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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중심부에 소외된 열등한 정체성 아니다”
“그것은 중심부에 소외된 열등한 정체성 아니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4.12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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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인문학연구소, ‘주변성’ 가능성 모색

우리말로 학문하기, 주체적 학문하기, 탈식민주의 등의 공통 열쇳말은 ‘유럽중심의 근대성 넘어서기’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부산대 인문학연구소(소장 김인택·언어정보학과)가 탐색에 나선 ‘주변성(Marginality)’도 이들 작업에 이어 과연 새로운 담론연구의 시민권을 얻을 수 있을까?
지난 1일 부산대 인문학연구소가 부산대 인덕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학술대회 「문화생태성의 복원과 또 다른 ‘세계/보편’의 가능성」이 눈길을 끈다. 연구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서구적 근대성·식민성의 비합리적 폭력과 억압에 의해 배제되고 ‘주변화’됐던 다양한 존재와 지식들, 문화적 가치들에 주목하며 주변(부)이 본래 지니고 있었던 문화적 생태성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


부산대 인문학연구소와 점필재연구소 인문한국(HK) 고전번역+비교문화학 연구단이 함께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3부로 나눠 진행됐다.
제1부에서는 중심-주변의 경계를 넘는 소통과 대화의 가능성과 서로의 다양성 및 차이를 인정하는 수평적이고 상호문화적인 정신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는 유럽중심주의 및 자민족 중심주의를 넘어 낯선 이문화를 ‘해석·번역’하고자 했던 폴 리쾨르와 앙트완 베르만의 사유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김정현 부산대 교수와 이영훈 고려대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사실 1부 논의는 ‘주변성’ 천착을 위한 이론적 말머리 성격이 강한 발표였다. 김정현 교수는 발표문 「폴 리쾨르의 인정이론과 문화들의 상호성」에서 ‘번역’와 ‘사이’에 착한해 리쾨를 읽어내면서, ‘정의로운 간격 ’이 유지될 수 있을 때 문화들의 상호성이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후설의 것이든, 레비나스의 것이든, 자기와 타자 사이에 상호성을 건립한다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을 비교하는 것’은 리쾨르가 번역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하는 것이다. 번역의 실천이 이러한 이론적 번역관, 혹은 번역적 정신을 전제하고 이루어질 때, 제대로 된 번역이 가능한 것처럼, 문화들 간의 진정한 상호성의 건립, 문화들의 상호 인정도 정의로운 간격을 유지하는 가운데 진행될 때, 바람직한 양상의 문화 교류와 관계 맺기가 이뤄질 것이다.”
이영훈 교수는 국내에 아직 깊이 소개되지 못한 앙트완 베르만의 문화전이론을 가져와 지식의 전승과 번역 문제를 따졌다. 그는 「앙트완 베르만의 문화전이론과 번역」에서 “한문고전 번역을 통한 전통의 계승, 개화기 이래 서구 문화의 주체적 수용, 더 나아가 전지구적 지식 이동에의 동참과 같은 현재적 요청과 마주한 우리로선 베르만의 전승적 번역 개념을 문화 번역에 대한 이론적 논의의 차원에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해 향후 논의의 발전을 위한 첫단추를 뀄다.


1부의 이론적 논의를 좀 더 깊이 끌고 들어간 2부에서는 식민화된 현재의 타자를 탈식민화하는 실천임과 동시에 현존하는 세계의 지배질서와 다른 새로운 세계질서를 상상하는 주변부의 목소리에 눈을 돌렸다. 이를 위해 하상복 부산대 교수와 김달관 단국대 교수가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근대적·식민적 체제 아래 억압 당해온 타자들의 해방을 지향한 주변부의 탈식민적 기획을 소개했다.
이어진 3부에서는 주변의 시선으로 서구문학 正典을 들여다봄으로써 중심과 주변의 탈경계적 가능성을 모색했다. 장정아 부산대 교수와 안장혁 동의대 교수가 ‘지금-여기’ 주변의 시선으로 보들레르와 괴테의 문학을 읽으며 ‘서구문학 정전’에 내재돼 있었던 탈경계적 가능성을 조망했다.


학술대회를 총괄한 김인택 인문학연구소장은 “이번 학술행사는 그간 연구소가 진행해온 ‘상호문화총서’, ‘우리시대의 고전읽기/질문총서’, ‘우리시대의 주변/횡단총서’의 성과를 학계에 확산시키고, 이를 번역학, 탈식민주의 및 서구문학 연구 등과 같은 학계의 연구 동향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번에 논의한 주변성은 중심부에 대비되는 소외되고 열등한 대상의 정체성을 가리키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그것은 오히려 스스로 경계를 횡단하고 다른 주변·로컬들과의 연대를 구축하며, ‘특수와 보편의 근대적 이분법’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세계/보편’을 제시할 새로운 주변성(Marginality)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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