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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경영철학 바탕으로 차세대 HT 선도대학 이끌겠다”
“수요자 경영철학 바탕으로 차세대 HT 선도대학 이끌겠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4.1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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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건의료 특성화로 ‘취업률 1위’ 놓치지 않는 조우현 을지대 총장

●일시·장소: 2016년 4월 4일 을지대(성남) 총장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보건의료 특성화대학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높은 취업률을 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대규모 종합대학의 시선에서 중소규모 보건의료 특성화대학은 일종의 자격시험 준비반으로, 몇 개의 단과대학을 꾸린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게다가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인기’가 갑자기 식을 염려도 없다. 이들 대학이 ‘취업률 1위’라는 성적을 낸다고 해도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결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구조조정이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중소규모 보건의료 특성화대학의 입지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미래 의료산업의 경우 인공지능 로봇이 본격 출현할 경우 일자리 대체율이 가장 큰 분야 중 하나다. 미국의 몇몇 암센터는 이미 의료용 로봇을 도입해 암진단 정확도 90%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에서 특정분야만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규모 대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보건의료 50년, 미래는?

▲ 조우현 을지대 총장(사진)은 중소규모 보건의료 특성화대학이라고해서 취업률이 자연히 오르는 것은 아니라며 급변하는 대학가에서 '작지만 큰 대학'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은 고민은 내년이면 개교 50주년을 맞이하는 보건의료 특성화대학인 ‘을지대’가 당면한 과제다. 대학평가가 도입된 이래 취업률 상위권을 놓쳐본 적 없는 을지대가 지난해 8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성적을 받았다. 을지대 구성원들은 정원감축 계획을 내놓지 않은 데 따른 ‘평가지표의 문제’일 뿐, 보건의료 특성화 교육이라는 50여년의 전통은 끄떡 없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D+등급’이라는 성적표가 무색하게도, 을지대는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서 취업률 78.0%로 ‘다’그룹(졸업생 1천~2천명) 1위를 기록했다.

을지대의 취업률은 물리치료학과가 94.0%로 가장 높고, 의학과 91.5%, 간호대학 84.6%, 보건과학대학 82.5%이 80% 이상의 취업률을 달성했다. 특히 을지대는 간호사 국가시험에서 15년 연속 100% 응시, 100% 합격이라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도 1급 응급구조사 국가시험에서 5년 연속 응시생 전원이 합격하고 있고, 올해는 의무기록사(대전 캠퍼스), 안경사, 물리치료사도 국가시험 100% 합격했다.

지난 4일 연분홍빛 벚꽃이 흐드러진 을지대 성남캠퍼스에서 조우현 총장(64세·의료경영학, 사진)을 만나 중소규모 보건의료 특성화대학의 생존전략(!)을 물었다.  

△2013년 8월 취임한 이후 임기 중반을 넘어섰다. 그간 대학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공약은 무엇이었고,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평가하나? 

“나는 대학행정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생각은 ‘수요자 경영철학’이다. 대학의 주된 고객이 학생, 학부모라면 더 넓게 보면, 산업체, 기업도 대학의 고객이다. 이런 분들이 기대하고 원하는 교육을 대학이 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총장 업무를 시작했다. 우리 대학의 교훈이 ‘연구하고 봉사하는 보건의료인’이다. 차별화된 교육을 하려고 했다.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를 기반으로 하는 병원 전산 시스템을 학내에 구축해 현장 적응 능력이 강화된, 문제해결형의 통합보건교육을 도입했다. 또 첨단의료기기 융합기술 개발과 지역산업 육성을 도모코자, 대학·정부·지자체 등으로부터 133억원을 조성해 바이오-메디테크 지역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여기에 학과 고유의 전공 특성을 고려한 전공맞춤형 진로설계 로드맵으로 실무 중심, 현장 위주 교육과정을 도입한 것 등이 대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을지대는 2010년도 대학정보공시에서 전국 4년제대학 중 취업률 1위를 기록한 이후 최근에도 ‘다’그룹 취업률 1위를 했다. 책임지도교수제, 취창업지원센터 등 체계적이고 다양한 취업지원정책이 있을 텐데 특히 ‘Advanced Career 관리시스템’이라는 특화된 취업지원정책이 눈에 띈다.

“Advanced Career 관리시스템은 학과별 특성을 반영한 취업동아리 프로그램이다. 현재 대전과 성남에 20개의 취업동아리가 활동하고 있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동기 부여, 취업 역량 증진을 위해 다양하면서도 특화된 취업지원교육을 취·창업지원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연말에는 지난 1년간의 활동 성과물로 프레젠테이션대회를 열어 학생들이 공유하고 시상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며 성장한 학생들은 취업준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취업동아리는 학과의 취업멘토 역할을 담당하고 졸업 후에도 후배들의 교육과 지원에 기꺼이 참여하는 선순환 체계를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을지대의 경우 중소규모의 보건의료특성화대학이라는 점에서 여타 종합대학에 비해 지표경쟁력이 있지 않았겠냐는 주변의 평가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해도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을 돕고 꾸준히 관리하는 건 간단치 않을 텐데.

“흔히들 보건의료 특성화대학이니 취업률이 당연히 높은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보건의료 특성화 대학은 전국에 셀수없이 많다. 유독 을지대가 취업률이 높은 이유는 아마도 학생들의 우수한 역량이 아닐까 싶다. 물론 우수한 인재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서 대학은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취·창업지원프로그램을 △커리어 탐색 △설계 △진입의 3단계로 분류한다. 학과에서는 전공맞춤형 진로설계 로드맵을 기반으로 실무 중심, 현장위주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책임지도교수제’를 시행해 1:1 맞춤형 진로지도를 해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취·창업지원프로그램의 예산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액해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학개혁, 교육부 아닌 대학이 주체”

△지난 2월 을지대는 학사구조개편(안)을 수립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보건산업대학을 바이오융합대학으로 바꾸고 이를 다시 바이오시스템융합학부와 보건복지융합학부로 나눴다. 이는 ‘기초교양교육’과 ‘융합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개편으로 읽힌다. 캠퍼스 이전계획을 포함해 총장이 그리는 을지대의 중장기 발전계획(정원 10% 감축 계획 포함)은 무엇인가?

“2007년 4년제 대학 통합 이후 보건의료 분야 특성화대학을 지향하면서 모든 학과가 ‘특성화’에 참여한다는 전제 아래 학사개편과 교과과정 개편을 했다.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특성화분야는 바이오, 바이오-메디테크, 의생명과학 분야지만, 사실상 모든 학과가 직간접적으로 여기에 초점을 맞춰왔다. 2008년에는 정책과제로 대학발전계획에 대한 본격적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 연구보고서에서도 2개의 보건의료 특성화 추진 전략 및 4개의 특성화 방향(의료기술분야, 바이오기술분야, 정보기술분야, 환경기술분야)을 제시한 바 있다. 2010년 경영 컨설팅 지원사업을 통해 최종 추천된 특성화 분야가 △의료서비스 △바이오-제약 △IT융합(u-헬스케어, 의료기기 등) △환경기술 △복지서비스 분야 등이었다. 후보분야로는 지식비즈니스서비스를 선정했다. 중장기적으로 제3캠퍼스 설립 추진 시 신설과정을 통해 학사개편을 진행하는 식으로 중장기발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대학구조개혁평가(D+등급)로 올해 정원 10% 감축이라는 뼈아픈 고통을 감수하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더욱 심화된 특성화 계획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보건의료 집중화와 바이오융합분야에 초점을 맞춘 건 이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계획이 을지대 비전인 ‘차세대 HT(Health Technology, 건강기술)를 선도하는 보건의료특성화 대학’을 실현하는 것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융합교육’이 강조된 3대 특성화 전략과 ‘기초교양교육 역량강화’가 강조된 것이다.”

△최근 대학교육도 변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이른바 ‘대학개혁’이 한창이다. 하지만 개혁의 바람이 대학이 아닌 교육부로부터 불어온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 바람의 진원지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평가’일 것이다. 대학개혁의 주체는 누구이어야 하며,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부 2023년까지 16만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대학들은 지난 1주기 평가결과를 두고 설왕설래다. 등급제는 대학을 서열화 하고 좋은 대학과 나쁜 대학이란 흑백의 논리가 언론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전달된다. 이런 과정은 대학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이득이 무엇인지, 손실은 없는 것인지 면밀히 재검토해야한다고 본다. 1주기 평가는 대학의 특성화를 염두하지 않은듯한, 마치 모든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한 평가라는 말이 많았다. 2주기 평가에는 대학의 특성과 규모를 반영한 평가가 필요하다. (평가보다는) 대학에 실질적인 지원을 해서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게 더 옳은 방향이 아닐까 싶다. 대학평가도 몇몇 평가위원에 의한 게 아닌, 대학 공동체로 구성된 단체와 교육부가 충분히 토론해서 결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조우현 을지대 총장은

1985년~2011년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를 지내면서 연세대의료원 기획조정실장, 강남세브란스병원 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 3월 을지의료원 원장(8대)을 맡았고, 같은해 8월 을지대 총장에 취임했다.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등 병원 전산시스템을 학내에 구축했고, 현장 적응능력이 강화된 문제해결형 통합 보건교육과 전공맞춤형 진로설계 등을 통해 2014년 취업률 1위(다 그룹)를 달성했다. 고령화 문제를 선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임상병리학, 의료공학, 미용학, 식품학이 융합된 시니어헬스케어학과를 대학원에 개설(2014년) 하는 등 시니어 전문인력 양성에도 깃발을 올렸다. 을지대는 신규 의정부캠퍼스와 경기 북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병원 개원을 통해 제3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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