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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大文豪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영국의 大文豪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다?
  • 교수신문
  • 승인 2016.04.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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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모험』 제임스 샤피로 지음|신예경 옮김|글항아리|540쪽|19,800원

 

셰익스피어가 공부한 과정은 오늘날의 학사 학위과정과 비슷했으며 일반적인
고전학과 전공 학생보다 라틴어 실력이 더 뛰어났음이 입증됐다.

셰익스피어를 상대로 제기된 가장 상습적인 비난 가운데 하나는 그가 그 희곡들을 집필할 만큼 충분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사람은 그가 정규 교육을 조금이라도 받았다는 기록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들이 빼놓고 말하지 않은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시대의 학생들에 관한 기록이 모두 소실됐기 때문에(그래도 교사들의 이름은 알려져 있고 튜더 시대의 마을 부속 예배당에 마련된 교실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당시의 어느 누구도 스트랫퍼드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와 동년배였던 런던의 출판업자 리처드 필드 역시 학교에 다녔다는 기록이 없으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상상해야만 할까? 아니면, 다른 스트랫퍼드 거물들의 아들들도 그중 일부가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가기 전까지 글을 읽지 못했을까? 학자들이 엘리자베스 시대 문법학교의 교과과정을 철저히 재구성해본 결과, 셰익스피어와 필드가 그곳에서 공부한 과정은―그리고 이들과 유사한 교육을 받은 수많은 연극 애호가들이 동종의 학교에서 배운 교육 과정은―오늘날의 학사 학위과정과 비슷했으며 일반적인 고전학과 전공 학생보다 그곳 재학생의 라틴어 실력이 더 뛰어났음이 입증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터무니없는 주장은 셰익스피어의 어휘가 문법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사람이 구사할 법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언어 연구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데이비드 크리스털이 입증했듯이, “셰익스피어가 영국 작가들 중에서 어휘력이 가장 풍부했다”는 신화는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셰익스피어가 무려 3만 개의 단어를 사용했다는 등의 인상적인 주장들이 공공연히 논의될 때도 많다. 만약 단어의 이형들(‘고양이’와 ‘고양이들’ 혹은 ‘말하다’와 ‘말한다’를 모두) 계산한다면 이 주장은 사실이다. 이형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그의 어휘는 2만 단어 정도였다. 이 숫자 역시 상당히 크지만 그의 희곡과 시에서 다뤄진 광범위한 주제와 현재까지 남아 있는 방대한 작품 수를(셰익스피어 전집에 사용된 어휘의 수는 90만 단어에 말한다) 고려한다면 그리 놀랍지는 않다. 또한 크리스털은 현대 영어에서 통용되는 약 100만 개의 단어 가운데 “대다수의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는 적어도 5만 개다”라는 점도 언급한다. 그런데 셰익스피어보다 두 배나 많은 실용 어휘를 사용하는 우리 중에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한 수준의 작품을 썼다고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문법학교가 제공한 교육과정에 대해 무지했던 탓에 회의주의자들은 그 희곡들의 진짜 저자가 당시의 관객들이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을 의도적으로 집필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다이애나 프라이스는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만약 셰익스피어가 “주로 글로브 극장의 일반 대중을 위해” 그저 글을 쓰고 있다면 “그 희곡들에서 그만한 교양과 학식이 무슨 소용일까?” 이런 생각은 속물근성이라기보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관람하기 위해 돈을 지불한 관객들이 얼마나 많은 내용을 쉽게 알아들었는지에 대한 빈곤한 이해력 때문이다.
셰익스피어가 당시에 일반적인 제한된 정규 교육을 받았다고 공격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사항을 더 무시하고 있다. 즉, 예나 지금이나 포부가 있는 작가들이라면 교실 교육이 끝나고 한참 뒤에 책과 외국어를 비공식적으로 공부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셰익스피어가 학교를 마치고나서 전문적인 작가와 배우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10여 년 동안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저자 제임스 샤피로는 컬럼비아대 영문학·비교문학 학과의 래리 밀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를 탐구하는 그의 새로운 방식은 멀리 줌아웃하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 아닌 ‘왜 그것을 생각하는지’에 주목하는 것이다. 지은 책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인생의 어느 한 해: 1599년』, 『맞수 극작가들: 말로, 존슨, 셰익스피어』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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