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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학구조개혁법 토론회, 토론은 없었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법 토론회, 토론은 없었다
  • 글·사진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6.1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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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대량해고·공정성 대책 요구하자 구조위는 ‘원칙’만 되풀이
▲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사진)이 지난 7일 서강대 이냐시오 강당에서‘대학구조개혁법 재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최성욱 기자

대학구조조정 ‘2주기 평가’에 돌입한 정부가 1주기보다 강도 높은 정책을 예고하고 있어 대학가에 전운이 감돈다. 최근 교육부는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대학구조개혁법’(구조개혁법)의 재입법을 위해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전국 순회 토론회에 착수했다. 구조개혁법은 대학평가에 기반한 컨설팅, 학과통폐합, 입학정원 조정, 교수임용·해고, 학교폐쇄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대학퇴출명령 전과정에서 법적 근거가 된다.

구조개혁법 통과를 염두에 둔 교육부는 내년에 실시될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2018년 초 평가결과 발표)의 핵심기조로 ‘대학의 균질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이르면 올해부터 대학들은 산학협력과 취·창업 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수요 맞춤형 교육’으로 완전히 재편될 전망이다. 대규모 학과 통폐합 등에 따른 교수·강사·직원의 대량해고와 임금·처우·신분 변화를 피해갈 수 없게 된 대학구성원들의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지난 7일 서강대 이냐시오관 소강당에서 제1회 대학구조개혁법 토론회 ‘대학구조개혁법,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는 10일 대전보건대에서 진행한 데 이어, 오는 17일 계명대에서도 예정돼 있다. 교육부는 세 차례에 걸친 전국 순회 토론회를 통해 구조개혁법 재입법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 하게 된다.

대학 안팎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열린 구조개혁법 토론회. 교수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은 ‘생산적인 논의’를 기대했지만, 토론회보다는 설명회 수준에 머물러 더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말았다. 이날 ‘대학구조개혁법 제정 필요성’을 발표한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은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정부의 구조개혁법을 단순히 정원 감축 정책으로만 몰아가는 대학과 언론에 태도 변화부터 주문했다.

백 위원장은 “아직도 대학구조개혁법이 평가를 통해 정원을 줄이기 위한 법안이라거나 경영 여건이 열악한 대학의 설립자에게 재산을 돌려주는 법안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19대 국회에 발의됐던 법안들에는 대학의 자율적 구조개혁과 행·재정적 지원, 지방대학 육성과 관계, 대학 간 기능조정, 고등교육 생태계 보호 등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제는 대학이 학생·학부모 관점에서 대학이 쓸모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평가에 기반한 구조조정정책과 구조개혁법이 대학에 개혁보다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대학 관계자들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비판해왔다. 이 역시 백 위원장은 토론보다는 교육부의 원칙을 강조하는 쪽으로 논의를 풀어갔다. 

백 위원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늘어나는 재정 소요를 충당하기 위해 그간 수도권 대학은 학생 증원에 골몰해 왔고, 지방대는 학생 유치에 유리한 수도권이나 교통이 편리한 지역으로 이전을 도모하는 안이한 전략을 취해왔다”며 “한국의 고등교육시장이 왜곡돼 있고 비교육적으로 정치화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에 얼만큼 개입하느냐에 대해서 논란이 많지만, 최근 세계적인 추세는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위원장이 지목한 정부 역할의 중심축은 ‘재정 지원’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1주기 평가(A~E등급)가 오는 8월 종료되면 2018년 초에 발표할 2주기 평가에 착수할 예정이다. 대학교육에 관한 기본여건 평가에 치중했던 1주기 평가와 달리, 2주기 평가는 ‘대학의 균질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구조개혁위원회에서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해서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 3주기 평가는‘글로벌’로 가닥을 잡았다.

▲ 지난 7일 서강대 이냐시오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1회 대학구조개혁법 토론회 ‘대학구조개혁법,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백성기 구조개혁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토론자들의 모습. 최성욱 기자

“대학재정 문제, 정부말고 답 있나?” 
백성기 구조개혁위원장이 버럭한 이유

지난 7일 서강대에서 열린 대학구조개혁법 토론회는 교육부 설명회를 방불케했다. 토론회 마지막 플로어 토론에서 제기된 청중들의 질문과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의 답변에서 대학구조조정(평가)을 바라보는 정부와 대학의 간극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올해 세무사 1차 시험결과를 놓고 봐도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얼마나 불공정하게 치러졌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한 4년제 대학은 세무사 1차 시험에서 합격자를 5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대학(웅지세무대학, 입학정원 599명·3년제 전문대학)은 1차 시험 합격자 124명을 배출했다. 그런데 우리 대학은 지난해 대학평가에서 E등급을 받았다. 대학구조조정은 학생모집을 하지 못하는 대학이 퇴출 될 수 있도록 시장에 맡겨야 한다.(송상엽 웅지세무대학 전 이사장·설립자)

“평가를 전후로 공정성 시비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대학을 줄 세우기하는 정량평가의 문제점을 보완하려고 정성평가를 도입했다. 나름대로 공정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정성평가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가자들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보다 더 노력하겠다. (웅지세무대학 사례는) 얘기를 들어보니 충격적이긴 하다.”(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정책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 2023년까지 전국 수만명의 교수·강사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가 예상된다. 그런데 교수·강사를 지원하는 대책이 없다.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해고될 교수·강사·직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수차례 건의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다. 특히 지방대는 모두 위험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재정 투입을 약속했다. 공약만 지켜도 해고 없이 지방대를 포함한 전국 대학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노중기 전국교수노조 위원장·한신대 교수) 

“대학구조개혁의 핵심 중 하나는 학생 대 교수 비율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생 수가 줄면서 교수도 줄여야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감소분에 따라) 교수를 해고하면 안 된다. 정부의 ‘2주기 평가’부터는 (교수들도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 교수들을 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어마어마한 재정이 필요하다. 지금은 대학재정이 한계에 다다랐다. 한국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이 7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재정(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엄밀히 말해 대학구조조정의 핵심은 ‘정원’이 아니다. 결국은 ‘재정’이다. 미국은 기업·공공기관·사회에서 막대한 재정을 출연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지 않나. 재정문제, 정부 이외에 다른 방안이 있나? 정부에서 돈을 부을 수 있는 대학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학이 사회 수요에 맞춰서 스스로 구조조정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많은 곳으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것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비난만 할 일이 아니다. 대학구성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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