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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맥을 못추고 헛것이 된다네
술도 맥을 못추고 헛것이 된다네
  • 교수신문
  • 승인 2016.06.14 15: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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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56. 헛개나무
▲ 헛개나무 사진출처= 블로그 ‘행복하고건강한삶’(http://midamtea.tistory.com)

이 글을 읽기 전에 독자들에게 물음 하나를 드린다. 당신의 간(liver)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 손으로 정확하게 짚어 보시라는 것이다. 간질환을 앓지 않은 다음에는 더러 헷갈릴 것이다. 수업시간에 제자들을 놓고도 으레 괜한 장난(?)을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그 소중한 肝의 자리 하나도 알지 못한다. 자기 몸에 대해서도 이렇게 무심한 사람이 어찌 꼭꼭 숨어있는‘자연의 비밀(the secrets of nature)’을 들여다볼 수 있겠나하고 퉁바리를 준다.


간은 가로막(橫擊膜, diaphragm) 아래, 오른 쪽 갈비뼈 밑(右上腹部)에 있는 장기로 탄수화물·단백질·지방대사와 쓸개즙 분비·빌리루빈·비타민·무기질·호르몬 대사 및 해독·살균작용 등등 400여 가지의 주요 물질대사기능을 담당한다. 또 간은 무려 1.5kg으로 내장기관들 중에서 가장 크고 무겁다.
필자는 간에서 돌(膽石, gall stone)이 마구 별똥별(流星)처럼 쏟아지는 체질이라 쓸개(膽囊)를 떼 내버려 이른바 ‘쓸개 빠진 놈’이 되고 말았다. 하여 지금도 담석 녹이는 알약을 먹고, 만날 헛개나무가 든 요구르트를 마신다.
헛개나무(Hovenia dulcis)는 갈매나무과의 잎 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落葉闊葉喬木)로 줄기가 10~17m 정도로 자라는 아주 큰 나무다. “이 나무 밑에서는 술이 맥을 못추고 썩어 헛것(쓸모없음)이 된다”고 하여 헛개나무라 부른다고 한다. 鄕語(지방 말)로 호깨나무·호리깨나무·지구자나무라 하며, 한자어로는 枳椇(지구), 중국에서는 萬壽果라 부른다.


헛개나무(oriental raisin tree)는 원산지가 한국일 것으로 추측되고, 한국·일본·중국·히말라야에 분포한다. 또 깊은 산중에 나고, 양지의 축축한 모래 섞인 壤土에 잘 크며, 요새 와서는 간에 좋다는 소문이 파다해 곳곳에 약재나무로 많이들 심는다.
잎은 길이 8~15㎝로 어긋나기(互生)하고, 넓은 타원으로 뽕잎을 닮은 것이 가장자리에 자잘한 톱니(鋸齒)가 있고, 잎맥에 잔털이 나면서 가을엔 노랗게 물든다. 또 어린 나무껍질(樹皮)은 갈색이나 회갈색이고, 매끄럽고 밋밋하지만 묵을수록 암갈색으로 변하면서 논바닥처럼(직사각형) 거칠게 쩍쩍 트고, 작은가지는 껍질눈(皮目, lenticel)이 많다. 그리고 비교적 나무가 연하며, 건축재·가구재·악기재목 등으로 쓰인다.


나이를 먹어 8년생이 되면 드디어 꽃피고, 열매가 달린다. 꽃은 암수갖춘꽃(兩性花)으로 육칠월에 가지 끝에 녹색이 도는 흰색으로 피고, 꽃잎은 5개며, 암술대는 셋으로 갈라진다. 열매는 구시월에 검붉은 색으로 여물고, 꼭지 쪽이 둥글납작한 단지 모양이다. 단단한 핵으로 쌓인 다갈색 씨앗은 윤기가 난다. 열매는 겨울에도 가지 끝에 매달려 있어서 산새들이나 너구리같은 짐승의 먹잇감이 되고, 단단한 씨앗은 소화가 되지 않고 똥에 묻어나오기에 먼 곳까지 퍼진다. 세상에 공짜 없는 법.


열매가 익을 무렵이면 열매줄기(果莖)는 달착지근한 것이 은은한 향이 나며, 날걸로도 먹는다. 그런데 그것이 마르면 건포도(raisin)·丁香(clove)·계피(cinnamon)·설탕을 섞은 맛이 난다. 그래서 추출물을 꿀 대용하고, 와인이나 식초, 캔디 만드는 데도 쓴다고 한다. 어린잎은 한소끔 데쳐서 쌈으로 먹거나 생것을 소금물에 삭혔다가 장에 박아 장아찌를 담가 먹는다. 뿌리(枳椇根)는 수시로, 줄기껍질(枳椇木)은 가을과 겨울에, 잎(枳椇葉)은 봄과 여름에 채취, 말려서 숙취·간질환·소화불량·구토 등에 쓴다. 특히 간질환에는 말린 것을 달여 마시는데 독성이 좀 있어 까닥 잘못, 정량 이상을 먹거나 오랜 기간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하여 毒도 적당히 잘 쓰면 藥이 되는 것.


또한 농익어서 짙은 갈색으로 변한 열매(枳椇子)는 가을에 채취해서 독성이 있는 씨앗은 버리고, 말려서 소화불량이나 체한 데 쓰고, 봄에 줄기에서 수액을 채취해 간질환이나 위장병에 물처럼 마신다. 한국·중국·일본의 전통한의학에서 고열(fever)·변비(constipation)·기생충감염(parasitic infection)·간질환(liver diseases)·숙취(hangover)에 썼다고 한다.
그리고 헛개나무에 든 대여섯 가지의 중요성분 중에서 특히 디하이드로미리세틴dihydromyricetin)과 디하이드로플래보놀(dihydroflavonol)이 에탄올분해(anti-alcohol effect)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서 이들 물질이 술을 분해하는 효소인 알코올 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와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ehyde dehydrogenase, ALDH)의 기능을 항진시킨다는 말이다.


ADH와 ALDH 효소를 만드는 내림성 유전인자(DNA)가 없는 사람은 에탄올을 분해하지 못 하기에 술을 마시지 못한다. 아니, 마셔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렇다. 간과 쓸개는 바로 위아래로 서로 이웃하는 바람에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는 속담도 생겨났다. 그리고 서로 죽이 맞아 속마음을 털어놓고 친하게 사귀는 것을 놓고 肝膽相照라 한다. 아무렴 쓸개친구를 잃어버린 내 간은 얼마나 쓸쓸할까. 또 간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대학교수를 하다가 50대에 요절한 대학동창 한 사람을 그리게 된다. 간질환(간경화)도 내림하는 지라 부자, 형제가 모두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무렴 어때, 개똥밭에 굴러도 좋으니 모쪼록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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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궁사 2018-03-20 15:36:59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가로막(橫擊膜, diaphragm)의 한자가 오자가 있네요. 격(隔) 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