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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교수 신분 차별’부터 ‘공공성 담론’까지 방향성을 모색하다
‘비정규 교수 신분 차별’부터 ‘공공성 담론’까지 방향성을 모색하다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6.06.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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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학단협 연합심포지엄 참관기
▲ 공공성 차원에서 OA가 지난 문제점을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학 구조조정’, ‘부당해고’, ‘비정규 교수’, ‘대학 격차’, ‘공공성(OA)’. 이 단어들은 2016년 학술단체협의회 연합심포지엄 ‘지구화시대 대학의 위상과 역할-한국대학, 선 자리 갈 길’의 주요 화두였다. 대학이 처한 문제점과 위상을 돌아보는 토론이 지난달 27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이틀간 펼쳐졌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독문학)의 발제문 「자본독재시대의 대학-한국대학에 대한 15 테제」를 보면 대학 내 문제점과 원인을 알 수 있다. 자본독재시대에 대학은 권력비판 기능을 상실했다. 이 때문에 한국대학은 죽었다. ‘앞에 나서서 말하는 자(pro-fess-or)’로서 교수의 비판적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대학개혁의 전제조건이다. 대학과 교수사회를 휘감고 있는 거대한 무력감은 ‘파시즘’의 전조일 수 있다.

한국대학, 비판적 정체성 회복해야
대학 사회 안에서 드러나는 차별의 문제는 심각하다. 이경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참터 구미지사)는 「부당해고·퇴직금·차별시정과 비정규교수」 발표문을 통해 현행 노동관계법 적용의 한계를 밝혔다. 여기서 비정규 교수는 겸임교원·명예교수·시간강사를 의미한다. 다른 직장이 있는 겸임교원이나 퇴직한 명예교수보다 시간강사들이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비정교 교수들은 2년 이상 일해도 정규직 되기가 불가능하며, 전임교원 등과 차별대우를 받고, 심지어 퇴직금도 없는 상황이다.

첫째,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이다.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은 계약직 2년 이상 고용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자동전환된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기간제법은 ‘계약직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규정을 둬 비정규 교수에 대해 사용기간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비정규 교수와 전임강사 혹은 강의전담교수(강의초빙교수)의 차별적용에 대해 각각 비교대상이 되지 않아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결된 바 있다. 즉 기간제근로자·단시간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의 적용이 안 되는 것이다. 셋째, 비정규 교수들은 퇴직금이나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원은 유의미한 판결도 내렸다. 시간강사는 여러 해에 걸쳐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단기 근로계약이 장기간 반복 갱신된 경우 혹은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갱신계약을 종료하거나 거절하는 건 부당하다. 특히 퇴직금 관련해 주목되는 법원 판결례가 있다. 경민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했던 조 아무개씨와 이 아무개 씨는 방학 등 일부 공백 기간이 있지만, 업무의 성격과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해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 받았다. 또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현저히 짧은 근로자(주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주목할 만하다. 시간강사들은 수업준비와 각종 행정처리 등을 위해 강의시간 이외에도 노동을 하기 때문에, 주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다. 
이경호 공인노무사는 “비정규교수의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로조건이 본질적인 원인은 교원으로서의 업무를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해주지 않는 왜곡된 교육관련법과 교육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원지위법정주의를 근거로,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 보장을 본질적인 해법으로 제시했다.

대학간 격차 문제 … 대학의 순종주의 불러와
‘OA제도와 학술지의 국제화 담론’ 토론회는 오픈 엑세스(OA. Open Access) 제도를 둘러싼 쟁점을 드러냈다. 이 제도 역시 대학내 연구자들에게 순종주의를 강요하는 한 방증이랄 수 있다. 배성인 한신대 교수는 「한국에서 OA제도의 적절성과 유용성」에서 국가기관이 일방적으로 OA를 강요하기보다는 개인과 시민사회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배 교수는 대학은 학자적 자긍심보단 한국연구재단의 프로젝트 따내는 데 급급하다고 성토했다. 평가는 교수임용제도의 절대 조건이 되며, 이 때문에 자율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OA제도보다는 교육공공성 회복이 선결이라는 것이다.

토론을 맡은 김재완 방송대 교수는 생산자와 이용자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용자 관점에서는 논문을 보는데 비용과 장벽이 없으면 편리하기 때문에 취지는 좋다. 그런데, 평가라는 관료제 중심의 정책 때문에 공공성에 혼란이 생긴다. 특히 한국연구재단법에 따르면, 출연금 지원을 “지원할 수 있다”라고 명기해 뒀기 때문에 정부의 입맛대로 연구풍토를 바꿀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생산자의 입장에선 공공재라고 해서 모두 공짜는 아니다. 연구자의 저작재산권과 인격권을 존중해야 한다. 특히 해외 학술 정보 검색이 진일보하고, 외국의 큰 기업들에 국내 학회들이 종속당하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김 교수는 “공공성을 추구하면서도 자율적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지보단 연구자 전문성을 키워야
김영수 경상대 교수는 「학술지 국제화와 경쟁력의 안과 밖-학술지의 서열적 경쟁력을 학술논문의 전문적 경쟁력으로」에서 학회의 인용지수가 개별 연구자의 전문성을 나타내주는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연구재단이 국제화라는 명목의 SSCI, SCI, Scopus 등 획일화된 잣대로 연구자들의 전문성을 박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대학에 만연한 ‘프레칼리겐차(비전임교수들을 지칭)’들이 질 높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생산자들의 생산조건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국제화는 학술지 서열화가 아니라 연구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술 논문의 영어 종속화에 대해, 연구자는 자기감정을 모국어로 표현하고 대학에서 번역 지원을 하자고 제안했다. 논문에 번역 에디터를 기입하면 된다는 뜻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OA를 언급할 때 왜 논문만 다루냐고 반문했다. 공공재라는 측면에서 OA를 해야 한다면 책과 평론 등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봉억 누리미디어 팀장은 「학술정보 서비스 산업의 현황과 발전전망_민관 상생 협력 방안」에서 공공성의 영역은 표절시스템 보급, 인용지수 개발, 빅데이터 분석 등 기초 분야에 대한 지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연구재단이 온라인논문투고시스템(JAMS) 보급을 위한 평가에서 민간업체와의 원문계약 여부를 따진다고 비판했다. 민간 업체와 원문계약이 체결돼 있으면 8점, 없으면 10점을 주는 등 노골적인 차별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이재진 한국DB진흥원 실장은 공공의 서비스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할지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인 서비스와 뒷단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민간서비스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기상정보 및 특허정보 서비스가 민간으로 넘어간 바 있다. 이 실장은 OA와 저작권료 문제가 학술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문제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민간 시장이 위협을 받고 있지 않은지, 왜 충돌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술논문은 공공정보 데이터가 아니라고 했다. 학술논문은 개개인이 만드는 것이고, 공공정보는 정부기관에 쌓이거나 직접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OA 문제점 개선 방향에 대해 이 실장은 다음을 주문했다. 첫째, 자발적 공개가 중요하다. 둘째 공공서비스는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셋째, OA 확산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보단, 투고와 전자 형태 부문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넷째, 민간 서비스는 유지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 
이외에도 이번 학단협 연합심포지엄에서는 대학의 인권상황, 지식생산문제와 지식인운동, 한국 근대 대학의 역사적 기원,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대학교육의 인재상 등 우리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조명했다. 지구화 시대, 한국 대학의 선 자리는 위태하고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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