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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호 새로나온 책
821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3.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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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경제이론은 네 번의 발전과정을 거쳤고, 『자본』은 세 개의 초안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마르크스의 경제이론이 방법론을 먼저 확립한 다음 경제적 범주의 연구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과정은 추상에서 구체로의 이행, 소재적 내용과 사회적 형태(생산관계)의 통일이라는 방법론적인 틀과 부르주아 경제학에 대한 단순한 비판에서 긍정적 수용과 지양으로 발전해가는 하나의 변증법적 과정을 이룬다. 이런 방법론과 이행과정에 대한 전반적 이해 없이는 그의 경제이론을 이해하고 그의 지적 유산을 계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비고츠키는 말해주고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 탄생의 역사』, 비탈리 비고츠키 지음, 강신준 옮김, 도서출판 길, 322쪽, 20,000원

 

 

■ 도덕감정론, 애덤 스미스 지음, 김광수 옮김, 한길사, 760쪽, 35,000원
애덤 스미스의 첫 번째 주저로, 저자가 평생 천착했던 ‘도덕철학체계’의 구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를 두 가지 질서로 나눠본다. 하나는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적 세계이며 다른 하나는 추론으로 알 수 있는 심층적 세계인데 이 두 세계는 복합 다층적이고 중첩적이며 상호작용한다. 이 중 심층적 세계야말로 사물 특유의 본질 또는 실재의 세계인데, 실재의 세계에서 작용하는 힘들이 경험적 세계를 움직인다. 이러한 방법론을 따라 스미스는 자신만의 도덕철학체계를 세운다. 이 체계는 ‘윤리학’, ‘법학’, ‘경제학’으로 구성되는데 각각 ‘사회(공동체)의 세계’, ‘법과 통치의 세계’, ‘경제의 세계’에 대응하며 이 세계들의 배후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이 책은 이 중 윤리학에 해당하는 저서로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내리는 도덕 판단의 배후 메커니즘을 추적하며 도덕철학체계 전반을 다룬다. 스미스가 교수로 있던 영국 글래스고대에서 「애덤 스미스의 형이상학과 과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광수 성균관대 교수가 번역했다. 스미스가 죽기 직전 대대적으로 수정 출간한 『도덕감정론』 제6판을 완역한 定本이다.

 

■ 음식윤리학: 모든 음식인을 위한 응용윤리, 김석신 지음, 궁리, 444쪽, 25,000원
음식으로 인한 위해 사건은 점점 더 종류가 다양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식품위생법 등 다양한 법규범이 있지만 법만으로는 통제에 한계가 있으며, 예방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윤리적 마인드가 필요한 이유다. 음식의 과학적·공학적 바탕에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접목한 새로운 지평의 강의와 연구를 시도하고 있는 식품공학자 김석신 교수는 ‘음식윤리’라는 독특한 분야를 개척해왔다. 그는 앞으로는 ‘음식인’에게 위생교육만 시킬 것이 아니라, 그보다 앞선 단계의 음식 윤리를 먼저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음식인’이란 음식을 만들고 팔고 먹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음식윤리(food ethics)’는 ‘음식에 대한 윤리적 고려’라고 정의되는 응용윤리의 한 종류다. 생명 자체였던 음식이 단순한 제품으로 소비되면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고 행복을 주어야 할 음식이 그 존재 이유를 자꾸 잃어버리고 있다. 음식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커진 만큼 음식윤리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음식윤리는 음식을 만들고, 팔고, 먹는 모든 사람, 음식인이 지켜야 할 도리인 것이다.    

 

■ 조선 후기 왕실재정과 서울상업, 조영준 지음, 소명출판, 365쪽, 27,000원
이 책은 조선 후기의 경제 구조에서 왕실재정과 서울 상업의 불가분성을 확인하고 강조한 첫 사례다. 수많은 도표와 그림 자료들을 통해, 재정과 시장의 상호 관련에 한층 접근했을 뿐만 아니라 왕실재정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이 책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서는 볼 수 없는 조선 후기 왕실의 경제 행위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서울대 규장각에 고스란히 남아 전하는 방대한 분량의 회계 장부를 속속들이 파헤친 결과,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던 왕실의 내밀한 살림살이에 도달할 수 있었다. 국가 재정 차원에서 면세의 혜택을 누리던 왕실의 경제생활은 토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원천으로부터의 수입에 기반해 다양한 물자를 구입해 소비하는 방식으로 영위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운영의 실무는 내시와 궁녀들에 의해 이뤄졌으며, 관료 또는 사대부의 접근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기관 안팎에서 조달에 참여해 활약한 다양한 책의 인물과, 조달의 각 단계별로 발행된 문서와 기록까지 파헤친 결과, 회계 장부의 작성 및 물자의 집중과 소비에 이르는 전체상이 복원됐다. 또한 왕실의 운영과 유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서울의 상인조직과 시장구조에 대해서도 새로운 차원의 실증적 이해가 가능해졌다.

 

■ 침묵의 나선: 사람들은 실수보다 고립을 더 두려워한다,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 지음, 김경숙 옮김, 사이, 448쪽, 18,000원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 의견에 속하면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내고, 소수 의견에 속하면 침묵한다.’는 이론이 바로 ‘침묵의 나선 이론’이다. 1965년 서독 총선에서 선거 전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는 현상을 목격한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면서 그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침묵의 나선 현상을 포착했다. 저자는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개인이 느끼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침묵의 나선은 간단히 말하자면, 상대의 견해가 다수 의견에 속한다고 여기면 소수 의견의 사람들은 고립에 대한 공포로 침묵하려 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수 의견은 나선의 바깥쪽으로 돌면서 점점 세가 커지는 반면, 소수 의견은 나선 안쪽으로 돌면서 세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립의 두려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어떤 의견과 행동양식이 승인되고 승인되지 않는지, 어떤 의견과 행동양식이 강세이거나 약세인지를 끊임없이 살피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 결과,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로부터 거부, 배척, 소외, 고립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견해가 다수 의견에 부합될 때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소수 의견일 때는 침묵하거나 혹은 승리가 예상되는 편에 동조한다는 것이다.

 

■ 10억 년 전으로의 시간 여행: 지질학자, 기록이 없는 시대의 한반도를 찾다, 최덕근 지음,휴머니스트, 224쪽, 14,000원
‘삼엽충을 요리하는’ 저자는 10억 년 전의 한반도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은 저자의 한반도 형성사와 관련한 지난 40여 년의 연구를 담고 있다. 한 지질학자의 연구를 통해 한반도의 역사는 물론 지질학자의 역할과 고뇌까지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인류의 역사를 알기 위해 문자와 그림을 해독하듯, 지질학자는 시간을 탐험하기 위해 암석에 남겨진 기록을 해독한다. 1억 년전 한반도 연구를 시작한 저자는 삼엽충을 만나 5억 년 전 우리나라의 땅덩이가 적도 부근에 위치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구 역사상 가장 혹독했던 빙하시대가 있었던 7억 년 전 지구를 추측하면서 21세기 첫 10년 동안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눈덩이 지구 가설’을 만나기도 한다. 10억 년 전, 지구상의 모든 땅덩어리가 모여 ‘로디니아(Rodinia)’라는 초대륙에서 한반도는 두 개의 땅덩이로 나뉘어 있었다는 이야기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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