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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창립 70주년 맞은 한국심리학회가 던진 질문
학회 창립 70주년 맞은 한국심리학회가 던진 질문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5.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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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속의 빈곤 … ‘보편심리학’ 향한 노력 더 필요

1946년 7인에 의해 창설된 학회가 70년이 흐른 지금 학회원 1만5천명, 분과학회 15개를 거느린 대형 학회로 거듭났다. 이 학회는 195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미국 학문의 영향으로 점차 응용 분야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올해 학회창립 70주년을 맞은 한국심리학회(회장 탁진국)다.
한국심리학회의 학회 역사는 다른 모학회들이 그렇듯 학문의 진화와 발전 궤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궤적에는 서구의존적 학문에 머물렀다는 뼈아픈 성찰도 함께 하고 있다. 오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학회 창립 70주년을 기념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한국심리학회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심리학회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오전의 15개 분과학회 개별 논문발표에 이어 오후 ‘한국심리학의 과거, 현재, 미래’, ‘한국사회 70년, 심리학 70년’을 주제로 진행한다. 전자는 학문 내적 반성과 성찰이고, 후자는 한국의 심리학이 한국 사회의 변화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점검이다.
이와 관련 기조논문을 발표할 예정인 조긍호 서강대 명예교수의 글 「한국심리학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서구중심성과 그 탈피를 위한 노력을 중심으로」가 주목된다. 1960년대 이후 한국심리학계에서 전개된 탈서구중심적 연구의 내용들을 개관한 글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심리학계에서 전개된 탈서구중심적 연구는 행동주의의 퇴조로 인한 미국 심리학의 위상 하락, 탈근대사조의 대두에 따른 문화에 대한 관심 부상과 기존 심리학의 보편성에 대한 회의의 확산, 아시아적 가치 담론의 대두와 유학사상에 대한 관심의 증폭, 그리고 유학 및 불교에 내재한 심리학체계에의 開眼 등에 의해 촉발됐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한국심리학계가 비교적 이른 시기인 1960년대 이후부터 탈서구적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이다. 조 명예교수는 “일천한 한국심리학계의 역사를 놓고 볼 때, 전통사상의 심리학화 작업들이 이미 1960년대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탈서구중심주의를 표방하는 연구의 역사가 어언 50여년이나 됐다는 사실은 경이롭다”라고 지적하면서, “서구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 현대 서구심리학만이 보편심리학이 될 수는 없다는 전제에서, 서구철학과 다른 문제의식과 인간관 위에 구축되고 있는 유학사상으로부터 새로운 심리학을 도출해 내거나, 이를 바탕으로 하여 도출되는 새로운 문제 내용을 새로운 방안을 통해 접근해 보려는 이들의 문제인식은 탈서구중심적 연구의 전형으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여전히 학문 내부에 서구중심적 연구와 훈련의 경향이 강고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탈서구중심적 연구의 경향을 이끌고 있는 연구자들이 극소수에 머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조차 대체로 이미 故人이 됐거나 정년퇴임한 학자들이란 한계가 있기 때문. 조 명예교수가 지적한 이 문제는 인접 학문 분야에서도 겪고 있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심리학회 70주년 성찰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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