대 한국의 여성혐오」(허윤)등 세 편의 글이 묶였다.

권명아의 글은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증오정치’의 사례들을 망라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적 모색을 촉구한다.
즉, 증오정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대국민국가적 패러다임을 넘어서 ‘식민성’, ‘냉전’, ‘탈냉전’, ‘신냉전질서’ 등 몇 겹의 역사적 시간과 축적된 모순들을 복합적이고 동시에 분산적으로 대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사회에 누적된 차별의 역사적 지층을 구체적으로 탐구하는 비교 역사적 연구 속에서만, 비로소 혐오발화 비판이론이 보편성과 공통성의 지평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권명아의 지적이다.

이찬행의 글은 1982년 디트로이트에서 발생한 중국계 미국인 빈센트 친에 대한 혐오범죄 살해사건을 분석하고 있다. 이 사건은 백인 남성의 인종주의에 의해 일어난 혐오범죄일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의 전형화, 또 일본의 경제 성장으로 인한 미국 자동차산업의 탈산업화 등의 맥락을 반영하고 있다. 이 논문은 이민의 나라인 미국 사회가 갖고 있는 인종혐오의 복잡한 특성을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변화 속에서 숙고할 수 있게 안내한다.
두 글과 달리 허윤의 글은 최근 논란을 달구고 있는 ‘여성혐오’의 역사적 구조, 그 뿌리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1950년대 공론장의 언설과 대중서사를 통해, 냉전의 격전지였던 한국에서 사회를 통치하는 방법으로 여성혐오가 선택되는 과정을 추적했다.

1950년대 일선에서 공산주의 북한과 싸우는 남성의 세계를 건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후방’은 언제나 여성화됐다. 여성화된 후방에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수치심이 가득했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위안부와 위안소가 배치됐고, 냉전질서의 유지를 위해 미국 특수위안시설이 운영됐다. 전후의 혼란은 아프레걸, 자유부인이라는 말로 통칭됐다. 풍기단속 차원에서 여성의 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냉전체제 하에서 통치도구로서 반복됐다는 허윤의 결론은, 여성혐오가 ‘관리’되고 통제될 수 있는 구조적 산물임을 의미한다.

‘난민·이주민’과 관련해서도 세편의 글이 소개됐다. 「해방 직후 ‘우리 안의 난민·이주민 문제’에 관한 시론」(이연식), 「독일로 간 한인여성노동자의 난민성」(나혜심), 「38선 넘고 바다 건너 한라산까지, 월남민의 제주도 정착 과정과 삶」(김아람) 등이다. 이연식의 글이 특집의 의미와 무게를 측량해주는 시론적 글이 되는데, 그는 해방 직후 한국 안팎에 걸쳐 이뤄진 대규모 인구 이동 현황, 즉 해외에서 돌아온 귀환 동포, 한국전쟁 이전의 초기 월남민, 그리고 재조일본인의 송환 문제를 함께 연계해 정리하면서, 이러한 한국 안팎의 대규모 인구 이동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전후 인구이돈의 보편적 특징과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폈다. 일국사적 맥락을 넘어 세계사적 접점을 찾고자 한 이연식의 글은, 현재 한국에서 날로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조선족, 탈북자 들의 사회적 통합이라는 과제를 푸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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