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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호 새로나온 책
833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5.3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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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니(Pediculus capitis)와 몸니 (Pediculus humanus)는 얼핏 봐서는 구별이 잘 안 될 정도로 닮았다. 아마도 원래 같은 종이었는데 사람에게 건너오면서 일부는 머리를 택했고 일부는 몸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긴 해도 이 두 종의 운명은 너무도 달랐다. 처음 사람 몸으로 건너와서 서식지를 택할 때만 해도 몸을 택한 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씻어도 문화인 대접을 받았던 과거, 몸니는 몸 전체를 오가며 마음껏 피를 빨았으리라.(……) 몸니가 보기엔 머리에 들러붙어 숨어 사는 친척 머릿니가 답답해 보였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웬만한 사람들은 매일같이 샤워를 하고, 샤워가 끝난 후면 속옷을 새로 갈아입는다. 결국 몸니는 멸종의 길을 걸었고, 여전히 번창하는 머릿니를 부러워하고 있다.”
-서민 단국대 교수,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지구의 2인자, 기생충의 독특한 생존기』(을유문화사, 2016.5) 중에서


 

■ 중국의 체온: 중국 민중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쑨거 지음, 김항 옮김, 창비, 252쪽, 13,000원
중국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쑨거의 첫 에세이집이다. 일본 잡지 <토쇼>에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격월로 연재된 글을 한데 묶었다. 중·일 지식공동체 회의를 이끌며 중국 지식인으로는 드물게 동아시아를 지적 화두로 삼고 있는 사상사 연구자인 쑨거가 직접 중국·일본·대만 등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저자가 기존의 무거운 글쓰기 대신 에세이를 택한 이유는 진짜 중국인을 그려내고 싶어서다. 냉전구조가 붕괴된 이후에도 중국을 인식하는 태도는 냉전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동아시아 각국의 언론이 그려내는 중국 이미지도 마찬가지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진정한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저자는 지식인의 머릿속에만 있는 중국 담론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서구가 걸어온 근대화의 틀 그대로 중국을 분석하려는 시도도 비판한다. 직접 경험한 서민의 일상생활을 담담히 그려낼 뿐이다.


 

■ 창의적인 삶을 위한 과학의 역사, 윌리엄 바이넘 지음, 차승은 옮김, 에코리브르, 336쪽, 17,000원
결코 작지 않은 역사 시리즈 3권. 고대 그리스 철학자에서 뉴턴, 아인슈타인, 크릭과 왓슨을 거쳐 디지털 혁명에 이르는 위대한 모험의 역사를 수록한 책이다. 문명의 발생부터 디지털 시대에 이르는 과학이 40개의 짤막한 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장의 내용을 서술할 때, 먼저 사회적 배경을 찬찬히 설명해줌으로써 당시 과학의 상태나 발견들을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배경과 일반 역사를 엮어 과학을 더욱 흥미롭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웰컴의학사연구소(Centre for the History of Medicine)의 명예교수로, 말라리아의 역사와 의학에서 진화론의 영향에 관한 전문가인 저자는 과학도 누적된 지식 속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면서, 과학도 여러 분야로 나뉘는데 이를 극복해 종합적 관점에서 책을 집필함으로써 독자들이 좀더 쉽게 과학의 틀이 확대하고 심화하는 과정을 이해하도록 이끈다.     


 

■  철학적 탐구,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승종 옮김, 아카넷, 756쪽, 34,000원
대우고전총서 41권.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크게 전기와 후기로 나눠진다. 전기 철학의 결정판이 『논리-철학논고』라면, 후기 철학은 바로 『철학적 탐구』에 집약돼 있다. 두서없고 산만한 『철학적 탐구』의 비체계적 서술 방식은 철학적 탐구의 본성과 특징에 대한 비트겐슈타인 자신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비트겐슈타인은 무엇보다도 체계로서의 철학을 부정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현대정신의 아웃사이더요 비판자였다. 사람들이 진보를 목격하고 칭송했던 과학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인간 정신의 퇴보를 목격했고 절망했다. 그는 분석철학의 물리주의와 과학주의를 배격하고 인간의 정신성을 회복해 삶의 진실과 마주하려 했다. 이런 점에서 비트겐슈타인은 분석철학의 창시자가 아니라 분석철학의 이념을 그 근원에서 해체하려 했던 ‘포스트 분석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이 발견한 지평은 전통 형이상학이 그려내고자 했던 초물리적 지평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일상적 삶의 지평이었다.


 

■ 한국대중예술사, 신파성으로 읽다, 이영미 지음, 푸른역사, 680쪽, 38,000원
‘新派’는 식민지 시기인 한국대중예술사의 첫 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연극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예술에서 고루 쓰인 말이다. 백 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여러 형태의 예술에 사용된 까닭에 신파라는 말의 함의는 결코 단일하지 않으며 매우 복잡하다. 신파는 감정 표현에서 과도한 비애를 드러내는 최루적 경향, 나아가 흔히 ‘촌스럽다’라는 말로 통칭되는, 이미 낡아 어색해진 질감의 비극성을 유난히 과장되게 드러내는 경향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신파에 대한 연구는 각기 다른 차원의 의미들을 한데 뒤섞어 두루뭉술하게 설명하기보단 목표와 초점을 설정해 연구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하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적 특질로서 ‘신파성’에 초점을 맞춰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신파성이 오랫동안 우리나라 대중예술 속에서 유지됐다는 것은, 그것이 우리나라 대중예술의 수용자들이 지니고 있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특정한 사유 방식, 즉 세계전유 방식과 조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시대에 신파적 작품을 즐겼던 수용자 대중들의 인식적·정서적 태도와 세계 전유방식을 분석하는 것이 저자의 연구 초점 중 하나다.


 

■  20세기 프랑스 역사가들: 새로운 역사학의 탄생, 필립 데일리더·필립 월런 지음, 김정인·김응종 외 옮김, 삼천리, 1,104쪽, 58,000원
20세기에 접어들며 프랑스 역사가들은 미슐레, 쿨랑주 같은 앞 세대 역사가들을 뛰어넘었고, 토크빌, 드라블라슈, 뒤르켐 같은 대가들의 문제의식을 확대하며 역사학을 학문의 제왕 자리에 올려놓는다. 역사학 방법론에서 크게 마르크스주의(조르주 르페브르, 조르주 소불), 아날학파(마르크 블로크, 페르낭 브로델, 조르주 뒤비, 엠마뉘엘 르루아 라뒤리), 수정주의(프랑수아 퓌레, 미셸 페로)가 서로 경쟁하며 극복해 나갔다. 또한 다채로운 혁신을 통해 역사 연구의 대상을 풍부하게 하며 ‘새로운 역사학’의 기틀을 다져 나갔다. 지리학과 인류학, 인구학을 종합하며 새로운 역사학의 토대를 마련한 뤼시앵 페브르, 중세사 연구의 자크 르고프, 가족과 사생활의 역사를 주목한 필리프 아리에스, 기억과 장소의 개념과 역사학의 자유를 부르짖은 피에르 노라, 감정과 욕망 영역을 개척한 알랭 코르뱅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전통을 뛰어넘어 혁신을 꾀한 개성 넘치는 역사가들이었다. 또한 프랑스 역사학의 깊고 폭넓은 상상력은 사회과학과 인문학 전반에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세기 후반 인문학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준 미셸 푸코, 역사학보다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더 널리 알려진 프랑수아 시미앙, 클리퍼드 기어츠를 비롯한 인류학자들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자크 베르크, 문화 연구를 비롯해 사상적 흐름 전반에 영향을 준 미셸 드 세르토 같은 이들은 역사학자 그 이상이었다. 이 책은 영국의 인문학 출판사 블랙웰이 기획하고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프랑스사 전공자 30여명이 참여해 20세기 프랑스 ‘역사학의 역사’를 집대성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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