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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과학계 동향] 미국과학재단의 과학통계분석
[해외과학계 동향] 미국과학재단의 과학통계분석
  • 박소연 미국통신원
  • 승인 2002.12.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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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7 11:14:09
과학자의 실험 회귀(experimenter’s regression)가 ‘자신의 실험 결과가 정답임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난다지만, 많은 경우, 특히 정량적 부분만큼은 통계적 방법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회과학자의 실험 회귀는 오히려 ‘공유’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적어도, 적합한 데이터 베이스를 찾는 데 애를 먹다가 기초적인 통계부터 다시 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나서야, 이미 타인의 선행 연구가 만들어 놓은 통계 자료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경험이 있다면, 혹은 자료 ‘검색’하는 데에만도 절대적인 시간을 바쳐본 연구자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통계 자료들의 접근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불필요한 리샘플링이나 자료 검색 시간을, 따라서 개별 연구자들의 소중한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한 방법임을.

그런 의미에서 미국 국립 과학재단의 과학통계분과 (SRS, The Division of Science Resources Statistics. http:// www.nsf.gov/sbe/srs/)가 제공하는 ‘과학기술지표(Science and Engineering Indicators. 격년으로 배포되는 이 시리즈는 현재 2002년 판까지 나와 있다.)’ 시리즈를 비롯한 각종 통계 분석 자료들은 장점이 많은 데이터베이스이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통계 자료의 양이 방대할뿐더러, 항목이 다양하다는 것은 기본. 과학 기술 관련 통계 자료만 가지고 접근해볼 수 있는 자료의 항목과 양에 놀랄 때 즘이면, “미국에선 아무리 불경기라도 통계학 전공자는 안 굶어죽는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종합적인 ‘과학기술 지표’

가령 ‘과학기술지표 2002(http:// www.nsf.gov/sbe/srs/seind02/start.htm)’는 초·중등 교육, 고등 과학기술 교육, 작업장 과학 기술, 미국 및 세계 연구 개발의 투자현황, 연구기관들의 연구 개발 현황, 과학 기술에 대한 공중의 이해 등의 굵직한 항목들 하에 과학 기술 관련 세부적인 통계자료들을 3백여 개 표, 2백50여 개의 그래프와 함께 망라하고 있다. 과학 기술에 대한 인력과 자본의 흐름 배치를 중심으로 한 종합적인 ‘과학기술 지표’로 사용될 수 있는 셈이다. 통계 자료에 관련된 분석,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 등이 함께 제공되고 있어 일반인들이 전반적인 이해를 얻는 데도 유용하다는 점도 ‘과학기술지표 2002’의 한 특징.

NSF가 출판하는 통계자료 및 분석 보고서는 ‘과학기술지표’시리즈에 그치지는 않는다. 사실 과학기술 지표 시리즈를 뒷받침하는 것은 ‘세계의 과학기술자원(International Resources for Science and Engineerng)’, ‘국내 연구 개발 현황 (National Patterns of Research and Development Resources)’, ‘과학 기술 속의 여성, 마이너리티, 그리고 장애인 (Women, Minorities, and Persons with Disabilities in Science and Engineering’, ‘과학 기술 포켓 자료집(Science and Technology Pocket Data Book)’ 같은 포괄적인 보고서들과 통계자료에서부터 각종 특별 보고서와 세세한 자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라면 과학기술부가 담당하는 과학기술 통계나 과학기술정책 연구원(STEPI)의 보고서들이 비슷한 역할을 하겠으나, 세부 항목의 다양성과 사용상의 편의성, 축적된 자료의 양 등은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힌트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주기적으로 간행되는 보고서들의 경우, 언제, 어떤 통계가 출판될 지 예측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 물론 보고서들이 종이 인쇄물로만 출판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최근 판은 당연히 인터넷상에서 웹문서와 pdf문서를 통해 무제한으로 접근할 수 있다. 아마 현실적으로 공감할만한 가장 큰 미덕은 웹상에서 그래프로 삽입된 각 통계자료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다시 엑셀파일로 따로 제공하기 때문에, 연구에 인용하게 될 경우 자료를 가공하는 수고로움을 필요에 따른 간단한 편집 과정만으로 끝마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일 수도 있겠다.

과학기술 속의 사회적 약자

방법적, 절차상 편리함이라는 유용성에 더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위한 노력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여전히 부러운 대목이다. 특히 과학 기술과 관련한 평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라면, ‘과학 기술 속의 여성, 마이너리티, 그리고 장애인 (http://www.nsf.gov/sbe/srs/ nsf00327/start.htm, 과학기술지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격년으로 발행되는 이 보고서는 2000년 판본까지 배포되어 있다)’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물론 평등이란, 수치만으로 잴 수 있는 어떤 종류의 것은 아니다. 교육과 직업에서의 기회 균등이 지향해야할 평등의 전부도 물론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한가지 잣대를 제공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과학 기술 분야의 교육과 직업의 기회에 얼마나 접근해 있는지, 어떤 경향을 보이고 있는지를 통계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평등과 다양성을 지향하는 과학기술 정책과 담론이 생산되는 데에 중요한 자료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젠더와 과학’ 연구자들에게 다분히 충격적이었던, 1961년(10.8%) 이후로 꾸준히 증가해오던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의 여성 학위자가 1984년(37.2%) 이후 다시 감소(1996년 현재 27.6%)하는 현상과 관계된 연구들은 거의 예외 없이 NSF의 통계 자료를 인용하고 있으며, 이는 이후 이 분야에서의 젠더 문화 혹은 여성 연구자들이 겪는 ‘파이프라인’ 등과 관련한 보다 심층적인 평등정책 연구들을 촉발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심층적 평등 정책 연구 촉발

인종적 마이너리티에 대한 배려 문제와는 우리의 현실이 약간의 거리가 있겠지만, 최근 한국도 이공계에 보다 많은 여학생을 진학시키려는 정책적인 노력이나 ‘과학 기술과 여성’등과 같은 주제를 가진 포럼등이 개최되는 등, 과학 기술내의 양성 평등을 위한 움직임이 서서히 개진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올해 초부터 회자되기 시작했던 ‘이공계 기피현상’은 위기감과 더불어 과학기술 정책 속의 ‘사람’과 ‘교육’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 계기로 여전히 유의미할 것이다. 제대로 된 과학기술 정책이라는 숙제를 풀어 가야할 여정에서 질적 접근들도 중요하겠지만, 이를 탄탄히 뒷받침할 수 있는 그리고 접근 가능도가 높은 데이터 베이스를 한데 묶어 제공해주는 것은 공공 연구기관들의 몫이 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박소연 미국통신원/버지니아텍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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