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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게모니' 진흙탕 싸움에 빠진 KC대
'헤게모니' 진흙탕 싸움에 빠진 KC대
  • 이재 기자
  • 승인 2016.03.14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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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이사장 비판 빌미로 '보복성' 재임용 탈락”
교수 “권력화 된 교수들의 기득권 지키기일 뿐”

개방이사로 이사장 오른 김 이사장이 대학 주도권을 쥐려 시도
이사장 두 차례나 교체시킬 정도로 힘 있었던 교수집단이 반발
법인 관계자 “대학 운영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권력게임” 주장

▲ 김진건 KC대 이사장과 이 대학 교수들이 교수 재임용 심사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양상은 대학 주도권을 둘러산 권력게임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은 10일 찾은 KC대 본관의 모습. (사진= 이재 기자)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KC대(옛 그리스도대). 입학정원 300여명의 작은 대학이다. 최근 이 대학 재임용 심사에 교수 4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한 일이 발생했다.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들은 1인 시위를 벌이고 대학본관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재임용 심사가 이사장의 개입 아래 부당하게 진행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미 두 명의 교수는 학교법인 그리스도의교회를 상대로 재임용 탈락의 부당성을 밝히기 위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정남수 KC대 대학평의회 의장은 “김진건 이사장이 대학을 사유화하려고 정관개정을 강행하고 있다. 몇몇 교수들이 반기를 들자 재임용을 빌미삼아 해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사무처의 주장은 달랐다. 해당 교수들이 지속적으로 김진건 그리스도의교회 이사장을 비방하거나 행정업무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등 탈락 사유가 명백했다는 입장이다. 법인사무처 관계자는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에 반대하며 교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거센 저항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학발전과 사유화, 양측은 창과 방패를 겨누며 격돌하고 있었다. 재임용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봤다.

대학 경영진 비판 ‘괘씸죄’ 적용?

재임용에 탈락한 이아무개 교수(경영학)와 마아무개 교수(특수교육학), 임아무개 교수(종교철학), 김아무개 교수(상담심리학) 등 4명이다. 이 가운데 마 교수와 임 교수는 재임용 절차 가운데 기초심사 평가점수가 기준치인 70점보다 미달해 재임용에 탈락했다. 이 교수는 대학행정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교수는 재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회의가 결렬돼 안건이 통과되지 않아 탈락했다.

이들 가운데 김 교수는 재임용 탈락 사유가 교수 본인의 귀책사유가 아니란 점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남수 의장은“이사회회의가 열리지 않아 해당 안건을 논의하지 못한 책임을 김 교수에게 물어 재임용에 탈락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 뿐만 아니라 이 교수 역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교수와 학교법인에 따르면 이 교수가 ‘협조’하지 않은 것은 교수업적평가서와 부속서류를 늦게 제출하거나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교수업적 평가서는 서류마감 하루 전인 1월 19일 제출했고, 내지 않은 부속서류는 신원정보조회 동의서와 출입국기록이다.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서류라 대학평의원회와 학교법인이 제출의 정당성을 두고 다투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두 교수에 대해서는 법인도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박신애 법인사무처장은 “두 교수는 평소 이사장에 대한 비방과 대학행정 비협조를 눈에 띄게 해왔다. 인사위원회에서 평가점수와 상관없이 탈락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이사장의 정관개정 의도는?

교수들은 마 교수·임 교수에 대해서도 기초심사 평가점수의 편차가 크다고 강조했다. 정관개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것이다. 임 교수의 평가점수는 69점으로 심사자 3명 가운데 1명이 낮은 점수(44점)를 줘 탈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다. 마 교수 역시 두 심사위원이 89점과 90점의 높은 점수를 줬지만 한 심사위원은 29점을 매겨 69.33점으로 기준점인 70점을 넘기지 못했다. 4명의 교수들은 김 이사장이 평가자를 배후 조정해 정관개정을 강행하는 데 반대한 교수들을 탈락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논란의 중심에 있는‘정관개정’은 뭘까.

이 대학 이사회는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고 학교법인을 ‘미합중국 테네시주 내시빌 소재 오토크릭 교회재단이 설립했다’는 내용의 정관개정을 시도했다. 또 오토크릭 교회재단이 설립 당시 학교법인 기본재산의 100%를 출연한 설립재단인만큼 이사 정수의 3분의 1이상(3명)을 파송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려 했다. 교수들은 개정 시도가 대학 설립자인 최수열 선교사(L.Haskell Chesshir)의 흔적을 지우고 김 이사장이 대학을 자기 손에 넣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관개정 배경에는 김 이사장의 독특한 지위가 놓여있다. 김 이사장은 대학가에서는 드물게 개방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들어와 이사장까지 올랐다. 그렇지만 오는 9월이면 개방이사 임기가 만료돼 이사장직과 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그는 지난 3년간 직원인사에 개입하고 학과 구조조정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구성원들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했다. 교수들은 이사장 측근의 자녀를 직원으로 발령하는 등 인사전횡이 빈번했고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등 독단적으로 대학을 운영했다고 비판했다. 반발 수위는 개방이사 연임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실제로 정남수 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대학 개방이사추천위원회는 개방이사 후보로 김 이사장의 반대편에 있는 최아무개 현 법인이사와 황아무개 KC대 해외동문회장을 선정해 이사회에 제출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이 두 인사가 모두 부적절하다며 개방이사 선임을 거부해 논란을 불러왔다. 이처럼 개방이사 연임이 불가능해진 김 이사장이 정관을 개정해 파송이사 자격으로 이사장직을 연임하려 한다는 것이 교수들의 주장이다.

▲ KC대 본관 2층 학생게시판에 마아무개 교수와 임아무개 교수의 재임용 탈락을 규탄하는 학생대자보가 붙어 있다. 대자보를 읽고 있는 학생의 모습. (사진= 이재 기자)

교수-이사장 간 권력게임 의혹?

이 역시 법인의 입장은 다르다. 법인 관계자는 “최수열 선교사가 설립했다는 조항은 정관 어디에도 없다”며 교수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학과 구조조정이다. 법인 관계자는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입학정원10%를 감축해야 한다. 대학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학과구조를 바꿔야 한다. 예컨대 신학과는 입학정원이 25명인데 전임교원만 10여명에 달한다. 이런구조가 정상적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기득권을 지키려는 교수들과 충돌했다는 게 법인의 해석이다.

이 관계자는 또 한 가지 결정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이사장과 정남수 의장의 관계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11년 김 이사장이 대학에 부임할 당시 정남수 의장과 미국에서 만남을 가졌다. 당시 대학을 운영하던 인근 교회 목사 출신 이사장을 몰아내기 위해서다. 정남수 의장은 김 이사장을 개방이사로 초빙하는 데 역할을 했고, 설립재단을 오토크릭 교회재단으로 변경하는 정관개정에 동의하는 문건에도 서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그보다 앞선 2007년에는 정남수 의장 등이 주도해 당시 총장이었던 김 이사장을 해임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재임용에 탈락한 교수 중 일부도 이 과정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권력화 된 교수들’의 기득권이 대학 운영의 주도권을 쥐려는 김 이사장과 정면충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재임용 탈락이나 설립정신 등에 대한 논란은 현재 사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대학 운영 주도권을 두고 벌이는 이사장과 교수집단의 ‘권력게임’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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