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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총장들 “교비-법인회계 일원화” 요구 … 교육전문가 “등록금 사용처 깜깜이” 우려
사립대 총장들 “교비-법인회계 일원화” 요구 … 교육전문가 “등록금 사용처 깜깜이” 우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3.28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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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정기총회서 ‘정책제안’ 결정
▲ 25일 명지대 자연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정기총회 모습 ·사진제공: 사총협

사립대 총장들이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일원화 하고, 정부가 대학에 지원해 온 각종 사업지원금을 ‘경상비’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해 대학 안팎으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등록금을 주요 재원으로 한 교비회계가 대학의 법인회계와 섞일 경우 등록금 사용처가 지금보다 더 불투명해질 수 있어 학생·학부모들로부터 거센 반대가 예상된다.

전국 156개 사립대 연합체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유병진 명지대 총장, 사총협)는 지난 25일 명지대 자연캠퍼스에서 16회 정기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계획(안)을 공유했다. 최성해 전 사총협회장(동양대 총장)은 개회사를 통해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학교법인의 원활한 경영활동을 위해 법인회계와 교비회계를 통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선진국 어디에도 두 회계를 분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총협 정책연구진 및 사립대학발전기획단(연구진)은 ‘사학의 진흥과 자율성 신장을 위한 사학정책의 재정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사총협은 사립대 정책 개선방안으로 △교비회계와 법인회계 일원화 △사업비 지원을 경상비 지원으로 전환 △법정부담경비를 법정전입금으로 대체 △등록금·장학금 규제 완화 △사립대 평가와 재정지원을 제3의 기구(사학진흥재단)와 사총협에 위임할 것 등을 요구했다.

사총협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매년 입학정원은 줄어드는데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인해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면서 대학 경영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정부의 사립대 재정지원이 개별사업에 국한돼 있고, 국가장학금도 학생 개별적으로 지원되면서 대학이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분리돼 있는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하나로 일원화 하면 등록금을 포함한 각종 기부금, 입시수수료 등 교비로 건물을 짓거나 법인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비용도 교비로 쓸 수 있게 된다. 사립대 경영진이 두 회계를 통합해달라는 요구를 줄기차게 제기해온 이유다.

교육전문가들은 그러나 하나의 학교법인이 여러 개의 교육기관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사립대법인의 특성을 감안하면, 각 기관의 교육비(등록금)가 뒤섞일 경우 관리·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사립대 교수는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구분해 둔 것은 등록금, 기부금 등으로 조성된 교비를 해당기관의 교육용도로만 쓰게끔 하기 위한 ‘학교재정 투명화’ 조치였다”며 “교비와 법인회계를 일원화 할 경우 대학 운영자금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순기능에 비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지원금 “경상비 전환” 요구도

이날 사립대 총장들은 “목적별로 예산을 지원하는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 취지와 달리 실제론 사실상 대학통제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정부의 대학재정지원금 일부를 경상비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사업별로 대학을 평가해 지원대학을 선정하고, 사업목적 이외의 용도로 지원금이 쓰이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예컨대 대학이 정부 지원사업을 수행할 경우 새롭게 조직을 꾸리거나 추가업무가 발생한 데 따른 인건비나 시설 이용료, 설비 투자 등에는 사업비를 집행할 수 없어 대학이 자비로 일부를 충당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았다. 그간 사립대 교수와 직원들이 재정지원사업을 받기 위한 평가 준비, 사업추진 등에서 보상은 없이 업무량만 크게 늘면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해왔다. 

경북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경우 인건비는 사업에 따라 계약직 직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지만, 실제 대학 현장에서는 기존의 정규직원들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사업비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추가업무에 따른 인건비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립대 총장들이 정원 감축, 특성화정책 등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정기총회에서 연구진도 “질적 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는 외면하고, 교수의 비정규직화, 대학의 취업양성소 전락, 획일화 된 특성화 등 부작용을 발생시켰다”며 “정부사업을 따내기 위해 사립대들은 상당한 수준의 구조조정 등을 실질적으로 강제됐는데, 이에 따라 전공의 다양성이 축소 되는 등 대학의 자율성은 사라지고, 서열화·정치화만 극대화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총협은 이번 방안을 바탕으로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검토위원회(위원장 사총협 수석부회장) 심의를 거쳐 오는 10월에 있을 정기총회에서 확정짓기로 했다. 이번 정책연구는 사총협과 사학진흥재단이 공동주관하고, 지난 2012년 「사립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에 참여한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를 중심으로 연구진을 꾸렸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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