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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언어는 공산당혁명 이전부터 쓰였다
경제개방이 중국에 미친 영향도 분석 가능
혁명적 언어는 공산당혁명 이전부터 쓰였다
경제개방이 중국에 미친 영향도 분석 가능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5.25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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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한림과학원 국제심포지엄 ‘디지털인문학과 개념사의 미래’

1997년에 이뤄진 홍콩 재통합(또는 홍콩반환)이 홍콩의 문체에 영향을 미쳤는지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2014년 홍콩에서 일어난 우산 혁명
(Umbrella Revolution) 이전에 문체 변화의 흔적이 감지되는지를 연구한다면
무척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 19세기말~1920년대 중국에서 ‘문화’‘신문화’의 사용빈도(송인재).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한림대 한림과학원(원장 김용구)의 국제심포지엄 ‘디지털인문학과 개념사의 미래’는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들이 표방한 디지털인문학의 함의와 방법론이 특히 그렇다. 또한 디지털 시대 ‘개념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탐색한 점도 놓칠 수 없다. 전산화된 문헌자료와 데이터 분석도구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선보인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발표 논문 가운데 위칭샹(국립정치대학)의 「언어 혁명에서 혁명적 언어로」, 송인재(한림대)의 「1920년대 한국과 중국의 ‘문화’ 개념과 문화운동」을 각각 발췌했다.
정리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 「언어 혁명에서 혁명적 언어로」(위칭샹·국립정치대학)
2015년은 <신청년> 창간 100주년이 되는 해다. 디지털 기법을 인문학 연구에 적용해 <신청년> 마지막 몇 권에서 일어난 언어 변화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지금까지 거의 시도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연구 결과가 <신청년>과 현대 중국어 문체 연구에 새롭게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연합보>의 문체는 <신청년> 7권의 문체와 가까운 반면 <인민일보>의 문체는 <신청년> 7권 또는 8-11권과 거의 같은 확률로 유사하게 분류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런 결과에 기초해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 있다.

1. 타이완과 중국 본토의 중국어 문체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2. 타이완과 중국 본토의 중국어 문체 사이의 차이점은 중화민국 초에 간행된 잡지 <신청년>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사용된 문체를 비교함으로써 그 근원을 추적할 수 있다.
3. 공산주의 중국의 중국어 문체는 소련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데, 이는 중국 공산당 창당(1921년)부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1949년) 이전의 수십 년 동안 공산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로 정치 문서와 자료의 번역을 통해 이뤄졌다.

우리가 발견한 이런 사실들은 ‘혁명적 언어’가 중국의 공산당 혁명 이전에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공산주의 이념을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암시한다. 더욱이 이 연구에서 <인민일보>의 기사를 연도별로 분류한 결과는 공산주의식 문체의 등장 비율이 1978년 이전에는 상당히 높았지만 1978년에서 1989년 사이에 문체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이 시기는 중국이 덩샤오핑의 주도로 개혁 개방을 실시했던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5·4운동의 유산으로 되돌아간 것인가? 아니면 중화인민공화국 외부의 중국어 문체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새로운 번역을 통해 서양어 문체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 이는 앞으로 계속 탐구한 문제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연구는 언어가 인간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클렘페러의 주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며, 디지털 기법을 통해 그의 주장에 더욱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기도 하다. 20세기 중국에서 벌어진 공산당과 국민당 사이의 내전은 현대 중국어 문체 변화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많은 중요한 자료들을 제공했다. 중국 내전이 시작된 1927년은 <신청년>이 폐간되고(공식적으로 1926년 폐간) 5·4운동(1919년)이 일어난 직후였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빅 데이터·디지털 인문학의 개념을 통해 중국어 문체를 연구하려는 시도를 크게 고무하리라 생각한다. 앞절에서 언급했듯이 1978년에서 현재까지를 세 시기로 구분해 검토한다면 경제 개혁과 개방이 중국어 문체에 미친 영향을 연구할 수 있는 탁월한 자료를 얻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1997년에 이뤄진 홍콩 재통합(또는 홍콩 반환) 또한 무척 흥미로운 자료다. 우리는 재통합이 홍콩의 문체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2014년 홍콩에서 일어난 우산 혁명(Umbrella Revolution) 이전에 문체 변화의 흔적이 감지되는지 등을 연구한다면 무척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이 연구에서 자료를 분류하기 위한 분석을 시도하면서 단지 단어와 어휘의 수 그리고 문장의 길이만을 변수로 활용했다. 물론 기사의 내용과 관련된 정보도 분류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이는 상당한 더 이상의 작업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이 연구에서 탐구자가 주관적으로 단어를 선택하는 문제를 피하고 기사의 내용과 관련되는 변수를 선별하기 위해 EDA-유형의 분석 과정을 사용했다. 우리는 우선 가장 일반적인 단어·핵심어를 요약·정리하고 그 다음에 어떤 단어·핵심어가 기사의 의미를 가장 잘 반영하는 분류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서로 다른 문체나 의미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동의어나 반의어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분석해야 한다. 부정법이 등장할 경우 반의어를 동의어로 분석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1920년대 한국과 중국의 ‘문화’ 개념과 문화운동」(송인재, 한림대)
앞에서 각각 한국과 중국의 디지털문헌과 분석도구를 활용해서 1919년 전후 ‘문화’‘신문화’의 언어적 흔적을 살펴봤다. 이상의 고찰은 문화운동의 사건, 운동의 내포에 대한 고찰 이외에 역사적 행위를 반영하는 기표를 통해서도 당시 신문화운동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어느 정도 보여줬다. 보다 심층적인 분석은 네트워크 분석 도구를 활용해서 검출된 결과에 포함된 어휘 사이의 의미망을 분석하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데이터 검색결과 검출된 중요 예문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독해를 통해서 개념의 맥락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일단 한림개념사코퍼스와 『중국근현대DB』의 데이터 구성과 분석도구를 활용해서 일차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결과에만 한정해서 논의를 진행했다.

끝으로 연구를 통해 확인한 데이터 구성과 분석 도구에 관해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본 발표에서 한국, 중국의 ‘문화’‘신문화’에 대한 논의는 한림개념사코퍼스와 『중국근현대DB』의 데이터 구성과 분석도구의 차이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데이터를 실마리로 삼아 사료를 구체적으로 정독하기 이전 단계에서). 한림개념사코퍼스는 어절 단위로 분절된 데이터를 기본 구성 요소로 삼는다. 따라서 워드스미스라는 코퍼스 분석 도구를 사용해서 키워드의 출현빈도와 연어, 공기어를 파악하기에 수월하게 구성돼 있고 연구 결과도 그에 따라 도출됐다. 『중국근현대DB』는 연구대상 키워드가 포함된 예문을 비롯해서 출판연도, 필자 등 각종 서지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검색결과 키워드의 연도별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표와 그림을 제공한다. 그리고 필터기능을 통해 서지사항의 각종 조건에 맞는 결과를 선택해서 볼 수도 있다. 즉 키워드의 텍스트 외적 맥락 파악을 수월하게 해준다.

이상 설명한 각자의 장점은 상대의 결여점이기도 하다. 일단 워드스미스 안에서는 파일정보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지 서지정보를 확인하기가 어려워 별도의 확인작업을 해야 한다. 개념의 거시적 변천과정을 보여주는 연도별 빈도추이도 검색 이후 추가적인 수공작업을 거쳐야 한다. 어절 중심의 어휘관계도 중심의 결과이외에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중국근현대DB』는 검색된 예문을 구성하는 용어 사이의 관계를 자체시스템만으로는 분석하고 시각화 할 수 없다. 예문을 따로 추출해서 ‘ngram’을 작업을 하는 다른 분석도구를 사용해야 할 수 있다. 이상의 사항을 보완한다면 디지털인문학 기반 개념사 연구는 한정된 시간과 시야에서 선택된 텍스트 독해에 기반을 둔 전통적 연구방식의 한계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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