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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출간한 著書에 대한 현장검증 “새로운 교육적 관점 모색하고 싶었다”
10년 전 출간한 著書에 대한 현장검증 “새로운 교육적 관점 모색하고 싶었다”
  • 이재 기자
  • 승인 2016.03.14 11: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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匠人의 탄생 통해 ‘일의 교육학’ 제시한 장원섭 연세대 교수

일과 배움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온 장원섭 연세대 교수(교육학)가 새 책『장인의 탄생』(학지사, 477쪽, 20,000원)을 펴냈다. 제도권 교육에 국한된 기존 교육학의 패러다임과 취업·창업으로 쏠린 대학교육을 벗어나 일하면서 배우는 장인들을 연구한 책이다. 실제로 21명에 달하는 각 분야의 장인들을 인터뷰하고 삶의 족적을 담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21명 각자의 이야기를 재조립해 장인의 물적 특성으로서의 장인성을 기존 ‘장인정신’과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가 말하는 독특한 장인성은 무엇이고, 교육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10일 서울 신촌 연세대 교육과학관에 있는 장원섭 교수 연구실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 장원섭 연세대 교수(교육학)는 연세대 교육학과에서 학사과정을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고 2001년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위스콘신대·일리노이대에서 각각 방문 연구원과 교수로 지냈다. (사진= 이재 기자)

△『장인의 탄생』을 펴냈다. 21명의 장인을 인터뷰하고 그를 통해 장인이란 무엇인지, 장인은 어떻게 탄생하는지 탐색한 책이다. 책에서는 장인을 8가지 특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성장에의 의지를 가진 자’ ‘지독한 학습자’ ‘일의 해방자’ ‘창조적으로 일하는 자’ ‘배움을 넓히는 자’ ‘배움을 베푸는 자’ ‘정상에 오른 자’ ‘고원에 사는 자’다. 다만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장인은 성공한 누군가라는 인상을 쉽게 지우지 못하고 있다. 장인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부탁한다.
“한마디로 규정하면 일다운 일을 실천하고 그 분야 최고의 경지에 있으면서 장인성을 가진 사람이다. 장인에 대해 이해하려면 장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먼저다. 장인이 전통적인 수공업분야에 국한된 사람들이거나 전통을 고수하는 외곬수라는 편견이 있다. 과거에는 모든 사람들이 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현대에는 그렇지 않은 지적노동자들도 많다. 이들은 장인이 아닌가? 어떤 분야건 그 분야에서 최고수준에 있으면 그리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면 장인이라고 범위를 확대했다. 또 전통을 고수만 해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실제로 장인들을 만나보면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창조하고 시장의 변화에 맞출 뿐만 아니라 선도한다. 장인들을 실제로 만나보니 이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나름대로의 행동양식 등이 있었다. 이런 물적 특성이 작용해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통상 이를 장인정신이라고 해서 정신적인 면으로 해석해왔지만 내가 보기에 이것은 장인들이 저도 모르게 공유하고 있는 물적 특성이다. 그래서 장인성이라고 규정했다. 장인은 한마디로 ‘장인성을 갖고 있는 일하는 사람의 典範’이다.”

△ 장인성은 근대 초기 나타났던 ‘직업소명의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역할에 본분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말이다. 장인성과 직업소명의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장인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은 맞다. 자기 분야서 자신뿐만 아니라 자기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까지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그런 소명의식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언급한 ‘직업소명의식’은 통상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어떤 것으로 얘기된다. 그래서 선천적인 무언가로 파악된다. 그러나 적어도 내 연구에서 확인한 바는 선천적인 무언가를 갖고 있었던 장인은 없었다는 점이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말하자면 ‘형성되는 것으로서의 소명의식’이라는 것이다. 내가 만난 장인들은 처음부터 장인성을 갖고 있었다거나, 그 일을 해야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다. 일을 하면서 생긴 성과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또다시 그를 성취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도식적인 흐름에 따라 일하는 전범으로서의 공통점이 형성됐다. 그것을 장인성으로 규정했다. 소명의식이나 장인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당위적으로 주장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자칫하면 일 자체가 아닌 허위이식인 뭔가를 강요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된다.”

△ 장인과 장인성을 이야기하는 첫 번째 단계에서 일과 노동의 차이를 언급했다. 노동은 ‘하기 싫은 것’ ‘탈피해야 하는 무엇’ 등이고 이에 반해 일은 ‘가치가 있는 행위’로 묘사했다. 이분법적인데. 이렇게 나눈 이유는?
“일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싶었다. 장인과 장인성을 연구하면서 그들이 일을 하는 태도는 노동과는 달랐다. 노동이라는 단어의 기본적인 의미는 인간이 삶을 지속하기 위한 경제활동을 하면서 생산에 참여하는 행위다. 어쩔 수 없이, 본의와 부합하지 않더라도 지속되는 면이 크다. 낮에는 주어진 업무를 하다가 밤이 되면 돈벌이도 되지 않는 각종 취미 등에 몰두하며 밤을 새는, 그러면서도 즐겁게 그 행위에 임하는 모습들이 많지 않나. 노동은 그렇게 삶을 지속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행해야 하는 무엇인데 반해 장인은 그 일 자체에서 의미를 찾고 있었다. 영속적으로 자기가 생산해 낸 결과들이 의미 있게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포괄하고 있는 개념이 일이다. 그런 점에서 구분해 서술했다. 부연하자면 직업도 소유의 개념이고 자기를 과시하기 위한 껍데기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이 역시 일이나 노동 등과 혼재돼 사용되고 있지만 책에선 구분했다.”

△ 과거 연구를 보면 결국 취업에 대한 문제의식과 취업이후 삶에 대한 고민에서 장인연구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장인연구는 글에서도 밝혔듯이 시작점에 위치하게 될텐데. 장인연구에 나서게 된 경과가 궁금하다.
“그간 교육학에서 일이라는 주제는 크게 대두되지 않았다. 근래에는 직업교육 등이 많이 강조되고 있지만,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그런 직업의 기능적 측면만 강조해선 안 된다. 일다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시대다. 그래서 일의 본질적인 가치와 의미를 많이 고민했다. 그를 당위적이고 규범적이게 연구해본 것이 10여년 전에 출간한 『일의 교육학』이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당위적이고 규범적으로만 쓴 것 같아 실제 현장에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그래서 실제로 그런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봤다. 그게 장인이었다. 장인은 일하는 데 있어서 최고 수준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살아있는 사례들이다. 이들은 일과 배움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 이 책과 연구는 반드시 현행 교육체제에 대한 비판과 진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본문에서도 틈틈이 언급했지만 국내 교육제도와 현실에서 가장 크게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뭔가.
“학생들이 갖고 있는 교육적 목표가 뭔지 짚어보자. 학생들은 스펙을 잘 쌓아‘괜찮은 일자리’에 가는 게 삶의 목표다. 그 일로부터 즐거움이나 행복을 찾기보다 그 밖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일과는 완전히 구분된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지금 교육제도도 그런 것에 맞춰져 있다.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는 교육으로부터 즐거움을 얻고 성장하는 것인데, 스펙 등을 맞추는 관점에서 보면 힘든 일이다. 그런 사회 풍토 속에서 일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그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학습을 하는 본질적인, 배움의 본질적인 가치를 찾아야 한다. 장인은 일이 즐겁고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잘 하기 위해서 스스로 배움을 넓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일하는 사람의 전범일 뿐만 아니라 배움의 과정도 모범적이란 것이다.”

△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이다. 교수로서 연구를 하고 학생을 가르치면서 여러 동료들을 접했을 텐데. 동업자정신에 입각해서 건설적인 비판을 주문하고 싶다.
“아쉬움이 크다. 우선 나부터 단순히 관료적인 지식인, 연구기술자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스스로 지적 장인이 돼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현재 국내 대학가에는 관료적인 지식인, 연구기술자들이 만연해 있다. 순수하게 자기 분야를 연구해서 학문적 성과를 축적하고 축적된 성과를 기반으로 현장에 참여하거나 정책에 참여하는 것은 높이 살만한 사회적 기여다. 그러나 그런 학문적 성과가 충분히 다져지지 못한 상황에서 연장이나 정책에 도구적인 연구만 한다는 것은 거리를 둬야 하지 않을까. 또 한 가지, 제도적인 문제도 크다. 결국 교수들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대학의 강도 높은 인적평가나 이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 등이 학술적 성과의 축적이나 지식의 창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와 대학, 연구자 모두 어떻게 열심히 할 것인가, 어떻게 지식장인이 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육자로서의 장인정신은 뭔가.
“학생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교수들이 최근 연구업적 중심으로 평가를 많이 받게 되고 교육보다는 연구 실적 쌓는 것에 더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 그런 것이 교육을 부실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교육자로서의 자세라고 한다면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나 기대, 이런 것들이 충분히 있다면 자기가 충분히, 자신의 학문적 축적을 기반으로 해서 학생들을 어떻게 충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지 타진해야 봐야 한다.”

△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일과 배움에서 역할이 작지 않다. 대학은 어떤 기능을 해야 하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요구가 취업이나 직업중심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한편 순수한 학문적 가치를 강조해야 하는 점도 중요하다. 지금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산업계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이나 깊이 없는 융복합을 추구하는 점들이다. 장인으로 돌아가 보자. 장인은 자기 분야에 깊이 천착해 고도의 전문성을 얻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 분야 안에서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고 넓혀나갈 수 있다. 이게 다른 지점과 연결되면 융복합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런 깊은 성찰 없이 표피적으로 융복합이나 전공과의 통합을 주장한다면 남는 게 무엇이겠나. 융복합은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해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주제다.”

△ 교육제도나 정책만이 아니라 교육학 자체에도 패러다임 변환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아갈 수 있나?
“그랬으면 좋겠다. 한 독자가 내 책을 보고 기존 교육학이 제도권 중심으로 범위를 한정해 교육을 바라보던 것에 반해 『장인의 탄생』은 일생을 거치고 일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폭넓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교육적 관점이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그게 내가 가진 교육학에 대한 접근법이다. 기존의 제도권 교육, 학교 교육, 만들어진 교육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살면서 어디서든 일하는 과정이나 일하는 삶을 통해서 사람이 성장한다고 하는 접근법을 교육학적으로 논하고 해석하고 싶다.”

△ 앞으로 연구계획이 있다면?
“세가지 목표가 있다. 먼저 장인과 장인성을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 있다. 또 학문적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많이 담았다고 자평하면서 이를 국제적으로 확산해 연구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노력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책에서 다뤘던 장인들 외에 다른 장인들을 연구해보고 싶다. 경영이나 영업분야의 장인들도 있지 않나. 이런사람들은 이번 책에서 다른 사람들과도 다른 장인들이다. 이번 책에서 다룬 장인들이 다소 ‘스페셜리스트’의 성격이 강하다면 경영이나 영업분야의 장인은 ‘제네럴리스트’다. 이들의 일과 배움을 장인과 장인성의 관점에서 접근할 여지가 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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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강 2016-03-16 11: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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