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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출판부, 올해 어떤 책 내놓을까?
대학출판부, 올해 어떤 책 내놓을까?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4.27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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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부터 유학·지역학까지 … 동서고금의 역사와 지식을 챙긴다

 

한국 대학출판부들이 오는 5월 이후 준비한 책들은 무엇이 있을까. 한국대학출판협회가 펴내는 서평집 <시선과 시각>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출판부를 대상으로 5월 이후 출간 계획을 들어봤다. 11곳의 대학출판부에서 회신을 줬다.

가톨릭대출판부는 6월 『헬스케어 영성2』(마크 콥 외)를 준비하고 있다. 이 책 제목이 말하듯 올해 1권이 나왔다.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한 ‘영적 돌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책은 의학적 치료 이상의 ‘온전한 치유’가 가능한가를 묻고 있다. ‘가톨릭’이란 틀로 책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돌봄의 차원에서 눈여겨볼 수 있는 책이다. ‘영성(spirituality)’ 개념을 보건의료 체계에 통합시키니 위한 노력의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전인적 치유와 회복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으니, 시의성 있는 작업으로 봐야겠다. 원서는 옥스퍼드대출판부에서 발간돼, 영적 돌봄 분야의 세계적 표준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정신적 불안을 치료하기
경북대출판부
가 내놓을 책에는 『러시아어와 감정의 토포스』(이기웅), 『중국경제사』(타카시 오카모토 편), 『철학실천: 철학실천의 개념과 심리치료에 대한 입장』(다니엘 브란트) 등이 눈길을 끈다.
『러시아어와 감정의 토포스』는 5월 초 선보일 예정인데, 이 책은 감정에 대한 일반 이론을 바탕으로 러시아 언어-문화 공간에 특징적인 감정의 토포스들을 분석·기술한 문화 의미론 연구서다. 『중국경제사』는 최신의 연구성 과를 토대로, 선사시대부터 개혁·개방 시기까지 중국 경제의 발전과 쇠퇴, 경제제도의 추이를 상세히 기술한 책이다. 각 시대별 세재, 토지제, 호적제, 화폐제와 그 유통을 비롯해 농업 기술 및 인구 이동 같은 사회 변동까지 빠짐없이 다루면서 분열과 통합, 확산과 집중을 반복해온 초대국 중국의 경제를 역사적 시각에서 부감한, 일본 및 국내 역사학계 최초의 중국경제통사라는 점이 특징이다. 철학이 치유의 학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듯한 『철학실천』은 1980년대 초 게르트 B. 아헨바흐가 창안한, 전문적인 삶의 기예를 갖추는 데 도움을 주는 새로운 형태의 정신치유법인 철학실천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철학실천은 오늘날 심리학이 신경과학으로 전환되고, 심리치료가 유형화된 진단과 처방에 집중함에 따라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정신적 불안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하는 데 대한 반성에서 나왔다.
 

남명학을 파고든 경상대출판부는 5월에 『남명의 심학: 남명학파의 「신명사도명」 계승과 마음공부』(전병철), 『노자권재구의』(임희일)를 내놓는다. 남명 조식의 학문과 사상을 ‘敬義之學’으로 요약한다면, 그 내용을 함축해 놓은 것이 그림으로 그려진 「신명사도」와 명문으로 표현된 「신명사명」이다. 『남명의 심학』은 남명이 추구한 마음공부의 전체적인 설계와 상세한 과정을 본격 연구한 학술서다. 조선시대 강우지역 학자들이 남명의 「신명사도명」을 계승하기 위해 학술 및 문학의 양 측면에서 노력한 사실들을 남명학파의 역사적 전개와 연관해 살펴낸다. 『노자권재구의』는 좀 더 흥미로운 책이다. 조선조 국가가 공식적으로 발간한 노자 주석서이기 때문. 중국 송나라 임희일이 저술한 노자의 주석서를 조선시대에 판각해 엮은 책이다. 임희일이 저술한 『노·장·열 삼자구의』 중의 하나로, 말로 설명하듯이 쉽게 서술한 ‘구의체’ 문장으로 풀어서 엮은 것이다. ‘초학자들이 이해하기 쉽다’는 평을 받으면서 동양 삼국에서 널리 읽힌 책이다. 번역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계명대출판부가 내놓을 책 중에는 『소셜 미디어와 한국의 미디어 정치』(탁진영), 『최한기 측인론 연구』(김영찬), 『유학의 경영철학』(권상우) 등이 흥미롭다. 탁진영의 책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사이버 선거캠페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더불어 소셜 미디어와 한국정치의 발전이라는 함수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을 보조하는 정치도구로서 소셜 미디어가 가진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 점이 기대된다.
『최한기 측인론 연구』는 전근대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에 활동한 대표적인 실학자이자 기철학자인 최한기를 본격 조명한다. 이 책은 최한기의 인간론의 핵심적인 부분을 연구한 것으로, 최한기 기학의 측인사상을 통해 대인지각에 대한 토착적 이론정립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한국학의 지평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이는 작업이다. 『유학의 경영철학』은 한국의 전통사상인 유학과 기업경영의 융합을 시도한 책으로, 유학사로부터 경영철학을 읽어내고, 현대 기업 경영에 그것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漢韓大辭典(전16권)』의 관록을 자랑하는 단국대출판부는 『남북한 역사·사상·법제·정치·외교·통일 문전: 국내외 저술들의 분류와 해설』(김학준)을 준비하고 있다. 워낙 방대한 분량의 총서(전 7권)라, 올해를 넘겨 내년 초쯤에 나올 수도 있다. 고조선의 성립에서부터 중세, 근세, 개항, 일제강점, 정부 수립, 정전 협정, 1972~1992년, 그리고 현재까지를 모두 엮어낸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서울대출판문화원의 도서목록에 오른 책은 일단 제목부터가 ‘지적 호기심’을 톡톡 건드린다. 『인공물의 진화패턴』(이정동 외), 『패권의 비밀』(김태유 외), 『베이징 스모게돈』(김성일), 『조선시대 소설의 생산과 유통』(정병설) 등이 그렇다. 『인공물의 진화패턴』은 인간이 만든 제품의 진화계통도를 구축하고, 역사적 변천을 추적함으로써 인간의 창의성이 어떻게 발현되는 것인지, 미래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새로운 관점에서 제시하는 책이다. 『패권의 비밀』은 인류의 경제사회를 농업, 상업, 산업사회로 구분하고 각 사회별 세계를 이끌었던 경제적 패권 국가들의 성쇠를 다룬 책이다. 기존의 역사학과 경제사학의 실증적인 연구 성과를 활용해 1500년 이후 등정한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의 사례를 살펴본다. 세계적인 환경 전문가가 쓴 『베지잉 스모게돈』은 중국의 환경오염, 특히 최근 극심해진 대기오염 원인과 실태를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선시대 소설의 생산과 유통』은 전통시대의 소설유통에 대한 종합적 연구라는 의의와 함께 고전소설 문헌학의 대체적인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을 미덕으로 꼽을 수 있다.

존 롤스의 정의론과 아마티아 센의 정의론
출판부 창립 40주년을 맞아 독특한 기획공모전을 진행했던 성균관대출판부는 시의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책들을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민주주의 다양한 유형들』(아렌트 레이프하르트), 『대만의식 대만문화』(황쥔지에), 『목간과 고대 일본의 서울, 헤이조쿄』(사코 마코토), 『혜강 최한기 연구』(이우성 외), 『조선 연행사와 조선 통신사』(후마 스스무), 『과거제도성립사 연구』(하원수), 『동양미학예술산책』(조민환) 등이 예정돼 있다.

미국정치학회장을 지낸 아렌트 레이프하르트는 민주주의 비교연구의 권위자로, 협의체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개발한 정치학자다. 그는 이 책에서 합의민주주의와 다수결민주주의를 상호 비교하면서, 양 차원에서 1945년부터 2010년까지 서른여섯 개 국가의 민주주의 상황과 그 모델들을 면밀히 검토했다. 정치 환경이 다당데로 뒤바뀐 한국정치의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만의식 대만문화』는 대만대 인문사회고등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황쥔지에 교수가 명청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만을 둘러싼 역사적 사건들을 소재로 대만 지식인들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명저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제도성립사 연구』는 중국 唐代 과거제도 출현에서부터 정착하기까지 과정을 면밀히 추적, 검토한 책이다. 과거가 단순히 통일제국의 중앙정부에 의해 하향적으로 강제된 관료 선발제도가 아님을 밝혀냈다.

성신여대출판부는 『중국문학이론비평사-명대편』(유택), 『다문화의 이해』(이자원 외)를 곧 내놓는다. 특히 『중국문학이론비평사』 ‘명대편’은 ‘선진편’, ‘양한편’, ‘위진남북조시기’, ‘수당오대시기’에 이어 내놓은 다섯 번째 결실이다. 복고주의와 반복고주의가 흥기했던 명대 문학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설명했으며, 명초의 문학이론비평과 복고주의 운동, 동심설의 이지 및 공안파와 경릉파의 문학이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다문화의 이해』는 좀더 현실적인 책이다. 한국형 다문화 가정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 자녀들이 지역사회의 의미 있는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 교재로 집필됐기 때문이다.
 

이화여대출판문화원은 8월까지 『한국현대철학, 그 주제적 지형도』(정대현), 『한국형 공공외교 평가모델』,(조기숙 외), 『사라지지 않는 예술, 무용 이론을 말하다』(이화여대 무용학연구소 편), 『현대문용사상연구: 표현과 해체』(김말복 외) 등을 선보인다. 『한국형 공공외교 평가모델』은 ‘이화공공외교총서’의 첫 권으로 새로운 외교분야인 공공외교의 다학문적 접근을 다루고 있다. 『현대무용사상연구: 표현과 해체』는 20세기 현대 서양무용예술의 흐름을 당대의 시대사상과 연결해 살펴보고, 그 핵심이 되는 예술적 가치와 이념들을 ‘표현과 해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술한 연구서다.
 

전북대출판문화원 도서목록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이상평전』(이보영)이다. 일찍이 염상섭 연구로 국문학계의 시선을 모았던 원로 문학연구자인 이보영 교수가 이상의 삶과 문학을 어떻게 읽어냈을지 궁금하다. 작가로서 이상의 개인사는 정신적 발전 과정의 문제사와 다름없다는 저자의 시각이 가닿은 ‘평전’은 어떤 모양을 취할까. 이외에도 『한국의 공연문화』(김익두), 『서양문학정전』(고규진) 등이 예정돼 있는데, 전자는 무당굿놀이, 제주도 민속극 심방놀이, 판소리 등을 ‘공연문화’ 지평으로 옮겨와 방법론에서부터 공연학적 비전까지 모색한 야심찬 책으로 읽힌다. 후자는 문학정전을 둘러싼 일체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점검하면서, 다매체·다문화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시대에 전통적인 문학정전의 의미를  재검토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출판문화원은 10월과 12월쯤 흥미로운 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의의 개념』(아마티아 센)과 『아프리카 언어와 국가 정체성』(앤드류 심슨 외)이 그렇다. 센의 책은 롤스에 대한 비판적 계승을 통해 자신의 정의론을 전개한 센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센은 롤스의 정의론을 가리켜 초월적 제도주의의 한계와 폐쇄성을 읽어냈다. 그래서 센의 정의론은 하나의 완벽한 정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존재하는 부정의를 제거하거나 어떻게 부정의를 개선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법과 제도를 중심으로 정의에 대한 이상적인 관념을 찾는 대신 인간과 사회의 실제 현실에 주목하면서 제시되는 대안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대안을 찾아가는 비교의 형태를 취한다. 『아프리카 언어와 국가 정체성』은 2천100여개의 언어(전세계 언어의 30%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리카의 언어와 사회 문제를 파헤친 흥미로운 책이다. 총 17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북부, 동부, 서부, 남부, 중부 등 5개 권역에서 신정한 주요 16개국의 언어상황과 언어사용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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