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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죽기 전에 얼마나 많은 뉴런을 기록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죽기 전에 얼마나 많은 뉴런을 기록할 수 있을까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6.03.22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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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35. BCI(Brain Computer Interface)
▲ BCI의 무어 법칙. 동물들의 뇌에서 한 번에 기록할 수 있는 뉴런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각 포인트들에서 관련 연구가 학술지에 실렸다. 출처=

과학자들은 1920년대에 처음으로 단일 뉴런의 전기 신호를 파악했다.
지금은 한 번에 500개를 기록해낼 정도다. 7년마다 두 배로 상승했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로 신속하고 완벽하게 읽어낼 수 있을까. 지난 2일 <MIT Technology Review>는 미국 정부가 최고해상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주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콘라드 코딩은 신경과학에 관심을 둔 노스웨스턴대의 데이터 과학자다. 그는 지금까지 신경과학자들이 살아있는 동물의 뇌로부터 얼마나 많은 뉴런을 기록해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즉 뉴런의 전기 자극을 한 번에 기록하는 게 얼마나 가능한지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는 의식이 없는 뇌의 운동을 회복시키기 위해 뉴런의 활동을 기록해야 한다.

‘더 빨리 더 많이’ 뉴런 활동을 기록하라
2011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스티븐슨의 법칙’이 소개됐다. 이 법칙은 과학자들이 한 번에 기록 가능한 뉴런 수들의 기하급수적 성장이 7년마다 두 배로 상승한다는 주장이다. 마치 2년마다 컴퓨터 메모리 용량이나 계산력이 두 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과 같다.
하지만 신경과학자들은 절망적이다. 그 이유는 우리 각각의 뇌는 약 800억 개의 뉴런을 가지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1920년대에 처음으로 단일 뉴런의 전기 신호를 파악했다. 지금은 한 번에 500개를 기록해낼 정도다. 7년마다 두 배로 상승했다. 이러한 속도라면 “과학자들은 쥐의 뇌 일부분을 기록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코딩은 말했다. 

   
2월 초 많은 신경과학자들은 미국 알링턴, 버지니아로 가서 어떻게 스티븐슨의 법칙을 극복할 것인지 토의했다. ‘NESD(Neural Engineering System Design)’ 프로젝트라 불리는 미국 국방부의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오바마 정부의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뇌과학연구 지원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출범)의 일부로서 6천만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목표는 4년 안에 100만 개의 뉴런을 동시에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기관인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역시 적어도 뇌의 10만 개 뉴런을 자극할 수 있는 장치를 원한다. 무선이어야 하고, 모든 전자 장치들은 5센트 동전보다 훨씬 크지 않은 패키지에 담겨야 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때 필요한 임상 실험 절차나 안전 요건이 충족되는 건 필수다.

7년마다 두 배로 성장해도 ‘부족’
하지만 마이클 루케스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물리학·생명공학)는 정부기관의 성급한 목표 설정을 우려한다.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브레인 이니셔티브의 정해진 목표는 뇌세포 신호가 주고받는 거대한 앙상블 구조를 읽고 쓰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한 앙상블은 뇌회로를 구성하고,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반응하도록 해준다. 이를 위해선 신경과학의 장비가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콜롬비아대의 신경과학자 라파엘 여스트는 완전한 신경 회로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은 동물의 뇌나 인간 또는 쥐의 대뇌 피질 한 부분에 있는 모든 뉴런을 기록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과학자들은 여전히 한 명의 환자나 동물의 한 개 뉴런으로부터 움직임과 이에 따른 전극을 기록하는 데 머물러 있다. 이는 마치 한 악기가 연주되는 것을 듣고 전체 오케스트라를 분석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

현재 연구진은 침상에 누워있는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는 DARPA의 관심을 끌었다. 브라운대와 피츠버그대 공동연구진은 지원자의 뇌 안에서 한 번에 200~300개의 신경세포를 기록해냈다. 이는 뉴런의 전기 자극들을 기록하기 위해 정밀한 실리콘 바늘들을 배열하는 방법으로 가능했다. 예를 들어 사람이 팔과 손 움직임을 생각하면, 그 신호를 사용해 로봇의 팔을 움직이거나 휠체어를 조정하는 ‘마음 읽기’와 흡사하다.  
뉴욕 보건부 워즈워스 지사에 있는 뇌-컴퓨터 간 접속 부문의 전문가 조너선 월포어는 “이제 당신은 로봇 팔이 움직이는 것을 볼 것”이라면서 “그런데 로봇 팔들이 실험식 밖을 나가 어디에서나 활용될 준비가 아직 안 됐다”고 말했다. 절벽 가장자리로 떨어지려는 휠체어를 컨트롤하거나 교통체증에서 활용될 BCI(Brain Computer Interface)가 현재는 없다는 것이다.  

뉴런의 거대 규모 앙상블, 즉 여러 뉴런들의 오케스트라 같은 전기 반응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보통의 뉴런은 초당 몇 번 정도만 전기 자극에 반응한다. 그런데 인간의 움직임과 관련된 뉴런은 상황이 다르다. 사람의 움직임에선 10배나 더 빠른 뉴런의 활동이 나타난다.
이 말은 단지 하나의 뉴런만으로 댄스나 피아노 칠 때의 복잡한 활동을 인코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코딩 박사는 “움직임과 관련해 뇌의 다양한 영역을 걸쳐 수백만의 뉴런들로 분배 된다”면서 “인간의 미묘한 움직임을 분석하기 위해선 지금 수준보다 1천 배나 더 많은 뉴런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전극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미하일 레베데프 듀크대 수석연구원은 원숭이의 뇌를 대상으로 한 번에 약 500개 뉴런을 기록했다. 이것은 원숭이의 뇌에 좀 더 얇은 전극 다발을 힘들 게 삽입하면서 가능했다.
이외에 미묘한 활동들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 광학 기술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결국 인간의 뇌를 컴퓨터로 밝혀내려는 ‘BCI’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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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알면 사이코패스도 ‘치료’한다

뇌의 비밀을 밝혀라!
우리는 종종 병상에서 5년 만에 깨어난 환자 얘기를 듣곤 한다. 그러한 환자는 끊임없이 안락사의 위협을 견뎌야 했다. 현대 뇌과학은 환자에 대한 치명적인 파국을 극복할 수 있을까. 『뇌는 탄력적이다』(닐스 비르바우머·외르크 치틀라우 지음, 오공훈 옮김,메디치, 2015)는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뇌의 가소성 덕분이다.
책은 튀빙겐대에서 벌어진 여러 임상실험을 통해 뇌의 형형색색 신비함을 밝혀준다.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뇌의 활성화도를 측정하는 등 BCI의 최신 사례를 들려준다. 뇌의 가소성은 뇌의 일정 영역이 파괴돼도 다른 부위에서 재생 및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스라엘 전 총리인 아리엘 샤론. 그는 8년 동안 코마 상태로 누워 있다 2014년 사망했다. 이 환자를 두고 CT 촬영이나 MRI로 뇌에서 나타나는 자극을 관찰했다. 반응은 자주 나타났다. 이 ‘실험’이 7년 동안 이어졌다. 튀빙겐대 신경외과 연구진은 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인지 능력 테스트를 실시했고, 이중 30명이 뇌파 측정에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BCI로 알아냈다.
아울러 감금증후군 상태와 각성혼수 환자는 다르다. 감금증후군은 전신마비로 외부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데, 대개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벨기에 출신 롬 호우벤이라는 환자는 23년간 각성혼수 환자로 취급받아, 그가 아무것도 이해 못한다고 여겨졌다. 뇌의 가소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거다. 
공동 저자들은 사이코패스를 대상으로 뉴로피드백 치료로 불안 및 공감 중추를 활성화 시켜 치료할 수 있다고 밝힌다. 물론 일반인들에 비해 좀 더 많은 뉴로피드백의 경험을 거쳐야 한다. 사이코패스 역시 기능이 약하고 덜 발달됐던 자신의 뇌 영역을 소생시킬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참고로 캐나다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에 따르면, 사업가들이나 주식 거래인 중에 100명당 4명꼴로 극도의 사이코패스 특성이 있다

실제로 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한 후, 성인이 돼 폭행을 일삼던 사이코패스 환자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저자들은 “사이코패스 증상이 본질적으로 뇌에 바탕을 두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느 정도 유연성과 가소성이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사이코패스는 운명이기는 하지만, 결코 변화할 수 없는 증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물론 뉴로피드백이 언제나 기적을 가져오는 건 아니다.
공동저자들은 마지막에 “뇌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적었다. 뇌의 가능성은 열려 있고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은 여러 개념들을 이미 알고 있다고 전제한다. 예를 들어, 뇌의 가소성이나 가변성, 감금증후근 등은 일반 독자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각 장이 시작하기 전 혹은 마지막에 주요 개념을 설명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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