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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에 대처하는 한 방법
슬럼프에 대처하는 한 방법
  • 최우리 울산대 학술연구교수·기업경영연구소
  • 승인 2016.02.29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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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최우리 울산대 학술연구교수·기업경영연구소

나는 마케팅 분야 서비스접점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행하는 소비자들의 감정과 그로 인한 전반적인 서비스 경험 만족도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가 왕이다’라는 표현을 온갖 서비스업종에서 활용하고 있었으나 과유불급이었다.

‘소비자 갑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면서 소수의 블랙슈머들이 최근 수년 동안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엔 서비스접점의 양 당사자인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의 균형 잡힌 감정관리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박사학위논문을 소비자 참여와 관련한 주제로 시작하면서 연구 범위를 조금씩 확장해 소비자와 종업원 양자의 감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종업원의 직무만족, 직무성과 등과 관련한 변수들은 인사조직 분야나 심리학 분야의 변수들을 접목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다 많은 학문들 간의 융합이 필요하다.

이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사회학, 심리학, 조직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도 서비스접점에서 참여(CP)를 하는 소비자와 조직시민행동(OCB)를 적극적으로 하는 서비스 제공자들의 균형 잡힌 감정 관리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학제 간 연구로 확대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의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 트렌드가 학제 간의 연구를 요구하기도 한다.

실험 연구가 아니더라도 연구는 늘 막힘이 있기 마련이다. 설문조사도 변수별로 흐름을 정리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마련이고, 충분한 조사를 토대로 설문지를 디자인해도 실증 분석 결과가 연구자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안 나오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고비가 찾아와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늘 결과 향상만 고민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한다. 24살에 대학원에 들어와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을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고민을 반복하지만 정답은 여전히 찾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지난해 지도교수님의 권유로 학문후속세대 학술연구교수에 지원했으나 준비가 덜 된 탓에 선정되지 못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선정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을 땐 모든 의욕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받아들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학생들에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나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1년을 다시 준비해서 학술연구교수에 지원했고 두 번 만에 기회를 잡았다. 그날 그 기분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너무나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항상 의무적으로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연구 성과가 더뎌진다는 걸 스스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 가장 막막하단 것을 알게 됐다. 그 순간이 어쩌면 가장 긴 슬럼프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연구교수로 선정되기 직전 슬럼프에 빠져 있었는데 자연스레 벗어난 계기가 됐다.

자리 잡지 못한 모든 비정규직 강사들은 서로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고민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으나 딱히 방법도 없었기에 고민은 늘 정답 없이 시간만 지나간 것 같다. 반년이 지나 가버렸지만 아직 2년 반이라는 제법 긴 시간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간이 주어졌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기를 스스로 간절하게 바란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학문후속세대들에게도 많은 난관에 끝없이 도전하면서 후회 없이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잡길 바란다.

 

최우리 울산대 학술연구교수·기업경영연구소
소비자행동 분야로 울산대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소비자 참여 행동과 관련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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