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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학자들의 오해
과학사학자들의 오해
  • 교수신문
  • 승인 2016.04.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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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이것이 생물학이다 에른스트 마이어 지음 최재천 외 옮김|바다출판사|432쪽|19,800원

과학사를 정립하려면 많은 학자도 생물학을 오해하기 십상이었다. 1962년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가 출간됐을 때, 나는 그 책이 왜 그토록 큰 반향을 일으켜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쿤이 한 일이란 기존의 과학철학이 가지고 있던 비현실적인 명제들의 일부를 논박하고 역사적인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들도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생물학의 역사에서 대변혁이 과연 언제 있었으며, 쿤의 이론이 말하는 이른바 정상과학(normal science)이 언제 장기간 존재했는가? 내가 알고 있는 생물학사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1859년에 출간된 다윈의 『종의 기원』이 혁명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진화에 대한 개념들은 이 책이 나오기 한 세기 전부터 이미 있어 온 것들이었다. 또한 진화적 적응을 설명하는 중심 메커니즘인 다윈의 자연선택론은 『종의 기원』 출간 이후 한 세기가 지나도록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시기 동안에도 작은 변혁들은 있었지만 ‘정상’과학의 시기는 없었다. 쿤의 명제가 물리과학에는 통할지 모르나 생물학에는 맞지 않는다. 물리학의 배경을 갖고 있는 과학사학자들은 삼세기에 걸친 생명체에 관한 연구에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저자 에른스트 마이어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진화생물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20여년 간 하버드대 동물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현대 진화론의 성립에 큰 기여를 했다. 지은 책에는 『계통분류학과 종의 기원』, 『진화론 논쟁』, 『생물학의 고유성은 어디에 있는가』 등이 있다. 1997년 초판이 나온 『이것이 생물학이다』는 국내에는 2002년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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