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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연구의 재발견
6년 전 연구의 재발견
  • 박종철 나노종합기술원 박사후연구원·나노시스템연구
  • 승인 2016.05.16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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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박종철 나노종합기술원 박사후연구원·나노시스템연구실

2013년 가을, 석사까지 포함하면 6년 6개월 여의 기다림 끝에 박사학위를 받게 됐으나, 학위에 대한 기쁨보다 부담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박사학위 기간 동안 서울시 주관의 멘토링 활동도 해보고, 연구실 후배들이나 고등학교 후배들의 상담도 해왔던 나였지만, 정작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떠한 것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다. 스스로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한 동기 부여가 적었던 것일까? 6년이란 시간의 긴 여정에 피로가 몰려왔던 것일까? 연구실적을 봐도 한동안 연구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철학박사(Ph. D)라는 타이틀에 대한 무게감이 컸다. 내가 과연 자격이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있었고, 연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나의 연구 주제가 석사, 박사학위 기간 동안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에 걸친 복합학제적 성향이 있는 것도 한몫했다. 한 분야만 열심히 해도 모자란데, 전기, 기계, 재료 등 다양한 분야에 지식이 필요하다보니 진짜 한 우물만 파기 어려웠던 것일까? 배우면 배울수록 배워야할 것이 더 많아지는 게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졸업 후 진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2010년 이후 통계를 보면 매년 배출되는 국내 박사학위자가 1만명이 넘으며, 이공계만 따지면 5천명 내외가 된다. 그중 전일제 박사의 고용률이 50%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을 보면 국내 박사학위자가 학위 후 진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나 역시 평균을 훨씬 웃도는, 약 두 배의 연구실적을 갖고 있음에도 현실적인 이유로 취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도교수님의 배려로 연구를 지속하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익숙함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었다. 또한 기존의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대할 때면 막연한 두려움부터 든다. 그러던 중 2014년 겨울부터 현 근무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현 근무지에서 연구를 결심하고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 연수과정 지원 과제에 선정된 것은 졸업 후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성장하기 위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연구에 집중하지 못했던 시기에 새로운 자극과 연구에 대한 확신을 통해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었다. 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 양성사업 선정을 통해 나의 연구가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이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더욱 그렇다.

자신감이 생겨서일까. 본 근무지에서 근무한 지 1년 즈음이 되자 대기업을 포함해서 몇몇 기업에서 근무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나는 가끔 고등학교 시절 즐겨보던 과학잡지와 드라마 「카이스트」를 이야기 한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던 나에게 대학 진학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동기가 됐는데, 지금의 경험이 연구 성장을 위한 동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한 첫발걸음으로 말이다.

지금은 나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을 장점으로 뽑는다. 내가 스스로 단점이라고 여기며 정말 힘들었던 석·박사 기간 동안의 경험이 지금 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할 연구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지는 이제서야 깨닫게 됐으니 말이다. 6년 전 연구를 다시 회상하며, 지금의 연구에 적용해 성과를 얻고 있으니 당시의 경험이야 말로 나의 소중한 재산이며 경쟁력이었던 것이다.

 

 

박종철 나노종합기술원 박사후연구원·나노시스템연구실 
광운대에서 압전 MEMS 및 RF 패키징으로 박사를 받았다. MEMS 센서, 패키징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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