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들은 어떤 책 내놓을까?(2)
출판사들은 어떤 책 내놓을까?(2)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5.0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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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한국사회 에두르며 자본주의 현실 겨냥한 책들 쏟아진다

 

지난호에서 갈무리-사이언스북스의 출판 예정 목록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호에서는 산지니-휴머니스트의 목록을 알아본다.


부산을 배경으로 인문사회 분야 저력 있는 책들을 출판하고 있는 산지니는 하반기에 공들인 책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나 아렌트와 탈학습』(마리 루이즈 크노트)과 계급론의 대가인 사회학자 에릭 올린 라이트의 『계급 이해하기』, 그리고 그리스 문학을 통해 살펴본 향수와 방향제의 역사를 담은 『사포의 정원』(주세페 스퀼라체), 건축사학 분야에서 눈길을 끄는 『동중국해 문화권의 민가』(윤일이) 등이 목록에 올라 있다. 특히 『한나 아렌트와 탈학습』은, 전범 아이히만을 마주하고 혼란에 빠진 한나 아렌트가 이제까지 학습해온 사고의 틀을 벗어남으로써 ‘악의 평범성’을 발견한 바로 그 점에 착안한 책이다. ‘탈학습(unlearning)’의 가능성을 엿본 저자는 웃음, 번역, 용서, 극화라는 네 개의 테마를 통해 아렌트의 사유 방법과 과정을 다룬다.


『중국인쇄사(전5권)』(장수민), 『조선왕실의 책봉의례』(신명호) 등을 준비하고 있는 세창출판사는 이외에도 『중국고대 도성제도사 연구』(양관), 『프로이트 연구: 정신분석의 성립과 발전, 수용과 영향』(한스-마틴 로흐만 외), 『한국의 교양인을 위한 새 독문학사』(안삼환)도 작업 중에 있다. 『중국인쇄사』는 인쇄물의 발명으로부터 1천년간의 모든 판각과 도서간행의 역사를 말하애 상세하게 각 시대의 도서간행 장소·도서 내용·판본의 특색·각자공과 인쇄공의 생활과 그들의 역정 및 각종 도서간행의 방법을 서술했다. 기타 서적 이외에 각종 인쇄품들, 예컨대 판화·세화·신문·지폐 및 인쇄소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 종이와 먹 등 문방용품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자료와 독특한 견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역동적인 인문출판의 명가인 소명출판의 예정 목록은 빽빽하다. 그만큼 다양한 책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뜻인데, 젊은 연구자들과 중진 학자들의 책, 연구회 단위의 기획 도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문화적 근대의 자의식: 식민지 문학, 문학사, 그리고 동아시아』(김명인), 『근대세계의 형성: 19세기 세계 1』(허보윤), 『근대지식과 저널리즘』(정선경), 『일제하 한국아나키즘 소사전』(오장환), 오무라 마스오의 『윤동주와 한국문학』, 『사랑하는 대륙이여: 시인 김용제 연구』, 『식민주의와 문학』, 『조선의 혼을 찾아서』 등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사적을 조사 발굴한 지구상 최초의 연구자인 오무라 마스오의 책이 여러 권 소개되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일본과 한국의 프롤레타리아문학 운동 퇴조기 최후의 기수이자 최후미 주자였던 김용제의 삶과 문학을 소개한 책, 국제심포지엄 ‘식민주의와 문학’에서 저자가 10여년 동안 발표했던 글을 묶은 책 등이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된다.


굵직한 명저 번역서 중심으로 신간을 제출해왔던 아카넷은 『탈서구중심주의는 가능한가: 비서구적 성찰과 대응』(강정인 외), 『근대성과 자아의식』(차인석), 『후설전집』(후설전집번역위원회), 『일상사 연구』(알프 뤼크게), 『실패한 제국: 스탈린으로부터 고르바초프에 이르는 냉전시대의 소련』(블라디슬라프), 『이주 노동자의 기원을 찾아서: 일제하 화교노동자의 삶과 한국인』(김태웅)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탈서구중심주의 가능한가』는 서구문명의 전 세계적 군림에 대한 세계 여러 지역들의 다양한 성찰과 대응을 정치·경제·군사적 면보다는 사상·문화적 면에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전집’이라고 했지만 분명 『후설전집』은 ‘주요 저작’에 한정한 번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월에 첫 책으로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과 『현상학의 근본문제』가 나올 예정이다. 『실패한 제국』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과의 소련이 전지구적 대결을 전개할 수 있었던 동기를 탐구한 책으로, 일련의 비판적 구술사 프로젝트들의 성과에 힘입어 서술된, 냉전사의 한 획을 긋는 연구서로 평가되고 있다.
 

『아이작 뉴턴』(리처드 S. 웨스트풀), 『역사의 도둑』(잭 구디), 『자연의 해석자』(도날드 맥크로리), 『신과 문화의 죽음』(테리 이글턴) 등을 준비하고 있는 알마는 이외에도 종이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한 『백색 마법』(로타르 뮐러),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덩샤오핑의 일생을 건드린 『덩샤오핑』을 출간한다. 역사학자 잭 구디의 책은 유라시아 역사를 비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책으로, 특히 아시아 역사에 대한 연구 부족을 지적하면서 세계사 전반에 관한 논의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자연의 해석자』는 과학자이자 지리학자, 탐험가인 훔볼트의 일대기를 종합적으로 저술한 훔볼트 평전이다.


스무살의 젊디 젊은 저자를 발굴, 과감하게 단행본을 내놓았던 에코리브르는 『장소의 운명』(에드워드 S. 케세이), 『국경 없는 세계에서 지역의 힘』(헬무트 버킹), 『영화로 보는 이주민과 다문화 사회』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소의 운명』은 서양 현대 사상에 깊이 잠들어 있는 ‘장소’를 다시 한 번 철학적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 재조명하는 책이다. 『국경 없는 세계에서 지역의 힘』은 세계화와 로컬 문화에 대한 진단으로, 글로벌 논의가 어떻게 로컬 문화로 극단적인 이동을 보이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열린책들은 『일본의 대외 전쟁』(김시덕), 『성장을 넘어서』(허먼 데일리), 『전문가의 독재』(윌리엄 R. 이스털리), 『대분열』(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는 왜 존재하지 않는가』(가브리엘 마르쿠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은행 개발 원조 파트에서 16년간 일한 저명한 개발 경제학자 윌리엄 R. 이스털리는 서구의 메시아적 대외 원조가 과거의 식민주의적 오만의 재탕이라고 비판하며서, 하향식 거대 원조보다는 상향식 경제 개발이 훨씬 효과적으로 빈곤을 퇴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연소 철학 교수 타이틀을 거머쥔 독일 철학계의 신성 가브리엘 마르쿠스의 책은, 독일에서 16주간 베스트셀러에 있었던 책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대가의 솜씨를 자랑하는 사유 실험’이라고 이 책을 평했다.
 

열화당은 프랑스 미술사학자 르네 위그의 『보이는 것과의 대화』 , 고고학자 지건길의 역작 『한국 고고학 100년사: 1880-1980』, 건축학자 손세관의 『20세기 집합주택을 말하다』 등을 목록에 올렸다. 르네 위그의 책은 미술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우리의 삶에 어떤 본질적 중요성을 가지는지를 역사·문학·철학 등 광범위한 탐구에 토대를 두고 밝혀낸다. 지건길의 책은 19세기 말 일본인들에 의해 근대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게 된 고고학의 100년 역사를 명쾌하게 정리한 책이다. 한국 고고학의 발자취와 성과를 주요 발굴작업의 도면·사진과 함께 정리했다.


이학사는 루크거 뤼트케하우스의 『탄생 철학』, 존 롤즈의 『공정의로서의 정의』, 안토니오 네그리의 『제헌 권력』을 내놓는다. 『탄생 철학』은 플라톤 이래로 2천500년 동안 이어져온 죽음 중심의 철학에서 벗어나 탄생을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삼는 탄생 철학의 기초적인 윤곽을 그린 책이다. 특히 이 책은 탄생에 대한 물음이 우리 존재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생명과학과 의료 기술이 권력을 장악해가는 오늘날 사멸성에서 탄생성으로 나아가는 철학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한나 아렌트의 ‘탄생성’ 개념이 책의 중심에 놓여 있다. 네그리의 책은, 그가 『제국』의 출간에 앞서 정치에 대한 자신의 사유의 정수를 갈무리해 내놓은 책이다.


지리학 분야에서 굵직한 책들을 출판해왔던 (주)푸른길은 『개도국의 지리학』(글린 윌리엄스 외), 『1950년대, 현 지리교육의 역사적 기원을 읽다』(안종욱), 『이주 주요 개념』(데이비드 바트람 외), 『사회정책의 혼종성과 다양성』(김의영 외), 『분쟁의 세계지도』(이정록 외) 등을 챙기고 있다. 안종욱의 흥미로운 책은 현 지리교육과정, 고등학교 지리교과의 내용체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변화를 겪으면서 현재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이유는 무엇인지 고찰하기 위해 지리교육과정의 내용과 체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시기를 찾아 교육과정의 변화와 사회의 관련성을 분석한다.


역사 대중화의 선두 주자인 푸른역사는 『한국대중예술사, 신파성으로 읽다』(이영미), 『신여성, 개념의 역사』(김경일), 『한국고대사-한국역사연구회 시대사총서 01·02』를 준비하고 있다. 이영미의 책은 식민지시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한국대중예술사를 ‘신파성’이라는 관점으로 고찰한다. 소설, 대중가요, 영화, 만화, 방송드라마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신파성’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주됐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살핀다. 사회학자 김경일의 책은 신여성의 개념과 실체에 관해 지금까지 제기돼온 질문과 문제들에 답하고 있다. 신여성 개념의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세대에 따라 근대 여성을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고 여기에 이념의 차이를 고려한 유형화를 시도한다.


교육학과 심리학 분야 터주대감인 (주)학지사는 『한국 전통 상·장의례의 상징성』(이부영 외), 『의식과 변용』(켄 윌버 외), 『영재상담: 이론과 적용』(이신동 외)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 정통 상·장의례의 상징성』은 전통적인 유교적 상·장례와 전통 상·장례에 수반돼 연출되는 우리나라 진도 특유의 민가 연희 ‘다시래기’에 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를 다룬 책으로, 죽은 자들의 넋을 보내는 제의의 심리학적 의미를 융의 상징 이해의 방법에 따라 충실히 전달하고자 한다. 『의식의 변용』은 통합의식 연구와 통합사상 분야의 최고 석학인 켄 윌버와 하버드대 의대의 잭 앵글러 등이 집필한 정신의학적 접근과 명상정관적 접근에 의한 심리치료와 의식의 성장 변화와 변용에 관한 책이다.


저력 있는 사회과학 출판사 한울엠플러스(구 도서출판 한울)는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 과정』(니콜라스 조지스쿠로젠), 『저항은 예술이다』(제임스 제스퍼),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사회적 국가』(홍준기), 『한국 사회적 경제의 역사와 전망』(신명호 외), 『역사 선언』(조 굴디 외), 『사회적 경제의 사회학』(이재열 외), 『한국의 사회과학 개념사』(김상배 외) 등을 선보인다. ‘사회적 경제’, ‘사회적 국가’와 관련한 지적 탐색이 눈에 들어온다.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 과정』은 열역학의 엔트로피 법칙을 경제 과정에 적용한 책으로, 매우 중요한 주제이긴 하지만 그만큼 난해하다는 평이다. 특히 『한국의 사회과학 개념사』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데, 한국 사회과학의 주요 개념들에 대한 수용과 변용의 과정을 분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적 인문·사회과학 출판을 표방하고 있는 창비는 역사, 영화비평, 문학, 지리, 인류학 등에서 신간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주의 길들이기』(장문석), 『조선영화란 하오』(백문임 외), 『중국의 초상』(쑨거),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데이디브 하비), 그리고 『자살폭탄테러에 대하여』(타랄 아사드) 등이 목록에 올라 있다. 역사학자인 장문석의 책은, ‘자본주의는 이윤추구와 경쟁만을 덕목으로 삼는다’라는 통념에 반하는 역사적 사실을 20세기 초 이탈리아사를 통해 드러내는 역사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17세기 태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가족, 국가, 종교 등 ‘비자본주의적 요소’를 보호하며 자신의 효율성과 정당성을 갖춰왔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가 비록 현대에 이르러 탐욕스러운 신자유주의로 변모해가지만, 그 본연의 ‘공정함’과 ‘도덕성’은 복원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책세상은 『역사전쟁,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김정인), 『도서관과 작업장: 지식자본주의 시대, 사회민주주의는 가능한가』(옌뉘 안데르손), 『텔레마코스 콤플렉스: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마시오 레칼카티), 『비스켄슈타인의 철학』(이영철) 등을 내놓는다. 김정인의 책은 20여년에 걸친 역사전쟁의 궤적을 정리한다. 각 국면의 논점과 역사 인식의 실체가 무엇인지 등 역사전쟁의 현장, 전선, 이데올로기를 분석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성찰적 역사인식과 ‘역사 대화’를 촉구한다. 『도서관과 작업장』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10여년 동안 지식경제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라 풍미했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함께 위상이 곤두박질친 ‘제3의 길’ 프로젝트가 역사에 남긴 흔적을 짚는다.


현실문화연구가 선보일 책은 『해방된 관객』(자크 랑시에르), 『소리의 정치: 조선의 극장과 제국의 관객을 상상하기』(이화진), 『애드호키즘』(찰스 젠크스·네이선 실버), 『양식의 문제: 장식사를 위한 정초』(알로이스 리글), 『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김미덕), 『공간 침입자』(너멀 퓨워) 등이다. 『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은 한국 페미니즘에 붙은 다섯 가지 오해에 대한 페미니스트 정치학자의 해명이다. 여성주의가 젠더정치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언들도 담고 있다. 『공간의 침입자』의 저자는 그동안 소수자들이 배제돼왔던 학계, 공직, 예술계에 소수자들이 진입했을 때 벌어지는 문제를 ‘특권의 프리즘’을 통해 살펴본다. 소수자의 진입에 존재론적 ‘공모’가 있었으며, 그래서 조직의 전복이 일어나기보다는 동화의 압력에 놓이게 된다는 시각이 비판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휴머니스트는 인문, 역사 외에도 과학 쪽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올해 내놓을 예정 목록에는 『협상』(김연철), 『면화의 제국』(스벤 베커트), 『한국 역사학의 기원』(신주백), 『대학의 역사』(김정인), 『지식 정치와 지민의 탄생』(김종영), 『상상력과 과학기술』(이상욱), 『신의 입자』(레온 레더먼 외) 등이 올라 있다. 『디지털 사회론』(백욱인) 연작도 기대된다. 신주백의 책은, 한국 역사학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식민사관 논쟁은 물론이고, 현재 유행하는 다양한 역사학의 흐름이 본질적으로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그 뿌리를 캐는 책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역사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역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시사점을 제공한다. 김종영의 책은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황우석 사태, 4대강 문제, 광우병 촛불집회 등 지식과 한국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다룬 것으로, 시민 지성이 한국 사회의 각종 이슈에 접근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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