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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국을 바나나공화국으로 만들까?
누가 미국을 바나나공화국으로 만들까?
  • 교수신문
  • 승인 2016.03.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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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부자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민주주의를 사랑하는가』 데럴 M. 웨스트 지음|홍지수 옮김|원더박스|363쪽|17,000원

선거자금 조달이 은밀히 진행되고, 매체가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한쪽의 정치적 주장만을 전달하면 미국의 정치 제도도 거대자본의 위력 앞에서 취약해진다.

 

사회적 기회를 확대하고 더욱 공정한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 기득권에 매몰된 이익집단들은 변화에 맞서고 현상 유지를 정당화하려는 논리를 개발한다. 불평등과 공정성의 부재가 미국의 심각한 문제라고 인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정부 정책과 지원으로부터 혜택을 입는 특수 이익집단들이 아니라 정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예컨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포퓰리즘 운동인 티파티(Tea Party)의 회원들은 높은 부채 수준과 건강보험개혁을 두고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

소득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최고 부유층의 정치 견해가 일반 대중과 너무 다르고, 재계와 정치계 사이에 투명하지 못한 관계가 유지되고, 보도매체와 정당처럼 이를 견제하는 기관들의 힘이 약해지면서 기본적인 국정 운영의 건전성과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도 이러한 문제들이 야기하는 질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선거운동 자금 조달이 은밀히 진행되고, 매체가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의 정치적 주장만을 전달하면 미국의 정치 제도도 거대자본의 위력 앞에서 취약해진다.

정치학자 놈 온스타인은 최근 도발적인 글에서 “미국도 바나나공화국(banana republic, 경제는 주로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정치적으로는 부패가 만연하고 불안정한 나라를 일컫는 표현)이 될 위험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2014년 프라하에서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로 열린 반부패회의가 끝나자 던진 질문이다. 이 행사에서는 중국, 체코, 이집트, 인도, 이탈리아,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우크라이나, 영국, 미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정실 자본주의, 올리가르히, 태자장, 대부호, 억만장자와 같이 재력을 사적인 이익, 사업적 이익을 증진시키려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런 여건에서도, 미국처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강력한 법체계가 작동하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과두체제로 인한 문제들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소득 불평등, 잘못된 연방대법원 판결들, 매체의 부실 보도, 투명성 결여 등으로 미뤄볼 때, 부패 사례가 점점 흔해지고 입법 절차는 ‘금도금시대(Gilded Age. 남북전쟁 후 경제가 급성장한 19세기 후반)에 횡행했던 청탁과 부정이 난무하는 저잣거리’로 되돌아갈까 우려된다고 온스타인은 말했다.

억만장자들은 재력과 영향력을 이용해 국정 운영 개선을 촉진하고 다른 사람들이 폭넓게 경제적 삶을 개선할 기회를 얻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건강보험과 인력개발 정책의 혜택을 받도록 도와주는 정부 정책과 비정부단체의 활동을 지지해야 한다. 억만장자들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포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나 큰 부를 일군 억만장자들이 많다. 그들은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그 도움에 보답하는 길은 자신들이 받았던 혜택과 지원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베풀고, 오늘날 세상 모든 나라가 사회적·경제적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건강하고 교육받은 인력의 양성을 돕는 일이다.

책의 저자 대럴 M.웨스트는 세계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국정운영연구실 부실장과 기술혁신연구실 실장을 맡고 있다. 미국 정치 및 디지털 기술의 발전 추세에 관한 19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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