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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2호 새로나온 책
832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5.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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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에서 시장의 자율성이 극대화될수록 다시 그만큼 다른 방식으로 공적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것은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 중 하나다. 자본주의적인 것과 비자본주의적인 것의 관계에 대한 통찰은 2010년대 한국의 시장만능주의에 다음과 같은 교훈을 건넨다. 첫째, 자본주의 혁신을 근본적으로 완성하려면 우선 권위적 관료제 등 ‘충분히 자본주의적이지 못한 장애물’을 극소화해야 한다. 둘째, 이와 같은 발전만으로 쏠릴 때의 폐단, 즉 부의 불평등 같은 지나치게 자본주의적이어서 나타나는 문제에 빠지지 않도록 자본주의의 모순을 관리해야 한다. 요컨대 ‘자본주의의 결핍’과 ‘자본주의의 과잉’을 동시에 치유하면서 자본주의를 완성해나가는 이중 전략을 추구해나가야 한다.”
-장문석 영남대 교수, 『자본주의 길들이기: 자본과 자본 아닌 것의 역사』(창비, 2016.5) 중에서

 

- 가치의 제국: 경제학의 토대를 다시 세우다, 앙드레 오를레앙 지음, 신영진·표한형·권기창 옮김, 울력, 383쪽, 20,000원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는 경제 이론의 한계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 한계는 이론과 개념의 근본적 혁신을 요구하는 심각한 기능 장애의 신호였다. 그렇다면 경제 이론이 직면한 어려움들은 상황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2011년 프랑스에 출간돼 ‘폴 리쾨르 상’과 ‘프랑스 경제학회 상’을 수상한 저자의 책은, 문제의 본질이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학파의 가치 이론이 지닌 제도적 가설의 협소성에 있다고 본다. 저자는 상품 가치가 효용처럼 교환에 앞서 미리 실재하는 어떤 실체와 동일시될 수 있다는 것을 거부한다. 오히려 상품 가치는 상품 관계의 고유한 창조물로서 고려돼야 하며, 그 가치에 의해서 경제 영역은 다른 사회적 활동들과는 독립적인 분리된 존재의 자격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품관계는 그에 고유한 가치화의 논리를 갖는데, 이 논리의 목적은 소비자들의 만족이 아니라 상품 지배의 무한한 확장이다. 효용은 다른 것들 중의 하나의 구성 요소로서만 가치화에 참여하기 때문에, 상품 가치를 단 하나의 논리에 가둬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노자권재구의, 임희일 지음, 서양중 옮김, 경상대출판부, 258쪽, 18,000원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 권재 임희일이 저술한 노자의 주석서를 조선시대에 판각해 엮은 것이다. 예부터 노자에 대한 주석서는 수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노자의 본문만큼 주석서도 난해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비해 임희일이 저술한 이 책은 『노·장·열(노자, 장자, 열자) 삼자구의』 중의 하나로, 말로 설명하듯이 쉽게 서술한 ‘口義體’ 문장으로 풀어서 엮은 것이다. 책의 구성은 ‘노자권재구의 발제’를 시작으로, 각 장은 『도덕경』 원문과 독음, 번역문, 『권재구의』 원문과 번역문으로 구성돼 있다. 도덕경 원문에는 한자 독음을 넣어 독자들이 이용하는 데 편리하도록 했다. 본문은 노자권재구의 발제, 상편 37장, 하편 44장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두 81장이다. 번역 저본은 보물 제1655호로 지정된 『노자권재구의』(경자자본)으로 현재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 문학적 근대의 자의식, 김명인 지음, 소명출판, 379쪽, 26,000원
저자는 한국 근대문학은 ‘식민지 근대문학’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식민지 시대의 문학 현상을 주로 다루는 것도, 이것이 한국 근대문학 전반의 기원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 근대문학이라고 하는 근대의 흔적들, 기억들을 다시 호명해 내는 큰 과제의 여러 국면들을 담았다. 저자는 식민지에서 근대는 ‘폭력이자 유혹’이라는 완연히 양가적인 형태로 현현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지금도 이러한 양가성은 여전히 작동하고, 그리하여 완전히 그 양가성의 밖에서 이뤄지는 엄밀한 메타적 작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국 근대문학을 연구하는 작업은 곧 식민지시대와 그 이후를 함께 역사화하는 작업임과 동시에 연구하는 주체에게도 공히 각인된 ‘거부이자 매혹’이라는 양가적인 심층의식의 무늬를 그려내는 정신분석학적 작업이기도 하다.

 

- 법의 지도, 최승필 지음, 헤이북스, 400쪽, 17,900원
저자는 시민의 합의가 최선의 법이라며, 시민이 올바른 입법·행정·사법을 요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법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이 움직이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에 비해 시민의 합의는 제때 이뤄지지 못했기에 그 틈이 벌어진 만큼 법에 저촉되지 않는 정의롭지 않은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세상은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거기에 맞춰 최선의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법을 이해하고 법의 지도를 읽어야 한다. 총 3부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법의 탄생과 성장, 진화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2부에서는 법이 국가의 운영 규칙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따져본다. 그리고 3부에서는 미래 시대라고 일컫는 글로벌 금융 시대, 안전·생존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법이 어떠한 모습과 역할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 오월의 문화정치: 1980년 광주민중항쟁 ‘현장’의 문화투쟁, 천유철 지음, 오월의봄, 504쪽, 23,000원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현장’에서 국가권력에 대항해 시민과 조직이 전개했던 문화적 실천과 투쟁을 규명한 책이다. 그동안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기존의 책이나 연구가 광주민주항쟁이 끝난 후의 ‘기억투쟁’ 방식으로 광주를 조명하거나 재해석했다면, 이 책은 항쟁의 ‘현장’ 속에서 ‘문화’적 측면을 조망하고 있다. 항쟁이 전개된 열흘 동안 ‘현장’에서 생산된 ‘시’ ‘노래’ ‘노가바’ ‘유인물’ ‘구호’ ‘표어’ ‘그래피티’ ‘음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항문화 현상에 주목하는 한편 현장의 자료를 토대로 ‘문화적 전환’과 ‘언어·미디어’의 발전이 응축되는 봉기의 문화정치를 규명하고 있다. 또 항쟁 시기에 투쟁 방향을 지도했던 사회운동조직 간의 결합과 시민과의 연계망을 밝혀, 현장의 문화가 시민들의 ‘집합적 분출’이자 ‘공동체 문화’의 핵심이었음을 밝혀내고 있다.

 

- 1995년 서울, 삼풍: 사회적 기억을 위한 삼풍백화점 참사 기록, 메모리[人]서울프로젝트 기억수집가 지음, 서울문화재단 기획, 동아시아, 280쪽, 18,000원
서울문화재단이 기획한 메모리[人]서울프로젝트 ‘서울의 아픔, 삼풍백화점’은 재난의 당사자들을 직접 찾아 인터뷰하는 구술·기록프로젝트다. 5명의 ‘기억수집가’가 2014년 10월 7일부터 2015년 7월 30일까지 약 10개월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총 108명을 인터뷰했다. 책에는 59명의 구술이 실렸다. 구술자들의 상처는 하나같이 아물지 않았고 현재진행형이었기 때문에 ‘아픈 기억을 말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하지만 기록하는 사람들이 기꺼이 이들의 ‘청자’가 돼 망각에 빠진 사회에서 조용히 21년을 보낸 당사자의 기억을 매만져줬다. 당사자들이 재현한 기억의 몽타주 씨줄과 날줄은 하나의 배경 화면으로 엮어진다. 바로 지하4층, 지상5층의 호화 백화점 최후의 조감도다. 이 조감도는‘자기 이야기’를 하는 ‘화자’의 언어로 재구성된 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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