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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복용 후 발생하는 ‘장질환’ 유전자 발견
항생제 복용 후 발생하는 ‘장질환’ 유전자 발견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6.05.30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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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감염성 세균 증식 원리 찾아낸 윤상선 연세대 교수 연구팀
▲ 윤상선 연세대 교수(미생물학)사진제공= 미래창조과학부
항생제 치료 과정에서 장 질환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가 발견됐다. 의학계에선 항생제 복용의 필요성을 두고 이견이 많았지만, 입원환자의 경우 빠른 치료를 원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복용하는 편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광범위의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 병원성 세균에 대한 면역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항생제 복용이 장의 세균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감소시켜 염증성 질환이나 감염성 질환을 유발하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입원환자의 항생제 치료 과정 중 발생하는 의료 관련 감염병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으로 연 평균 2만9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해당 연구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항생제의 경우, 복용 중단 후 정상 상태로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해결책은 더욱 절실하다.
 
최근 윤상선 연세대 교수(미생물학·사진) 연구팀이 장내 미생물 유전자의 장 관련 감염 질환 유도 원리를 규명하는 연구성과를 얻어내 눈길을 끈다. 20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윤상선 교수 연구팀은 장내 세균 감염에 대해 숙주의 저항력을 감소시키는 원인 미생물과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기존 항생제 치료에서 발생하는 장 관련 질환의 새로운 치료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사업연구의 지원으로 수행했으며, <네이처 커뮤니케이션>(5월 13일자)에 게재됐다.
 
윤상선 교수는 “항생제에 반응하는 장내 미생물 분석을 통해 장내 공생미생물의 변화를 관찰하고 특정 유전자가 장내 환경을 변화시켜 감염성 세균의 증식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항생제 복용 후 발생하는 장 관련 감염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연구 초반 다양한 조건의 항생제를 처리하고 장내 미생물의 양적 감소를 관찰하고자 했다. 그런데 오히려 장내 미생물의 수가 증가하는 특이 현상을 발견했다. 예상과 반대되는 연구 결과로 고민하던 차에 유사한 결과를 확인한 해외 연구팀의 이야기를 들었고, 이에 용기를 내 진행할 수 있었다. 콜레라균은 사람에게는 급성 설사를 유발하지만 실험용 쥐에게는 감염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항생제를 처리한 실험용 쥐에서는 콜레라 감염이 발생하더라. 이러한 발병의 차이가 장내 미생물의 차이 때문이고, 항생제 때문에 증가한 특정 장내 미생물이 콜레라균을 더욱 민감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실험은 어떻게 했나?
“장내 미생물은 정상 실험용 쥐에서 품종, 나이 등 외부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 변화하기 때문에 연구할 때는 무균쥐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 면역계가 손상돼 실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관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정상 균총(미생물 총합)을 가진 실험용 쥐를 사용하고 균종의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을 적출해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미생물의 급격한 증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광범위 항생제에 처리된 실험용 쥐가 대표적 병원성세균 중 하나인 콜레라균에 의한 감염에 매우 취약해 짐을 확인하고, 현상의 원인을 장내 공생세균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연구했다.”
 
▲ 항생제 치료 후 장내에 콜레라균이 증식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도                                           사진제공= 미래창조과학부
△기존 연구와 다른 성과가 있다면?
“병원성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감소하는 이유가 항생제에 의해 증가된 장내 미생물에서 유래한 특정 유전물질에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항생제 복용을 통해 장내 환경이 변화될 때, 적응에 유리한 특정 유전 형질을 갖는 소수의 대장균이 선택적이고 능동으로 증식함으로써 후속적인 병원성 세균의 감염에 영향이 있음을 알게 됐다. 이 연구 결과, 장내 세균의 특이 유전자 중 하나인 ‘카탈라아제’가 장 관련 감염성 세균의 증식을 유도하며, 이러한 특이 유전자 탐색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장 관련 질환에 대한 치료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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