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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지방대 - 마지막
흔들리는 지방대 - 마지막
  • 설유정 기자
  • 승인 2002.12.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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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문이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지난 4월 15일자부터 시작한 ‘연재기획-흔들리는 지방대’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 글실린 순서(2000.4.15~2002.11.25)
① 2002 지방대 세가지 풍경
② 무엇이 위기인가-1. 학생이 없다
2. 재원이 없다
3. 교수가 떠나간다
4. 정책이 없다
5. 언로가 없다
③ 푸대접의 현실-1. 갈 곳이 없다
2. 기부금이 없다
3. 참여할 곳이 없다
④ 대안과 과제-1. 인재지역할당제 시행
2. 지방의 장점을 특성화
3. 지방대 육성 재원 확대
4. 고등 기관의 지방 이전

연재기획 : ‘흔들리는 지방대’를 정리하며
이제는 다같이 相生하는 법을 연구해야 할 때

2002년 봄에 교수신문은 창간 10주년 기념 기획으로 다시 ‘지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교수신문은 ‘긴급진단 지방대 대학원 붕괴 위기(2000년 12월 18일자)’, ‘지방대 교수 서울 이동 급증…기초학문 외국박사 강세(2001년 4월 2일자)’, ‘지방대 無대접(2001년 5월 28일자)’ 등의 기사로 지방대 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국회로 간 지방대 총장들…위기 설명, 법 제정 촉구(2001년 10월 29일자)’, ‘혁명적 조치 없이 지방대 못 살린다(2002년 4월 15일자)’, ‘연구효율성, 지방대가 더 높다(2002년 4월 29일자)’ 등의 기사를 통해 지방대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는데 앞장섰다. 1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지방’에 확대경을 들이댄 까닭은 각 지역 두뇌들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지방대가 무너지면 지방의 다른 기능도, 나아가 서울도, 또 서울의 대학들도 결코 무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지방에서 시작되는 위험한 도미노
현재 지방대가 처한 가장 급박한 문제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재정압박이다. 지난해 1만2천8백97명에 달했던 미충원의 86.5%가 지방대에서 발생했고 편입을 준비하는 지방대생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 부족은 대학 경영난과 교육여건 악화, 투자의 중단으로 이어져 대학의 사활을 위협하고 있다. 지방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지역 경제 기반이 약화됐고,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만 아이디(ID)를 부여하는 기업이 늘자 이중 삼중 장벽에 가로막혀 취업률은 물론 취업의 질도 낮아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지방대생들의 서울행을 부추기고 있다. 특산물, 기념품 등을 돌리며 각 대학은 사활을 걸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서울 소재 일간지의 눈과 귀는 서울 소재 대학을 향해서만 열려 있다. 대기업 기부금조차 지방대에겐 남의 일.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의 목소리와 참여가 서울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수들의 대학 이동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여건에서 지방에 한번 들어오면 평생 ‘갇혀버리는’ 현재의 구조는 지방 고급 두뇌들을 녹슬게 만들고 있다.
인재조차 평등하게 쓰지 않는 현실에서 무얼 더 바랄 수 있겠는가. 환멸을 느낀 교수들조차 서울행 보따리를 싸는 상황에서 지방의 교육이며 연구는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누적돼 온 문제들이 폭발해 지난해 10월 지방대 총장들이 직접 만든 ‘지방대육성특별법’을 가지고 국회로 올라왔다. 우리 신문을 통해서도 많은 교수들이 실천가능한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지방대 담론에 불을 지폈다.
김윤상 경북대 교수는 진학, 취업, 출세, 국정참여에서 실질적으로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는 지역할당제 시행을, 이정덕 전북대 교수는 지방대 스스로가 철저하게 지방의 현실과 장점을 살리는 교육을 할 것을 주장했다. 윤덕홍 대구대 총장은 지방대에 대한 육성 재원이 늘어나야 한다며 지방대육성특별법안의 법제화를 촉구했고, 이제환 부산대 교수는 교육기관을 위시해 서울에 집중된 고등기관들을 하나 둘 지방으로 이전해 지방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을 한낱 지방의 이권 요구로 국한시켜선 안되는 이유는 지방의 현실이 피폐해지는 것이 지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까닭이다. 서울로 몰려든 인구로 비대해진 서울은 환경, 주택, 교통 문제 뿐 아니라 각종 사회적 공동재 부족으로 삶의 질이 열악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들어간 불필요한 투자는 자원의 비효율과 낭비를 초래한다.
박양호 국토연구원 국토계획환경연구실장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건설교통부 등에서 나서 향후 5년 이상 범정부적으로 지방 살리기 운동을 벌여야 지방대 문제 해결은 물론 국가경쟁력 까지 제고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흔들리는 지방대’ 기획이 그동안 이러한 논의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기획이 하지 못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제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라 할 수 있는 교수 사회의 책무로 남는다.

‘脣亡齒寒’의 의미 되새겨야
황한식 부산대 교수(경제학과)는 “교수들의 의지와 지혜를 모으면 지방대 문제의 실마리는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라고 전제하며 문제는 “개인적인 포기, 도피, 외면과 무엇보다 사태를 관망하다 무임승차하겠다는 일부 교수들의 그릇된 태도”라고 꼬집었다. 서울도 하나의 지방에 불과한 이상 지방을 살리자는 것은 결국 서울을 살리자는 말에 다름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수들이 이제는 나서야 할 때다.
설유정 기자 sy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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