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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호 새로나온 책
828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4.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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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서사의 해석에서 시작되며, 그를 위한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열어갈 때 시작된다. 그 해석은 우리에게 거듭 새로운 이해를 드러내며, 그 시대의 시간을 새롭게 설정한다. 해석학의 철학은 이를 위한 새로운 사유를 지향한다. 근대를 때늦게 수용했지만 근대가 과잉으로 작동하는 역사의 모순 한가운데 놓인 우리의 경험은 어떻게 철학적으로 수용되는가. 냉전체제의 반공 이데올로기의 피해자이면서 여전히 그 역기능에 허덕이는 우리의 철학은 결코 유럽적일 수가 없다. 그것은 해석학적 철학의 본질을 거스르는 철학의 배반에 지나지 않는다.”
-신승환 가톨릭대 교수, 『해석학: 새로운 사유를 위한 이해의 철학』(아카넷, 2016.4) 중에서

 

 

거대한 단절: 1만6500년 동안 신세계와 구세계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피터 왓슨 지음, 조재희 옮김, 글항아리, 828쪽, 38,000원
신세계를 폄하하던 서구 중심 사관에서 벗어나 라틴아메리카 세계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 기원전 1만5000년, 아프리카에서 진화해 지구 곳곳에 정착한 초기 인류는 시베리아에 도착했다. 이후 빙하기가 끝나고 바닷물이 들어차 베링해협이 되면서 두 세계는 단절됐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까지, 1만6500년 동안 두 세계는 서로를 의식하지 못한 채 각기 다르게 문명을 일궈왔다. 저자는 구세계와 신세계, 그리고 기원전 1만5000년과 기원후 1500년을 나눈 ‘거대한 단절’을 탐구한다. 여러 사례와 근거를 바탕으로 두 세계의 역사·종교·정치·기후·문화·사회·언어를 비롯한 인류사 전반을 비교하는 놀라운 작업을 한 권에 담았다. 처음에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던 인류가, 신/구세계로 나뉘어 각각 엘니뇨와 몬순 기후에 영향을 받아 ‘수렵-채집’과 ‘유목-농경’으로 발전하게 된 여정을 관찰한다.

 

과학의 망상, 루퍼트 셸드레이크 지음, 하창수 옮김, 김영사, 524쪽, 22,000원
세상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이미 이론적으로 해결됐다고 여기는 과학의 태도를 비판하며 현대 과학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요 10가지 도그마를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검증한다. 세계는 물질적이거나 물리적인가? 세계는 생명 없는 물질로 만들어진 기계이며, 자연은 목적이 없는가? 정신은 뇌 안에 얽매여 있으며, 뇌의 작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가? 코네티컷대 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유물론과 기계적 과학으로 대변되는 현대 과학의 문제점을 독자 스스로 깨닫고, 보다 자유로운 탐구정신을 갖출 수 있도록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사상의 변천과정과 문제들, 주요 사상가들의 과학철학 흐름과 쟁점을 한눈에 파악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자연의 체계들은 이전에 존재했던 자신들의 모든 종으로부터 집단기억을 물려받는다”는 저자의 형태공명 가설은 발생, 유전, 기억과 같은 생물학의 보편적 주제뿐 아니라 예지, 텔레파시, 영적 응시효과 같은 초자연적 주제들까지 아우르며 기존의 과학이 부정하고 도외시한 주요 질문에 새로운 답변을 제시했다.    

 

빈민법의 겉과 속: 근대 영국의 빈민 정책과 빈민의 삶, 김종일 지음, 울력, 285쪽, 14,000원
현대 복지국가의 시조이자 당대의 미니 복지국가를 함의한다고 평가되기도 하고, 빈민을 착취하고 지배 세력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사회 통제 수단으로 폄하되기도 하는 영국 빈민법을 다룬 책. 저자는 1834년 신빈민법 시행 전후 영국에 초점을 맞춰 빈민들의 삶을, 당시를 살았던 빈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데 공을 들였다. 당시의 열악한 농업 노동자와 도시 빈민의 삶의 모습, 공장과 탄광에서 힘든 노동을 해야 했던 빈민 아동들의 노동 실태까지 자세히 보여준다. 감옥보다 나을 것 없는 음식에, 강제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노역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빈민들의 삶과 노역소의 모습도 추적했다.

 

수소 폭탄 만들기: 20세기를 지배한 암흑의 태양, 리처드 로즈 지음, 정병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1,160쪽, 50,000원
1천여 건의 문헌과 증언을 바탕으로 퓰리처상 수상 작가 리처드 로즈가 20세기 냉전 탄생의 비화를 재구성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두 발의 원자 폭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켰다. 그러나 이것은 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었다. 수소 폭탄은 미국과 소련을 둘러싼 20세기 후반의 정치, 과학, 군사적 사안들이 충돌과 분열, 그리고 융합의 산물이었다. 강경파, 매파 정치가와 군인들은 적대국이 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해 전쟁 계획을 짰고, 과학자들은 새로운 과학 원리를 발견하겠다는 바람에, 자신의 과학적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욕심에, 그리고 애국심과 공포에 추동돼 수소 폭탄 개발에 뛰어들었다. 저자는 왜 이런 ‘어리석음의 비축’과 ‘공포의 균형’이 기원하게 됐는지 묻고 또 묻는다. 

 

여신의 언어, 마리야 김부타스 지음, 고혜경 옮김, 한겨레출판, 416쪽, 50,000원
주로 기원전 7000년경부터 기원전 3500년경까지의 유물을 통해 ‘올드 유럽’의 여신 전통 문명을 보여주는 한편, 그 이후에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여러 여신 전통의 흔적들을 설명하고 있다. 1천여 컷의 이미지 자료와 그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발굴 자료의 사진이나 그것을 그림으로 복원한 것들이다. 의미에 따라 상징군으로 나눠 독자들이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한다. ‘생명의 부여’, ‘재생과 영원한 세계’, ‘죽음과 재탄생’, ‘에너지와 흐름’이라는 네 개의 큰 갈래 안에 V자 문양, 지그재그 문양에서부터 뱀, 양, 곰 등에 이르기까지 28개의 작은 갈래로 나눠 그 상징들을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책의 뒷부분에는 상징 용어 해설, 여신과 남신의 유형과 그 역할, 연대표, 지도 등이 부록으로 구성돼 있어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 왔는가, 제이컵 솔 지음, 정해영·전성호 옮김, 메멘토, 472쪽, 22,000원
회계는 책임을 묻고 평가하기 위한 도구다. 그러나 오용하면 사기의 도구로 전락한다. 일찍이 이탈리아 르네상스나 네덜란드 공화정처럼 투명한 회계 시스템을 갖춘 사회는 번영했고, 1929년의 대공황과 2008년의 금융위기처럼 부실한 회계는 사회를 붕괴시켰다. 도로를 건설하건 전쟁을 하건,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도자들은 국가의 자산을 추적하고 정치를 관리하기 위해 회계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회계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왔는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미천한 수준이며, 우리는 여전히 위험할 정도로 회계에 대해 무지하다. 역사학자이자 맥아더 ‘지니어스’상 수상자인 저자는 수천 년에 걸친 인류 역사에서 회계가 어떻게 왕국과 제국과 전체 문명을 형성해왔는지를 연구해왔다. 최근 역사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이 책은, 점점 더 투명해지고 상호 연결된 이 세상에서 어째서 책임성 있는 회계가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인지를 보여주는 정치경제사 분야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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