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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문화운동 기수에 보내는 헌정
진보적 문화운동 기수에 보내는 헌정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3.02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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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내희 중앙대 교수 정년퇴임 기념출판회

진보적 문화운동과 학술운동에 헌신해온 강내희 중앙대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문화과학사에서 ‘강내희 선집’ 등 세 권의 책을 출간했다. ‘강내희 선집’이란 이름을 단 『인문학으로 사회변혁을 말하다』, 강 교수의 신작 저서 『길의 역사』, 그리고 그와 인연을 맺어온 동료, 후학, 제자 13명이 그에게 헌정한 글을 묶은 책, 『좌파가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 등이다. 문화과학사는 26일 YWCA 신관 5층에서 강내희 교수 정년퇴임 기념출판기념회를 열어, 척박한 문화운동 분야에 일찍부터 눈을 돌려 기틀을 다져온 강 교수를 기렸다.

문화이론·운동가로서의 강내희를 읽을 수 있는 곳은 단연 『인문학으로 사회변혁을 말하다』이다. 이 책 서문에서 강 교수는 “문학이 사회적 제도라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지배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 말로서, 그런 인식이 내가 영문학 연구자로마 남지 않고 문화연구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으면서 연구와 관심, 활동 범위를 넓히는 근본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강내희’는 <문화/과학>, 그리고 문화이론과 문화운동과 등격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강내희에게서 좀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한국의 지식생산을 지배하고 있는 대학과 분과학문 체제에 대해 나름의 비판적 의식을 가졌다는 데’ 있다.
그는 줄기차게 분과학문 체제에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그것은 “분업화에 기초한 지식생산 방식이며, 자본주의적 지식생산의 핵심 기제에 해당한다.” 그가 보기에 자신의 전공인 영문학을 포함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영역에 속한 다양한 분과학문들은 각기 나름의 학문적 정당성과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학문들을 분과학문 체제라는 ‘제도’로 묶어서 운영하는 관행은 극복해야할 문제점이었다. 『인문학으로 사회변혁을 말하다』는 그런 강내희의 평소 문제의식과 사유, 실천의 지향점 전체를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또 하나, 강내희 글쓰기에게서 독특한 부분이라 명명할 수 있는 게 그의 ‘에세이적 성찰’인데, 이러한 특성을 잘 드러내는 책이 『길의 역사: 직립 존재의 발자취』다. 길이라고 하면 흔히 ‘道’를 연상하기 쉽지만 강내희는 “내가 관심을 두는 것은 도 또는 이치로서의 길보다는 사람이 두 발로 딛고 걸어가는 구체적인 물리적인 길”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이런 ‘물리적인 길’ 위에서 벌어지는 온갖 삶의 편린들에 눈을 돌리면서, 더 나아가 ‘길의 물리적 형태’도 놓치려 하지 않는다. “형태가 행동을 유발하고 규정한다. (……) 길의 형태가 달랐다면 거기서 일어나는 사건들 또한 다른 방식으로 일어날 것이다.” 강내희 사유의 유감없는 특성을 보여주는 『길의 역사』를 그의 정년퇴임 즈음에 만난 것은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좌파가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은 ‘강내희 이론·운동’의 특성을 맥락화할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진보를 지향하지만 ‘진영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독자적 진보 그룹의 색깔을 형성했다. 고정갑희(한신대), 박영균(건국대), 서동진(계원조형예술대), 심광현(한예종), 오창은(중앙대), 이도흠(한양대), 이동연(한예종), 이명원(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이원재(문화연구자), 임춘성(목포대), 장성진(경상대), 천보선(진보교육연구소), 홍석만(주간 <워커스>편집장) 등 그와 얽힌 아카데미 안팎의 연구자·활동가들의 글 속에는 강내희의 목소리가 산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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