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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전담조직·인력 구축한 대학 절반도 안돼
기부금 전담조직·인력 구축한 대학 절반도 안돼
  • 이재 기자
  • 승인 2016.04.04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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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2015 고등교육기관의 기부금 모금·관리 운영방안」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진은 지난해 국내 대학가의 기부금 모금을 활성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12월 31일 교육개발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포지션페이퍼 2015 고등교육기관의 기부금 모금·관리 운영방안」(김지하, 김용남, 문보은, 이병식, 임후남)에 실렸다. 기부금 모금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학의 역할과 정부의 정책」제도적 지원방안이 제시됐다. 연구는 대학과 전문대학의 기부금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국내외 대학의 사례분석, 전문가협의회 등으로 진행됐다.

기부금 모금 인프라 구축(2014년 8월 6일~18일 이메일 설문조사)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 가운데 기부금 조성과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는 대학은 설문에 응답한 165곳 가운데 48.2%에 불과했다.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국립대학은 53.8%, 사립대는 61.5%, 전문대는 34.7%만이 전문부서가 있다고 응답했다. 전담조직 인력은 국립대학의 경우 5.43명, 사립대 3.46명, 전문대 1.96명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전문부서의 유무와 기부금 규모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전문부서가 있는 대학에서 기부금 규모가 크게 나타났다.

기부금 전담 조직이 없는 이유로는 ‘기부금 모금 및 운용 관련 업무 비중 미약(23%)’ ‘기부금 모금 운영부서 예산 부족(14.5%)’ ‘총장·대학임원의 중요성 인식 부족(1.2%)’ 등이 꼽혔다.

기부금 모금 사례(2012년 기부금 모집 상위 대학 16곳 담당자 집담회 및 방문면담)
동문회와의 협력을 통한 기부금 모금의 경우 동문 데이터베이스 관리와 대학과 동문사회의 유대사업 진행, 각 동문회간 교류활성화와 커뮤니티 구축, 후원회 구성, 사회 지도적 동문 인사 발굴 등이 모금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응한 A대학 관계자는 “도운관리에 대한 조직정비는 2005~2006년, 모금업무 강화는 2007년 이뤄졌다. 현 부서체제가 이전에 실장급에서 처장급으로 격상됐고, 이어 대외협력부총장제가 신설됐다. 부총장업무는 경영부총장업무로 일원화됐다. 현재는 처장체계로 업무가 정비됐고 인력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학은 모금부서에서 동문회가 보유한 동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모금 홍보활동을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이전에는 동문회와 모금조직 담당부서가 데이터베이스를 별도로 관리해 동문들이 ‘피로감’을 호소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동문과 담당부서가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해 운영하고 기부 경험이 있는 기존 기부자를 VIP 기부자로 구분해 관리해 기부율을 높였다.

이 대학 관계자는 모금 사업의 가장 기본은 동문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문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홍보도 할 수 있다. 기부상품 기획이나 개발은 차후의문제다. 우리는 그래서 동문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업뎅트하고 있고 VIP 동문은 따로 추출해 관리한다. 동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학교 소식지를 3만 5천부 발행하고 있고, 동문회보도 6만부 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홈커밍데이’나 동문초청 캠퍼스 나들이 캠페인 등 동문을 연대하고 결집시키는 각종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기부자 예우 및 사후관리(사례조사 16곳 프로그램 분석)
이미 기부를 한 기부자를 VIP로 예우하고 지속적인 기부를 이끌어내는 사후관리는 대학마다 달랐다. 크게 대학 내부 보유자원을 활용하는 방식과 대학의 법인이나 외부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나뉘었다.

내부자원을 활용한 방식은 도서관이나 평생교육원, 국제어학원 수강권을 할인하거나 교내 미술관, 박물관, 스포츠센터, 주차장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부자가 기부금 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개발한 대학도 있다.

사례조사에 응한 한 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모든 기부금의 사용내역을 기부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개발했다. 기부자 고유의 ID로 로그인하면 개별 기부금을 단돈 1천원이라도 어떻게 운용되는지 입금부터 지출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 기부자별로 개별화 된 보고서를 일괄적으로 출력해 발소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말했다.

대학 외 자원을 활용한 것은 학교법인 소유의 호텔 이용권이나 부속병원 이용권 등을 제공하는 형태다. 특히 기부자들만을 위한 특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게 관건이다. 이런 형태의 예우는 주로 고액의 기부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앞서 기부금 내역을 살펴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대학은 고액 기부자들의 문화생활을 보장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기부자들의 문화생활 향유를 위해 국내 유명 박물관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입장료 지원과 박물관에서 제작한 문화상품권 구입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박물관들에서 일반 관람객이 관람하기 힘든 질 높은 소장품을 고액 기부자에 한해 공개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대학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고액 기부자들간의 문화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대학의 기부금 모금은…
스탠포드대는 기부금 모금 명분의 일환으로 기부금의 필요성을 현재 대학의 재정상태, 수혜자의 범위 등과 연계하여 제시하고 있다.

프린스턴대는 일반기부금 성격의 연례기부금 모금을 위해 일반기부금 확보의 필요성을 연례기부금의 융통성, 교육프로그램의 질 제고, 학생들의 주거 및 의료서비스, 복지시설 향상, 모금을 통한 지속적 수익창출 등을 명분으로 기부금 모금이 절실하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예일대의 경우, 기부금 전담 인력 채용시, 기부모금 관련 업무를 2년간 수행한 경력자를 선발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례조사를 통해 파악한 대다수의 대학들은 기부상품, 기부자 예우 등의 업무를 분담하여 수행하고 있다.

캠브리지대는 기부금 전담 조직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해서 기부금 전담 통합조직(모금과 동문관련 업무 통합)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각 단과대학들과의 협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실행지침을 만들고 기부금 활용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옥스퍼드대는 기부자들의 예우를 위해 공식적인 인증 방식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기부자의 기여정도에 따라 최고의 영예에 해당하는 쉘던 메달을 수여하고 대학 행사에 기부자들이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오사카 의과대학의 경우, 단순한 기금운영위원회가 아니라 ‘모금추진위원회’ 체계를 통해 매우 적극적인 모금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금된 기금의 운영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금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고 있다. 모금 추진위원회 구성을 보면, 10명의 위원이 각각 10개의 부위원회를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 부위원회는 동창회, 재학생 및 학부모, 교직원, 기업, 지역기업, 기부강좌협찬기업, 신입생 학부모로 세분화된 기부금 모금 대상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히토츠바시대는 기금운영위원회와 모금지원회 두 조직을 두고 이들 조직 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기부금 모금 및 관리를 상호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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