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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학회] 한국서사학회
[창립학회] 한국서사학회
  • 이옥진 기자
  • 승인 2001.01.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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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16 17:55:34

‘서사학이 오히려 서사성을 위축시켰다.’ 서사학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스캔들이다. 형식주의와 구조주의가 서사의 내적 구조를 파헤치면서 그 본질을 밝혀내려 하면 이야기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야기가 살이라면 구조는 뼈대이고, 뼈대를 논하는 것으로 살을 대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딜레마 앞에 선 서사학자들의 대안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반년간지 ‘내러티브’ 발간을 통해 알려진 ‘한국서사연구회’가 ‘한국서사학회’(회장 한용환 동국대 교수·사진)로 출범하면서 직면한 문제도 이것이었다. 학회장을 맡고 있는 한용환 교수는 “서사학은 이야기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히는 도구적 학문”이지만 “이야기의 구조를 파악하려는 노력에서 벗어나 현재의 이야기의 범람 현상이 우리의 삶에 끼치고 있는 영향과 이야기 생산의 바람직한 방향까지 연구되어야 서사학에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한국서사학회는 문학과 철학 뿐 아니라 영화, 심리,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과학문을 포함하고 있다.

학계는 고갈된 문학, 위기의 문학 담론으로 휘청대고 있지만, 막상 현실은 ‘이야기 현상’의 폭주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한국서사학회가 주목하는 출발점이다. 판타지 문학의 폭발적인 생산, 뮤직비디오의 대중적 인기, 24시간 이야기를 쏟아내는 케이블 TV의 등장 등으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이야기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회는 이러한 사회·문화적 징후를 ‘이야기 현상’으로 진단하고 “이야기로 채워진 우리의 삶과 세계의 구조를 밝히는 데 서사학의 방법”을 동원한다.

삶의 구조를 분석하려면 다시 이야기를 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국서사학회의 입장이다. 학회지 ‘내러티브’를 유가지로 대중들 앞에 선보인 까닭도 그것이다. 이론적 논의가 그 생명을 얻으려면 ‘이야기에 싸서’ 세상에 내보내야 한다는 것. 지난해 하반기에 발간된 반년간지 ‘내러티브’ 2호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서사’에 대한 논의를 묶었다. 매체 발달이 서사문학에 미치는 영향, 하이퍼텍스트 소설, 게임의 서사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디지털 서사’가 우리 삶의 구조를 조건화하는 모습에 대한 탐색이었다. 3호는 기획이 끝난 상태이고 올 7월에는 학술대회도 개최해 본격적인 학회활동이 시작된다.

한국서사학회의 창립에는 우한용 서울대 교수(국어교육과), 김병욱 충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 서정남 동국대 교수(영화영상학과), 김성도 고려대 교수(언어학과), 최혜실 KAIST 교수(인문사회과학부) 등이 함께 했다. (02-2260-3392)
이옥진 기자z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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