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1 00:20 (일)
이세돌 울린 인공지능 … 대결의 의미는?
이세돌 울린 인공지능 … 대결의 의미는?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6.03.15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34 알파고

이세돌이 스스로 돌을 던지며 패배를 인정했다.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세계랭킹 바둑천재 이세돌의 1국은 불계패로 끝났다. 그는 186수만에 경기를 중단했다. 대회를 주선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누가 이기든 인류가 이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10일 열린 2국에선 211수만에 패했다. 이로써 인간 대 기계의 대결은 2대 0이다. 이세돌은 지난 12일 3국을 펼쳤다. 세기의 대결에는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알파고는 이미 유럽챔피언 판후이 프로2단을 5대0으로 격파한 바 있다. 이세돌과 격돌하기 전, 시범전을 치른 것이다. 특히 알파고는 바둑 프로그램과 대결해 99%의 승률을 자랑했다. 바둑은 기보(棋譜, 바둑을 두어 나간 기록)가 존재하기 때문에 알파고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알파고에는 약 3천만 개의 기보가 입력돼 ‘약한 AI’로 불린다. 즉, 알파고는 프로기사들의 패턴을 훤히 알지만, 이세돌은 알파고를 잘 모른다.

최고의 수 찾고 승패 예측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는 13단계 신경망을 갖추고 딥러닝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인공신경망 이론을 기반으로 우리 두뇌가 수많은 정보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판단을 하듯, 컴퓨터가 스스로 추론할 수 있다. 특히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방식 △정책망(policy network) △가치망(value network)이 특징이다. 알파고는 CPU 1천202개가 연동된 클라우딩 컴퓨팅 방식으로 작동한다. 알파고는 GPU(그래픽 프로세서)로 전체 판세를 볼 수 있는 시각 능력도 갖추고 있다.

몬테카를로 방식(Monte Carlo method)은 여러 선택 가운데 제일 유리한 길을 선택하게끔 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미국 수학자가 개발한 이 방식은 특정 답을 못찾더라도, 유사한 값을 찾아내도록 해준다. 즉, 실수를 거듭해가면서 정답은 아니지만 경향성을 찾는 것이다. 몬테카를로는 모나코에 있는 도시 이름이다. 이곳에서 도박이 많이 성행했다고 한다. 정책망과 가치망은 바둑을 어디에 놓을 것인지(policy)와 승패에 대한 기댓값(value)을 예측하는 데 작동한다.

바둑에서 가로 세로 19개 선의 교차점에 돌을 놓을 수 있는 수는 361개다. 사실상 바둑의 경우의 수는 무한대에 가깝다. 361!(팩토리얼, 階乘)은 계산 자체가 힘들다. 그런데 사람이 고려하는 경우의 수에선, 체스는 경우의 수가 10의 120승, 바둑은 250의 150승 정도라고 한다. 바둑 한 수를 둘 때 고려해야 하는 수가 250가지가 있고, 한 경기에 약 150수를 둔다고 가정하면 말이다.

만약 이세돌 9단이 1초에 250가지의 경우의 수를 다 고려한다고 해도, 알파고는 순식간에 10만 개를 생각할 수 있다. 알파고는 사람이 1천년 걸리는 100만 번 대국을 4주만에 소화했다. 사람의 신경세포는 1초에 10번 내외로 작동하지만 컴퓨터는 상상을 초월한다. 조단위로 작동하는 인공지능은 모든 수를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바둑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전체 판세를 볼 줄 안다는 점이 가장 놀랍다고 했다. 지엽적인 부분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큰 그림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후반부에 실수를 해도 알파고는 침착했다. 수많은 기보가 입력된 결과다.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기자회견에서 “알파고가 초반에 이렇게 완벽하게 바둑을 둘지 몰랐다”면서 “알파고가 기상천외한 수를 둬 다시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구글 측에서 저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했는데 제가 알파고를 만든 프로그래머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대결은 그 양상을 달리해 왔다. 체스로 시작한 대결은 퀴즈쇼를 넘어 바둑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구글은 바둑 다음으로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인공지능 시장은 2017년에 이르면 1천650억 달러(195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에 세기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 알파고는 범용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위한 분석 등에 적용될 수 있다.(디지에코 보고서 「인공지능 완생이 되다」 2016.3.9) 한 전문가는 알파고가 로봇이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데 응용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다수를 위한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의 CEO인 그는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단체인 ‘오픈 AI’ 설립해 약 10억 달러를 공동 투자했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소수에 의해 장악되는 인공지능의 폐해에 대해 경고한다. ‘오픈’ AI를 지향하는 이유다.

이세돌 9단이 이기든 지든, 인공지능은 우리 삶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인공지능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