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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대학, 대학원 교육을 생각한다
격변하는 대학, 대학원 교육을 생각한다
  • 이동춘 동아대 명예교수·인간공학
  • 승인 2016.04.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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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이동춘 동아대 명예교수·인간공학
▲ 이동춘 명예교수

교육부 2016학년도 대학원 정원 조정 및 설치 세부 기준(안)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법상 4년제 대학 207개교 중 198개교(95.7%)가 어떤 종류든 대학원을 설치하고 있고, 일반대학원 182개, 전문대학원 215개, 특수대학원 812개 등 1천209개 대학원의 입학정원은 13만705명이다.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창의적인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원 수가 늘어나고 지원자가 많아지는 것 자체는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 증가가 전적으로 학문을 연찬하겠다는 학구열에 의한 수적 증가인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일반대학원이 182곳(88%)이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각 대학들이 일반대학원이 없으면 교수가 연구를 수행해 나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4년제 대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에서부터 비롯하지 않았는가 한다.

학문의 기초이론과 학술연구를 통해 연구·교수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구심적이 돼야 하는 일반대학원은, 교육부의 설치인가 기준을 더욱 높이고 후속 지도관리를 철저히 해 ‘너도나도 식’의 남발을 막고, 이미 설치된 대학도 충분한 능력이 안 되면 오히려 대학에 부담이 되는 정도가 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석·박사 후 취업이 잘되면 우수학생이 진학하고, 학부 취업률이 낮으면 취업 준비 과정의 학생이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프로젝트 수임이 많은 교수들은 등록금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대학원생들에게는 경제적 부담도 적다. 이러한 청년실업 문제로 대학원 진학자가 늘어나는 부분은 깊이 걱정해야 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한 일반대학원의 평가에서도 취업률을 더 많이 감안해야 한다.

215곳이나 되는 전문대학원은 설치목적과 운영특성이 분명하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대학원과 크게 차별화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일반대학원의 수업방식을 전일제로 전환하면 중복 설치된 학과나 전공이 훨씬 많아진다. 이는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좋은 수도권의 대규모 대학들에 더 심하다.

또 특수대학원이 812개나 된다는 것은 각 대학들이 설치에 제일 많은 공을 들인 결과다. 학문 분야가 다양하다고는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이름의 특수대학원과 학과가 백화점 진열식이다. ‘반값등록금’ 정책과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사전 충격 완화 정책’은 내일을 위해 오늘 감수해야 할 고통이기는 하나, 이제는 대학 재정의 긴축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교육 재투자 여력은 전혀 없어 교직원 인건비 동결은 물론 교수 신규임용도 극도로 자제하고 있으며, 충분한 자격을 가져도 시간강사, 강의전담 교수, 연구 전담 교수, 산학협력 교수 등 별별 직함을 붙여 계약직으로 대체하고 있다.

물론 법이 허용하는 바이고 고용하는 대학 측은 ‘인건비 절감을 위한 고육지책’이겠지만, 피고용자들로서는 비애를 느낄 정도의 불만 인사다. 그래도 그 자리가 쉽지 않음에 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국공립 대학, 수도권 대학, 대규모 대학에 비해 사립대학, 지방대학, 중소 규모대학은 훨씬 심각하다. 이에 대학들은 재정 확충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게 되고, 특수대학원의 설치·운영도 일정 부분은 여기에 기여하고 있다.

이 모두가 격변하는 현실에 살아남기 위한 자구노력에서 오는 변칙이요 모순이요 일탈이다.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하고, 대학 재정난 해소에 근원적 대책이 있어야 대학과 대학원 교육이 정상화 되고, 연후에야 질적 향상을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일찍이 管仲도 ‘衣食足而知禮節’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동춘 동아대 명예교수·인간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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