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2:05 (목)
827호 새로나온 책
827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4.21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16년에 출간된 『렘브란트』도 바로 이러한 철학의 범주에 속한다. 그것은 예술사나 예술사회학이 아니고 렘브란트의 전기는 더더욱 아니다. ‘예술철학적 시론’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술의 철학이다. 마치 『돈의 철학』이 돈의 경제학이나 돈의 사회학 등과 같은 경험과학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돈의 철학이듯이! 『돈의 철학』에서 돈이라는 현상을 가지고 궁극적인 정신적 의미의 지층으로 측연을 던지듯이 『렘브란트』에서는 렘브란트라는 현상을 가지고 궁극적인 정신적 의미의 지층으로 측연을 던지고 있다.”
-김덕영, 「해제―삶과 예술 그리고 철학: 렘브란트와 예술철학적 모더니티 담론」, 『렘브란트: 예술철학적 시론』(게오르그 짐멜 지음, 김덕영 옮김, 도서출판 길, 2016.4) 중에서

동아시아 풍수의 미래를 읽다, 동아시아풍수문화연구회·서울대아시아연구소 엮음, 지오북, 400쪽, 24,000원
풍수는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와 함께 오랜 세월 축적되어 온 주거원칙이자 지리원칙이다. 풍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계나 일반인들에게 풍수에 관한 학술적 표준을 제시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대학의 풍수 연구자들이 동아시아풍수문화연구회로 뜻을 모아 풍수를 미래지향적인 학문으로 재정립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 책을 기획했다. 이 책에는 풍수에 관한 13편의 엄선된 논문을 수록했다. 경관생태, 문화지리, 종교학, 역사학, 지리학, 지도학, 건축학, 환경학, 지형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국, 중국, 일본의 풍수 전반에 관한 담론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풍수신앙, 매장문화, 태봉, 주거관, 건축풍수, 도시풍수, 환경풍수, 풍수산도, 풍수문헌, 일본풍수 등 주제 또한 다양하다. 현대의 학문적 기반 위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풍수의 미래 비전과 가능성을 모색했다.

■  엔지니어들의 한국사, 한경희·게리 리 다우니 지음, 김아리 옮김, 휴머니스트, 288쪽, 18,000원
정치와 경제의 관점이 아닌, 엔지니어와 기술의 관점에서 근현대사를 서술했다. 한국 엔지니어의 탄생부터 최근까지, 근현대사 속 한국 엔지니어들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혼란스러웠던 조선 후기부터 군사정권과 경제 개발, 민주화 운동과 재벌의 성장, 그리고 IMF와 21세기 탈추격 시대에 이르기까지, 엔지니어들의 역사 속에서 치열했던 우리의 자화상을 만날 수 있다. 엔지니어들은 무엇을 위해 일해 왔으며, 오늘날 엔지니어들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정치와 경제의 관점이, 기술사의 관점으로 엔지니어들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한국 엔지니어의 정체성과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돼 왔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1960∼1980년대 ‘헝그리 정신’이 통했던 시대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함을 환기시키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열고자 한다.   

재일’이라는 근거, 다케다 세이지 지음, 재일조선인문화연구회 옮김, 소명출판, 311쪽, 19,000원
근대일본이 형성되면서 발생한 재일의 문제는 단지 ‘在日’의 범주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가와 민족, 혹은 집·가족이라는 공동체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 문제라고 이 책은 말한다. 저자는 재일조선인 2세로 본명은 姜修次다. 필명인 다케다 세이지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竹靑」에서 따왔다. 와세다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과 세계가 관계를 맺는 방식’에 있어서 문학과 정치, 민족과 동화, 남과 북 등 끊임없이 이분법적 구도를 상정하고 어느 한쪽으로의 귀결을 종용하는 재일조선인사회 내부, 혹은 일본사회 안의 보편적 물음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당대 일본사회의 인식지평과 문화현상 안에서 재일조선인 청년들(2세대)의 고뇌와 현실 감각을 재일조선인 문학을 통해 점검하고자 한 이 책의 노력은 재일조선인 사회의 다양한 사유의 맥락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 글·사진 이정현·박대식, 자연과생태, 248쪽, 22,000원
양서류는 물과 뭍을 오가며 생활하는 척추동물로 다 자랐을 때 꼬리가 남는 도롱뇽 무리와 꼬리가 없어지는 개구리 무리로 나뉜다. 이 도감은 우리나라에 사는 양서류 모든 종(18종)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종수가 적은 만큼 많은 정보를 담으려 노력했으며, 60여 편에 이르는 연구 논문 및 보고서를 취합해 분류, 형태적 특성, 생태적 특성을 정리했고, 600여 컷에 이르는 많은 생태사진을 담았다. 양서류는 전체 종수가 적은 데 비해 3종이나 멸종 위기 야생생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수원청개구리(Ⅰ급), 맹꽁이(Ⅱ급), 금개구리(Ⅱ급)로 희소성과 서식지 특성을 대변하는 종이다. 물과 뭍 환경오염의 척도가 되는 무리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발표한 포유류, 조류, 양서류의 절멸(멸종) 비율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확인되는 양서류의 절멸 비율은 자연스러운 절멸 비율보다 최대 48배 이상 높다. 건강한 물과 뭍 환경이 유지돼야 하는데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때문이다. 

 

환자가 된 의사들: 고장난 신들의 생존에 관한 기록, 로버트 클리츠먼 지음, 김명신 옮김, 동녘, 488쪽, 19,000원
환자가 된 의사 칠십 여명을 심층 인터뷰한 질적 연구의 결과물이자 질병에 걸린 의사들의 지난한 생존과정을 기록하며 그들의 복잡한 내면을 탐구한 책이다. 그들의 내면을 고찰하는 것은 심리적·실존적 차원의 숙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구축하는 시스템의 파악과 반성으로 확장된다. 컬럼비아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인 저자는 의사가 된 환자들의 실존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형식의 서사를 선택했다. 삶의 마지막에 이른 그들의 고백은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본 문제에 관한 진중한 성찰이자 작금의 의료체계에 대한 반성, 오직 사람을 향해야 하는 의술의 지향점을 환기시킨다. 실증주의적인 의과학 철학의 한계와 생의학적 의학 모형의 한계를 반추하고, 현대 병원의 물리적·제도적 한계와 현대 의료제도와 정책의 한계를 환기시키고 있다.    

 

회화의 눈, 존재의 눈: 메를로 퐁티의 「눈과 정신」 강해, 조광제 지음, 이학사, 256쪽, 16,000원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회화에 대한 세 편의 글을 썼다. 「세잔의 회의」, 「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 그리고 「눈과 정신」이 그것이다. 철학자 조광제가 굉장히 압축적이고 난해한 「눈과 정신」의 전문을 번역해 읽어나가면서 그 의미와 내용은 풀어서 해설, 강의한 것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눈과 정신」은 ‘봄’을 문제의 중핵으로 삼아, 보는 자와 보이는 것 간에 어떻게 존재론적인 위력이 작동하는가를, 특히 회화의 세계를 중심으로 해명하는 책이다. 그러한 해명의 바탕에는 역시 그의 유고 작품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서 개진한 ‘살 존재론’이 깔려 있다. 메를로 퐁티는 존재 전체가 살로 돼 있다고 주장한다. 메를로 퐁티가 말하는 살은 감각 덩어리다. ‘봄’을 몸소 수행하는 자가 화가이고, 그 결과가 회화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메를로 퐁티의 회화론은 그 자체로 존재론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