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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국민대 총장 부정연임' 가처분신청 기각
서울중앙지법 '국민대 총장 부정연임' 가처분신청 기각
  • 이재 기자
  • 승인 2016.03.28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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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선임 과정 절차적 하자 있지만 심각성 없었다” 사라진‘65세 연령제한’

총장 선임 과정이 잘못됐다며 국민대 총동문회(회장 윤종웅)가 학교법인 국민학원(이사장 김채겸)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오재성)는 21일 총동문회가 지적한 총장 선임 과정의 절차적 하자는 인정했으나 결정을 뒤집을 만한 심각성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의 연임을 둘러싼 학내 갈등은 일단 법원에 의해 일단락된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총동문회와 국민대 경영진 사이의 반목이 커지는 등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기게 됐다.

이번 갈등의 중심에는 이 대학 총장 선임 규정이 있다. 총동문회와 국민대 이사회는 법원에서 총장 선임 규정에 연령제한 조항이 존재하는지를 두고 격렬하게 다퉜다. 총동문회는 “총장 선임 규정에는 총장 후보자의 경우 교내·외 인사를 구별하지 않고 임기 말까지 만 65세 정년에 이르지 않아야 한다는 연령제한 규정이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국민대 이사회는 연령 제한은 규정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연령제한 있었나? 없었나?

연령제한의 존재는 유지수 총장의 연임과 직결된다. 총동문회의 주장처럼 연령제한이 당초부터 존재했다면 유지수 총장의 연임은 불가능하다. 1952년생인 유지수 총장은 두 번째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정년퇴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동문회는 유지수 총장을 연임시키기 위해 이사회가 무리하게 규정 개정을 했고, 이에 반발한 이사들이 회의장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졸속으로 개정안이 가결을 강행했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총동문회의 주장과 달리 이사회가 지난 11월 이사회에 상정한 국민대 총장 선임 규정 개정안에는 교내 인사에 대한 연령제한 규정이 없다. 이 개정안도 교외 인사에 한해 적용됐던 연령 제한을 삭제하는 데 있었다. 이사회는 “명망 있는 외부인사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문제는 개정안과 달리 실제로 교내인사에 대한 연령제한 조항이 적용돼 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이 같은 조항의 적용을 받아 이 아무개 교수가 총장 후보직을 사퇴한 바 있다. 또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2011년 총장 선출 당시 후보자 등록 공고문에는 교내 인사에 대해 만 65세 연령제한을 두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지난해 총장 선임 과정 논란 중에도 같은 조항이 공개됐다. 2015년 6월 18일 열린 2차 이사회에서 국민대 이사회가 이사들에게 배포한 자료의 ‘개정 전’ 조항에도 교내 인사에 대해 연령제한을 명시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 2월 1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이 사건 심의에서도 이 같은 점이 지적됐다. 당시 판사의 물음에 국민대 이사회 변호인은 “담당자 실수”라고 답했다.

법원의 판단은 모호하다. 법원은 우선 “2011년 국민대 10대 총장 후보자 등록 공고를 하면서 총장 후보자 자격을 ‘교내 인사의 경우 임기 말까지 교수정년(만 65세)에 이르지 않을 것을 기재한 사실, 2015년 2차 이사회에서 이사들에게 배포된 자료에 교내·외 인사 모두 임기 말까지 만 65세 미만인 자로 기재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총동문회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뒤이어 “2011학년도 5차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연령제한이 없는 선총장 선임 규정을 제정함과 동시에 10대 총장 후보자 등록 공고문을 별도로 결의해 공고문에만 교내 인사의 경우에도 연령제한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2015학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 배포된 자료는 실무자가 작성하는 과정에서 선임 규정을 확인하지 않고 공고문을 그대로 기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담당자 실수‘라는 국민대 이사회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 서울 소재 H대학 법학과 교수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와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사 11명 가운데 8명이 찬성한 사항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가처분신청은 일반재판과 달리 즉각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기관운영을 어렵게 하거나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으려는 보수적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민대 이사회는 연령제한 조항이 국민대 내에서 통용되고 있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대학 관계자는 “2011년 당시 이 아무개 교수의 후보직 사퇴는 총장후보자평가위원회에서 후보 자격이 없다고 결정해 연락한 것”이라며 “총장 선임 규정에는 없었고, 공고문에는 존재했다”며 해당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법적공방의 배경은 유지수 총장 연임 반대

그렇다면 국민대 총동문회와 이사회는 왜 연령제한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을까? 갈등의 이면에는 유지수 총장의 연임을 둘러싼 학내 구성원과 총동문회가 이사회와 맞선 대립구도가 있다. 이 갈등이 최초로 불거져 나올 당시에는 연령제한보다 ‘총장후보자평가위원회’조항 삭제가 더 문제가 됐다. 총장후보자평가위원회는 교수들이 총장 후보자에 대해 평가하고 투표하는 것으로 총장직선제에 가깝다. 이사회가 지난해 6월 2차 이사회에서 이를 삭제하려하자 교수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다. 총장후보자평가위원회는 지난 4년간 교수들에게 신뢰를 잃은 유지수 총장의 연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조항이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는 유지수 총장을 연임시키기 위해 김채겸 이사장이 주도적으로 이 조항을 삭제하는 시도를 했다고 분석했다. 교수협의회의 여론조사 결과 총장 선임 규정 개정과 유지수 총장 연임에 모두 80%에 육박하는 교수들이 반대표를 던졌을 정도다.

지난 2012년 제10대 국민대 총장으로 취임한 유지수 총장은 취임 직후 교육부 재정지원대학평가에서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1년 만에 재정지원제한대학을 탈출했지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대학 적립금을 소비해 신뢰를 잃었다. 이후에도 대학 구성원들과 소통을 잘 하지 않고 총동문회와도 반목하며 갈등을 키웠다. 반면 각종 대학평가와 대외 인지도 등에서 상승세를 맛보며 이사회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10대 총장 임기를 종료하고 6일부터 11대 총장으로 다시 총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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