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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격차·일자리 위협 극복 … 고민에 빠진 한국사회
기술격차·일자리 위협 극복 … 고민에 빠진 한국사회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6.05.10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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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41. 알파고 이후

‘알파고’ 후폭풍이 거세다. 최근 정부는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6월과 10월에 각각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지난 3월, 정부는 인공지능 개발에 2천억원씩 5년간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민간 주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기업 출자로 총 300억원이 투자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5군데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파고가 한국사회에 미친 파장은 어떨까.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알파고로 뉴스 검색을 해보면 2만8천817건, 구글 뉴스에선 51만4천개의 뉴스가 검색됐다.(4월 29일 기준) 그만큼 알파고는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고,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은 한마디씩 했다. 이세돌은 여세를 몰아 방송광고를 찍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부, 산업계, 학계, 구글을 축으로 알파고 이후를 살펴보자.

정부는 R&D시스템 혁신과 과학기술컨트롤타워 개편을 내세웠다. 경기도는 지능형 로봇 기술 육성과 전문인력 양성을 공표했다. 경기도는 2018년까지 35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AI연구소가 판교에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파는 AI에 머무르지 않는다. AI가 워낙 다양한 분야가 융복합되다보니, 뇌과학도 연구해야 한다. 정부는 ‘뇌연구 산업발전 전략’에서 향후 10년간 6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정부, 지능정보사회 구현 위한 대책 마련
정부가 주도는 산업이란 얼마나 창의적일 수 있을까? 국내 AI 기술은 미국에 비하면 75% 수준이라고 한다. 기술격차는 2.6년. 얼핏 보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실시간으로 변하는 최첨단 기술임을 감안하면 이 격차는 어마어마하다.
한 블로거는 “정작 개발자와 산업 전문가들은 회의에 참석하느라 개발에는 손도 못 대고, 뜨거운 유행이 식으면 정책경쟁도 사그라져 결국 산업 자체가 사그라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그는 “현재 정부는 2~3년 내에 R&D 실적을 요구한다”며 “이런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AI 같은 원천기술 분야 연구가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일자리가 뒤로 밀리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다. 알파고가 보여준 AI의 파워는 강력하다. 특히 알고리즘을 짜고, 컴퓨터가 가진 시각과 언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결국 베타테스터의 역할로 밀려날 수 있다. AI가 짜놓은 알고리즘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사람들의 활용에 적정한지 검수하는 정도가 인간의 역할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아울러 현장의 전문가들은 알파고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세돌 9단이 1천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대결한 건 아니다. 알파고가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한 것도 아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알파고는 신경망을 이용해 수치화된 感을 기반으로 앞의 수를 내다보는 탐색 기법을 통해 다음 수를 결정한다”며 “감을 인식하게 한 신경망과 딥러닝, 그리고 효율적인 탐색을 수행케 한 탐색 알고리즘이 핵심이다”고 밝혔다.

특히 알파고는 개발 이후에, 수많은 강화 학습으로 발전해 나갔다. 또다른 블로거는 알파고는 CPU 1천200개로 구성된 1대의 컴퓨터이고, 1명의 인간은 1억개 이상의 뇌세포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쓰는 PC도 CPU 하나에 4개의 코어(연산 담당)로 구성돼 있다. 특히 컴퓨터의 자가학습은 인간이 학습을 시키는 차원의 모형이다. 알파고 스스로 학습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블로거는 “한국은 소프트웨어 역량이 거의 없다”며 “AI가 결국은 사회를 바꾸고 경제를 바꾸고, 돈의 흐름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파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부터 필요
학계에서는 주로 급조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미래의 인간기계의 관계, 이에 따른 사회 변화와 일자리 위협론 등이 화두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이 모든 과학기술 분야를 다룰 수 없기 때문에, 특정 분야를 발굴해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반드시 집중해야 할 분야인지, 늦진 않았는지, 민간과 협력이 얼마나 잘 될지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AI의 통제권과 인간의 관계 문제도 있다. 알파고는 분명 인간의 능력 그 이상을 보여줬다. 과연 AI가 지배하는 미래는 어떨지, 이에 대한 윤리적 물음이 이어져야 한다. 일자리 위협론에 대한 논의도 있다. 인간의 노동, 직업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계와 공존하는 시대에 인간은 창의적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기술격차를 해소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구글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술전문 매체 <더버지>는 지난달 3월 14일, ‘알파고 이후, AI의 과제는 무엇인가’를 짚어봤다. AI는 단순히 바둑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AI는 자동차운전과 휴대폰 사용 등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될 날이 머지않았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6억2천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이유와 직결돼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정보가 노출된 게임이었다. 하지만 멀티플레이로 참여자 수의 제한이 없는 포커나, 비디오 게임은 알파고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스타크래프트가 다음 종목으로 논의되고 있는 이상, 알파고 역시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알파고 창시자이자 구글 딥마인드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에 긍정적이다.
<더버지> 인터뷰에 따르면, 하사비스는 “그 게임이 알파고를 위한 시험무대로서 유용한지, 즉 알고리즘에 아이디어 제공이 가능한지와 알파고가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플랫폼으로서 살펴보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알파고를 실제 거대한 우리 세상의 문제들을 푸는 데 적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구글 역시 레인브레인(이라는 딥러닝 신경망 네트워크를 개발해, 구글 사진 검색과 지메일 인박스 자동 응답 등에서 활용 중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회장인 에릭 슈미트는 구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기계 지능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할지 연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딥마인드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알파고에는 수백명 직원 중에 15명만 일하고 있다. 하사비스는 수년 내에 진일보한 기계 학습으로 무장한 스마트폰 보조자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AI는 분명 로봇공학에 활용될 것이다. 하사비스는 “자율 주행차 분야는 좁은 의미의 AI가 현재 적용되고 있는 로봇공학 분야”라며 “테슬라에서 이미 활용 중인 딥러닝 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집안 청소나 노인 돌보기 등에서 학습하는 AI 로봇의 활용은 충분히 가능한 분야이긴 하나 가야할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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