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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간 79명 껴안아 … 옥시토신 유발 ‘허그의 기적’
1분간 79명 껴안아 … 옥시토신 유발 ‘허그의 기적’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6.06.14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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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46. 허그

 

▲ 최근 은 1분간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껴안을 수 있는지 실험을 하는 장면을 소개했다. 인도에서 펼쳐진 이 실험은 보는 것만으로 좋은 기분을 들게 만든다. 사진은 동영상.

다른 사람을 껴안으면 피부 감각이 파시니소체라고 불리는
압력수용체를 활성화시킨다. 압력수용체는 미주신경에 신호를 보낸다.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 및 감각, 운동신경 역할을 하는데,
특히 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분 동안 최대 몇 명과 허그할 수 있을까? 실험결과 7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CNN>은 인도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 도움으로 진행된 실험결과를 소개했다.
2013년, 영국의 한 천주교 학교에서 자선행사로 도전한 ‘1분 허그’는 75명의 기네스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껴안은 대상은 패딩턴 마스코트였다. 이 기록을 인도에서 이번에 깬 것이다. 다만, 기록 달성을 위해 신속히 진행하다 보니 온전한 허그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원래 허그는 두 팔로 다른 사람을 완전히 감싸야 한다. 어쨌든 학교에서 열리는 재밌는 1분 허그 도전은 지속될 전망이다.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야기는 허그를 떠올리게 한다. 전쟁에서 승리하며 의기양양한 아폴로는 큐피드의 화살을 조롱한다. 이에 화답하듯 큐피드는 두 개의 화살로 아폴로를 꼼짝 못 하게 한다. 금으로 된 화살은 아폴로에게, 납으로 된 화살은 다프네에게 쏘았다. 금 화살은 사랑을 하도록, 납은 사랑을 거부하도록 한다. 다프네를 사랑하게 된 아폴로. 그 사랑을 거부하는 다프네. 아폴로는 다프네를 간절히 허그하고 싶지만 끝내 이룰 수 없다.

사랑은 허그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이한 감독의 「내 사랑(2007)」이란 영화에선 진만(엄태웅 분)이 프리 허그 운동가로 나온다. 진만은 6년간 전 세계를 떠돌며 프리 허그를 했다.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기 위해, 아팠던 기억을 치유하기 위해 진만은 프리 허그 운동을 펼친다. 배우 엄태웅은 영화 촬영을 위해 시민들과 직접 프리 허그를 했다.
프리 허그는 길거리에서 불특정 다수를 아무런 목적이나 이유 없이 안아주는 캠페인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프리 허그는 제이슨 헌터가 어머니의 죽음을 맞으며 2001년 시작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들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하자”고 말했다. 프리 허그의 달은 7월 첫 번째 토요일부터 8월까지다.

2004년 오스트레일리아 후안 만(필명)은 현재의 프리 허그 방식을 만들었다. 후안 만은 시드니 핏 스트리트 몰에서 사람들을 안아주기 시작했다. 국제적 운동으로 알려진 건 2006년 오스트레일리아 밴드 식 퍼피스(Sick Puppies)가 뮤직비디오를 유투브에 올린 후부터다. 이 뮤직 비디오는 7천7백만 뷰(2015년 11월 20일)를 기록했다.
모든 나라가 프리 허그를 허용하는 건 아니다. 사우디의 ‘덕과 악 윤리위원회(the Commission for the Promotion of Virtue and the Prevention of Vice)’는 수도 리야드에서 프리 허그를 시도한 남성 2명을 체포했다. 이에 대해 온라인 상에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로 껴안아야 하는 7가지 이유
허그의 효용성에 대해 <허핑턴포스트>는 그 7가지 이유를 알린 바 있다. 첫째, 옥시토신(일명 포옹 호르몬)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사회적 유대감 형성과 연결된다. 미국 드포대학교 심리학자 맷 헤르텐슈타인은 “옥시토신은 신경펩타이드로 헌신, 신뢰, 유대의 감정을 촉발한다”면서 “옥시토신은 실제로 다른 사람들과 유대하는 생물학적 토대를 만들어준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둘째, 다른 사람을 껴안으면 피부 감각이 파시니소체라고 불리는 압력수용체를 활성화시킨다. 이 압력수용체는 미주신경에 신호를 보낸다.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 및 감각, 운동신경 역할을 하는데, 특히 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따르면, 허그나 터치는 죽음의 두려움을 완화시켜준다. 인간으로서 실존적 공포를 수그러뜨리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암스테르담대 샌더 쿨 교수는 “심지어 아주 잠시 동안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실존적 걱정을 효과적으로 다루도록 도와준다”면서 “상호간 터치는 정말 강력한 메카니즘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넷째, 허그를 한 사람은 좀 더 안정적인 심장 박동을 보인다. 노스캐롤리나대 실험에 의하면, 허그를 한 그룹은 안 한 그룹에 비해 분당 심장박동수가 절반에 가까웠다.
다섯째, 나이 들어감에 따라 늘어나는 외로움이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 노인들에게 특히 필요한 것이다. 여섯째, 사람을 껴안는 것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양을 줄일 수 있다. 허그는 긴장감을 완화하고 고요한 기분을 뇌에 전달해준다. 일곱째, 많이 안아주는 것만으로 아기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에모리대의 쥐 실험에서 터치와 스트레스 경감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새끼일수록 효과가 있었다.
세계 산림의 날엔 트리 허그(Tree hu) 운동이 펼쳐진다. 매년 3월 21일은 UN이 정한 세계 산림의 날이다. 트리 허그의 효용성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트리 허그가 주의력 결핍장애나, 집중력과 순발력 제고, 우울증과 두통 감소에 좋은 것이다. 꼭 숲 속이 아니더라도 식물과의 교감이 좋다. 다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이제, 잠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옆에 있는 사람 혹은 나무를 꼬옥 껴안아보자. 건강에 좋다니까 말이다.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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