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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보다 공급 많은 평생교육, 일반대 뛰어들면 왜곡된다”
“수요보다 공급 많은 평생교육, 일반대 뛰어들면 왜곡된다”
  • 이재 기자
  • 승인 2016.02.29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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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평단사업’ 보면서 시름 깊어진 사이버대

교육부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평단사업)이 본격적인 선정작업에 돌입하면서 사이버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평단사업은 최대 200명 규모의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치한 4년제 일반대을 8곳 선정해 약 35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학령기 인구를 대상으로 구성됐던 대학의 정규교육과정에 선취업 후진학자 등 직업교육이 필요한 세대를 포함시키는 사업이다. 평생교육원 등에서 진행됐던 자격증과정이나 재취업 교육과정 등을 정규 학과로 승격시키도록 한 것이 골자다.

평생교육 팽창기 끝났다 …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전국 21개 사이버대 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협의회(원대협)은 이 사업이 그간 사이버대와 전문대학, 학점은행 등이 나눠 맡아온 평생교육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철 원대협 사무국장은 “이미 고등교육을 통한 평생교육 수요는 줄어드는 추세”라며 “평생교육을 원하는 사람은 줄고 있는데 공급처만 늘리면 교육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원대협이 지난해 교육부에 제출한 ‘교육부 평생교육 단과대학 추진계획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 정책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평생교육 학습자 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 2010년 2천702만명이었던 평생교육 학습자 수는 2011년 2천892만명에 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 1천761만명, 2013년 1천826만명, 2014년 1천291만명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원대협 측은 “평생교육 도입 초기 수요를 형성했던 저학력자들의 학력취득욕구는 거의 충족됐다. 평생교육시장은 팽창하는 블루오션이 아니라 경쟁이 치열해진 레드오션”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고학력화와 함께 다양한 공개강좌로 평생교육기관은 증가한 반면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한 ‘한국형 무크(Korean Massive Online Open Course)’ 등도 평생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평생교육기관의 확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평생교육기관은 3천591곳에서 4천342곳까지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298곳이던 사업장 부설 평생교육기관이 392곳까지 확대됐고, 시민사회단체와 언론기관이 부설한 평생교육기관도 각각 386곳에서 556곳, 203곳에서 1천38곳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김영철 사무국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평생교육시장에 일반대까지 밀어넣는 것은 평생교육 자체에 대한 교육부의 몰이해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대협 “상호주의 원칙 지켜달라” 온라인 강의 규제 요청

평단사업의 수업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평단사업은 평생교육 학습자에 대한 ‘친화적’인 수업환경 구축이 목적이다. 이 때문에 사이버대들은 4년제 일반대가 적극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평단사업을 기점으로 사이버대가 구축해온 온라인 고등교육의 영역을 4년제 일반대가 침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철 사무국장은 “사이버대는 효율적 강의를 위해 오프라인 강의를 도입하고 싶어도 20%로 제한돼 효율적인 블렌디드러닝 설계에 어려움이 크다. 그러나 평단사업은 반대로 온라인 강의에 대한 규제가 없어 사실상 자유롭게 온라인 강의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2015년 사이버대학 학사편람에 따르면 사이버대의 출석수업은 총 수업 중 20% 이내로 실시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제해놨다. 그러나 반대로 일반대의 경우 온라인 수업 비율에 대한 제한이 없다.

박동진 국제사이버대 교수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일반대의 온라인 수업비율을 20%로 정해 시행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의 비율이 확대될 경우 사이버대는 역차별을 받는 상황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온라인 강의에 사이버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간 온라인 강의에 대한 교육부의 규제가 강력했기 때문이다. 학사편람 등을 통해 사이버대는 출석수업을 최소한으로 운영하도록 규정한 것도 일반대의 교육영역을 지키기 위한 규제로 해석된다. 또 교육부는 온라인 강의를 규제하기 위해 지난 2013년 3월 ‘원격교육 설비 기준 고시’를 통해 사이버대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원격교육 설비를 고시한 바도 있다. 사이버대의 학사관리가 허술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소한의 질을 보장할 장치를 갖춘 것이다. 이 때문에 사이버대들은 교육부가 평단사업을 도입할 경우 일반대 역시 온라인 강의 비율을 제한해 사이버대의 교육영역을 보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강의를 허용할 경우 설비 기준 고시에 따른 같은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올해 사이버대 예산 ‘0원’ … 고질적 차별에 반감 커져

사이버대의 불만은 오랫동안 지속된 정책적 차별이 키워온 문제다. 윤병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지난해 예산심의과정에서 사이버대는 고등교육기관이 아니라며 에산이 삭감돼 한푼도 못받게 됐다”며 “사이버대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다”고 털어놨다.

2001년경 9개 대학이던 사이버대 수는 이듬해 15개로 크게 늘어났고 2012년 21개로 늘었다. 이 사이 입학정원은 5천600명에서 3만2천425명으로 확대됐고, 재학생 수도 6천220명에서 9만6천118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교육부 내에서 여전히 사이버대 전담기구는 이러닝과 한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4년제 일반대가 국립과 사립으로 나뉘어 전담부서가 설치돼 있고, 전문대학 역시 전문대학정책과가 별도로 분리돼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김영철 사무국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나 한국전문대학협의회 등 성격이 다른 대학협의체가 법적기구인데 반해 원대협은 10여년간 사단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이버대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미진해 국회통과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원대협은 올 하반기 20대 국회의 개원에 맞춰 사이버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교육문제를 논의할 ‘국회 미래포럼’을 계획하고 있다. 포럼 창립을 위해 지난 24일 첫 회의를 개최한 원대협은 △미래교육과 사이버대학의 교육 국제화 △사이버대학 제도개선 법안정비 △사이버대학 무크(MOOC) △청년실업 및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이버대학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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