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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학개혁, 플랜B 안 보인다
[기자수첩] 대학개혁, 플랜B 안 보인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4.25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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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 연말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프라임·코어·평생교육단과대학육성사업에 2천7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했다. 지원금액이 커진만큼 교육부가 추진해온 대학구조조정의 강도는 한층 더 높아졌다. 2천억원이 걸린 프라임(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의 경우 취업 전망이 어두운 인문·사회계열의 정원을 이공계로 이동시키도록 유도하고, 구성원 합의과정을 평가지표에 추가했다. 교육부는 프라임사업 등을 통해 취업과 진로 중심의 학과로 대학을 전면 개편할 것과 신기술·직종, 융합전공 등 창조경제·미래 유망산업을 중심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할 것을 대학에 요구했다. 

▲ 최성욱 기자

교육부는 2023년이 되면 고졸자 수가 현재의 대학입학 정원보다 대략 16만명 이상 적어진다는 인구통계와 이를 내버려둘 경우 지방대가 고사될 거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대학구조조정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 교수들은 교육부 정책에 반대의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할 수 없는 통계를 보더라도 대학에 들이닥칠 위기는 6~7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교수들이 교육부 정책에 불신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교육부의 처방에 ‘플랜 B’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북의 한 사립대 인문계열 교수는 “인문·사회계열 정원을 대거 이공계로 이동시키면 당장의 취업난은 일부 해소할 순 있겠지만, 이공계를 확대한만큼 늘어난 교육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학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공계 분야 인력 수요에 변동이 생기면 그땐 또다시 지금처럼 관련 학과를 우후죽순 만들고, 정원을 대거 이동시킬 것이냐”고 반문했다. 

현재 시점에서 국내 사립대 법인의 재정투자 여력을 감안하면 추가 교육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두 가지다. 정부 재정지원을 받거나 등록금을 올리거나.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대학이 사회에 추가비용을 청구하는 일이다. 만약 추가비용을 상쇄할만큼 성공적인 개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교육부가 대학개혁의 ‘플랜B’를 가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들게 하는 대목은 또 있다. 교육부가 취업 중심 대학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정부 재정지원사업 ‘중간평가’다. 현행 중간평가는 사업 이행 여부와 재정의 쓰임을 위주로 평가할 뿐, 관련 사업의 연속성(혹은 영속성)을 위한 대학의 자체 재정자립 계획이나 노력은 평가대상이 아니다. 사업별로 재정을 분배하는 데 그칠 뿐, 대학이 자체적인 기반을 갖추는 데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정을 쓰는지는 평가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에선 교육부가 그저 대학에 돈 나눠주는 창구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예컨대 정부가 에이스사업을 한다면, 이전보다 질 좋은 학부교육이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실력있는 교수진 충원 등 인프라 구축의 마중물 격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 지원기간이 끝나면 대학 내 관련 프로그램도 종료되는 구조다. 교육부에 중간평가 시 재정자립계획을 평가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이럴 땐 유독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지원금을 사업목적에 맞게만 쓰면 된다”고 말한다. 교육부는 사업만 이행하면 된다는 식으로, 대학은 정부 재정만 의존하고 있으니 지금 대학재정이 과연 누구를 위해, 또 무엇을 위해 투입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교수신문>이 전국의 전임교수 5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개혁이 실패할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느냐’고 물었더니, 76.4%가 학생·학부모를 꼽았다. 이처럼 대학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과제다. 그런데 정부와 대학은 오로지 ‘취업만 잘 시키면 좋은 대학’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골몰한 나머지 대학 재정자립도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하다. 

부족한 대학재정은 으레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거나 학생·학부모가 등록금을 더 많이 내는 것(등록금 인상)으로 해결하려 하는 한, 대학은 2023년에도 위기에 빠져있을뿐더러 정부와 학생·학부모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처지가 될지 모른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지금 대학이 집중해야 할 건 정부 사업으로 한해한해 연명해 나가는 일이 아니라 재정자립의 기틀을 닦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에도 플랜B가 보이지 않는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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