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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화가 야만으로 회귀했다 … 모든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한국의 문화가 야만으로 회귀했다 … 모든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16.03.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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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서울대 명예교수, 201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뉴 노멀’ 진단

 

교육의 내용과 제도를 개혁해 人材를 잘 길러서 고용을 늘리고, 가족을 복원해 國風을 바로 잡는 것을 뉴 노말 극복의 ‘패러다임’으로 삼아야 한다. 교육의 목적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은 돈을버는데 있는 것이 이 나라 人材를 기르는데 있다.
교육을 돈의 노예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지난 18일 서강대에서 열린 201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이튿날 행사에는 유독 한 세션이 눈길을 끌었다. ‘제5회 원로 석학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이었다. 강사는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한국국제경제학회 초대회장)였으며, 그의 연설 제목은 「우리의 뉴 노멀: 그 본질과 처방」이었다. 이론과 현장을 두루 거친 노학자의 강연이라 참석자들은 ‘내공이 느껴지는 묵직한 글’이었다는 평을 아끼지 않았다.
조순 명예교수의 기조연설 요지는 2008년 글로벌위기 이후 ‘뉴 노멀(New Normal)’은 사실은 거대한 애버노멀(비정상)이며, 그 뿌리는 미국부터 전후 국가경제를 다스리는 역대 정부의治道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더더욱 한국은 산업화를 지탱해온 기존의 경제통치방식은 시효가 다 됐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총체적으로 잘못됐다. 중소기업을 살리고, 교육부터 돈벌이 교육이 아니라 인재를 만드는 교육이 돼야 한다.
이날 기조연설을 귀담아 들었던 한 중진 경제학자는 “이런 발언은 기존 주류 경제학자들에게서 듣기 힘든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고 평하면서도, “참 안타까운 것은 기존의 산업화 패러다임을 뒷받침해 온 선생의 학문, 경제학 교재에 수용했던 패러다임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고 아쉬워했다.
다음은 이날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조연설을 발췌, 정리한 글이다.

뉴 노말의 생성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의 역사상 아주 특수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의 이름은 ‘뉴 노말’이다. 뉴 노말의 특징은 글로벌 경제의 모든 나라에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고부채 등의 상태가 정착돼 있고, 이에 대처할 방향은 어떤 나라도 아직 확실하게 잡지 못하고 있다. 이름은 ‘New Normal’이지만, 사실 이 시대에는 노말(normal)한 것은 없다. 지난 반세기 동안 연속적으로 일어난 애브노말(abnormal)한 사태가 만들어낸 애브노말한 시대가 오늘의 시대다.
한마디로 뉴 노말 시대는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의 시련기다. 미국이나 EU나, 뉴 노말의 문제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로부터 일어난 것이다. 정부의 실패원인은 어디에 있었는가. ‘정부의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지도자의 視界가 항상 눈앞의 득실만 보고 遠視的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보다 크게는 治道에 어긋나는 정부정책이 너무 오래 지속된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경제가 제대로 회복 될 날은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산 뉴 노말의 본질
한국경제는 한국 특유의 뉴 노말이 있다. 전과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이다. 과거의 세상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정부나, 기업이나, 국민이나 빨리 새로운 시대 ―‘국산 뉴 노말’― 의 본질을 알고 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관념은 거의 과거의 그것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을 봐도 거의 새로운 발상은 없다. 이 시대의 治道를 못 찾고 있는 것이다.
‘국산 뉴 노말’은 무엇을 말하는가. (1)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의 추락을 말한다. 최소한 4%라고 하던 성장잠재력은 해마다 떨어져서 작년의 성장률은 2%대로 떨어졌다. (2)정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3)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더욱 심해졌다. (4)국민의 風紀는 퇴락해서 인간으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패륜사건이 연속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의 질이 야만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나라의 品格, 즉 국격이 추락하고 있다.

뉴 노말 극복: 정부의 책임과 그 혁신
이런 ‘뉴 노말’의 참담한 양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본 원동력은 정부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舊殼을 벗어던지고 참신한 발상으로 전반적으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우선 정부 스스로가 달라져야 한다. 박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언급한대로 국가개조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심기일전해 국민을 상대로 治道에 따른 ‘정치’를 해야 한다. 새로운 발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지지를 받자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신뢰를 얻자면 국민의 이해를 얻어야 한다. 불신과 분열에 찌든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국민을 설득해 이해와 지지를 받고, 나아가서는 국민이 정부정책에 대한 기대를 걸도록 하게 만들어야 한다. 治道에 맞는 정치라면, 당장에 국민의 호응을 받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많은 시일과 인내가 필요한 문제다.

이탈리아의 속담에 ‘고기는 머리부터 썩는다’라는 말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이것이 부조리의 속성이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나라의 상층부분의 부조리의 그물(網)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아래로 내려 퍼지기는 쉽다. 국영기업체, 공공단체 등에 대한 인사, 특히 낙하산 인사가 가장 많은 부조리의 형태이다. 治道에 맞는 정부운영을 하자면 우선 이것부터 근절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뉴 노말은 대부분 지난 날, 특히 역대정부의, 근시안적인 관념의 결과이다. 우리는 개발연대의 성공으로 이룩한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 운동의 성공으로 일궈낸 대통령 직선제, 즉 ‘민주주의의 성취’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재벌 대기업만 잘 되면, 경제의 모든 다른 문제, 이를테면 중소기업의 부진, 소득과 부의 분배의 불균형, 인구 노령화 문제 등은 저절로 다 잘 풀린다고 속단했다. 경제와 민주주의만 잘 되면, 나라의 모든 다른 부문의 문제는 저절로 잘 해결된다고 속단했다. 역대정부가 대체로 비슷하게 治道에 어긋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끝내 ‘국산 뉴 노말’을 불러왔다.

국산 뉴노말 극복의 과제
우리의 뉴 노말을 극복하려면 구체적으로 국산 뉴 노말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해야 한다. 경제 분야와 경제외의 분야로 나눠서 논의하고자 한다. 경제 분야 뉴 노말의 장애요인은 다음 몇 가지다.
첫째, 경제발전에 불가결한 요인에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의 미약한 체질과 내수산업의 부진을 들 수 있다. 이 문제의 최선의 해결책은, 앞으로 우리의 젊은이들이 기술을 배워서 왕성한 창업정신을 발휘하는 데 있다. 
둘째, 대기업·중소기업을 불문하고 기업의 경쟁력―과학기술력 및 경영능력―의 혁신이 부족하다. 그 때문에 고용, 특히 청년 고용이 매우 부진하다. 과학 기술의 이노베이션이 보다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기업의 조직이나 제도도 시대의 흐름에 뒤지지 않게 혁신해야 한다. 우리의 대기업도 좀 더 적극적으로 기술혁신과 경영혁신을 일궈내야 한다. 
나라발전을 저해하는 장애요인은 경제외적 분야에서도 매우 심각하다. 한국의 정치, 교육, 사회, 문화 등이 모두 기능장애에 걸려 있다. 이것이 부메랑 효과를 가지고 와서, 지금은 경제의 기반조차도 짓누르고 있다. 우리의 治道를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이제는 엄청난 경제발전의 장애요인을 만들어냈다. 교육, 정치, 사회, 문화 등 나라의 기반이 되는 부문에 새로운 혁신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앞으로 경제발전의 동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혁신의 기본방향
(1) 중소기업은 경제의 기반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중소기업, 내수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경제의 기반이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가장 절실한 것은 기술을 갖춘 젊은이들의 활발한 창업이라고 나는 본다.
그렇게 하자면,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를 많이 설립하고, 좋은 교원을 확보해야 하며, 졸업생들을 수련하는 마스터도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 육성을 채소에 물주고, 거름 주듯 할 수는 없다. 젊은이에게 기술을 가르쳐서 창업할 용기를 가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날의 중소기업정책은 유명무실한 것이 많았다.
실패한 원인은 그 정책의 추진이 잘못돼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산하의 관련 기관이 자기들의 기준에 따라 선정한 ‘유망중소기업’에 대해, 자금을 융통해 주는 것이 정부지원의 거의 전부였다. 중소기업의 전통이 없는 나라에서 이런 ‘정책’을 쓰는 것은, 문서에만 남고 실체가 없는 처음부터 성공하기를 바라기 어려운 ‘육성정책’이었다.

지금과 같은 정보화시대, 지식기반을 가진 수준 높은 기술 시대에는 상당한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구비한 젊은 사람이 중소기업을 창업하지 않고는, 중소기업은 성공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하자면 많은 분야의 과학기술을 익히고, 연구·실험하는 실리콘 밸리나, 중국의 中關村같은 곳이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진정한 첨단 기술이 나와야 하고, 세계를 상대로 운영하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중소기업의 육성은 과거 대기업 육성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십분 인식해야 한다.
 

(2) 경제외적인 ‘나라의 기반’에 대한 정책
정치, 교육, 사회, 문화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상론할 겨를이 없다. 여기에서는 나라의 기반인 교육에 관해, 개괄적으로 개혁의 기본방향만 제시하고자 한다,
나는 앞으로 우리나라는 경제를 비롯해 모든 국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경제, 교육, 정치, 사회, 문화 등 국가 정책을 제쳐놓고, GDP와 수출의 증가를 나라의 최고목표로 삼아왔다. 국민도 그것을 기준으로 정부의 업적을 평가하였다. 교육은 한때 ‘제2의 경제’라고 불렀다. 이런 반지성적이고 治道에 어긋나는 정책이 우리의 뉴 노말을 불러왔다. 이런 정책이 쌓이고 굳어져서 우리의 후진을 ‘인간절벽’ 위에 서게 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3포’ ‘5포’ ‘N포’를 포기해 연애, 결혼, 출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을 아낄 줄 모르고, 나라의 기반을 만드는 교육은 교육부 공무원에 일임해, 분별없이 4년제 대학을 대량 인가해,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고급’인력의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 한글 전용을 폐지해, 漢字를 마음대로 배우고 쓰도록 해야 한다. 학교의 평준화를 폐지해, 학교지원을 자유화해야 한다. 대학의 학사운영은 대학에 일임해야 한다. 기업 운영은 기업에 맡겨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학운영은 교육자에 일임해야, 나라의 지성이 향상된다. 이것이 학문에 관한 治道다.
교육의 내용과 제도를 개혁해 人材를 잘 길러서 고용을 늘리고, 가족을 복원해 國風을 바로 잡는 것을 뉴 노말 극복의 ‘패러다임’으로 삼아야 한다. 교육의 목적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은 돈을 버는데 있는 것이 이 나라 人材를 기르는데 있다. 교육을 돈의 노예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人材라는 말의 뜻을 바로 알아야 한다. 인재라는 말은 ‘유명한 인물’, ‘높은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일이든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인물,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인물을 말한다. 장차관, 국회의원, 판검사 등은 물론이고, 청소부, 아파트 수위, 지하철 역무원 등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똑바로 해내는 사람은 다 人材다.

사회는 장차관 못지않게 청소부, 역무원을 필요로 한다. 그런 의미의 人材를 기르는 것, 사람의 덕성, 책임의식, 감성을 높이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하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경제 발전의 목적이 돼야 한다. 정치를 잘해, 국민의 정치의식을 높여서 그들의 선택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정치의 목표여야 한다.
사람을 위주로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가진 정부가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정책을 운영하는 것, 이것이 동서고금의 모든  나라의 성쇠의 관건이었다. 지금의 자본주의 문명이 추락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 문명의 가치관이 돈만 알고, 사람에 대해서는 거의 전혀 배려를 하지 않는데 있다. 개인의 생활은 그 사람의 책임이지, 국가가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종전의 자본주의의 이념, 이것은 이제 어떤 나라에도 타당성이 없다.

어떤 나라 어떤 문명이든 그것이 활력을 유지하자면, 인간의 높은 이상과 왕성한 활동을 유도하는 길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그리고 문화의 퇴락도 정상화돼야 한다. 이에 대한 논의는 생략한다. 필요한 것은 治道를 아는 정부의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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