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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지위’ ‘재정지원’ 원한 대학
국립대 재정지출 감축 바란 정부
‘특권지위’ ‘재정지원’ 원한 대학
국립대 재정지출 감축 바란 정부
  • 이재 기자
  • 승인 2016.02.24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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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합’에 그치고 만 국립대 법인화
▲ 지난 19일 서울대 정문의 모습.(사진= 이재 기자)

정치적인 목적에 등 떠밀려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된 서울대와 인천대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두 대학 모두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을 딛고 법인전환을 이뤄냈지만 당초 목적했던 자율성과 재정독립은 요원한 상황이다. 도리어 교육부가 국립대를 지원하도록 이끌었던 ‘공공성’마저 약화되면서 약 5년이 흐른 지금, 이미 대학 내부에서는 ‘국립대로 돌아가자’는 한탄이 새어나올 정도다.

서울대와 인천대가 법인화 이후 마주한 현실은 판이하게 달랐다. 정부출연금이 기존에도 가장 많았던 서울대는 여전히 막대한 금액의 정부출연금을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한해에만 운영보조비로 4천373억원을 받았다. 서울대 법인회계 예산 총액인 7천803억원의 절반을 웃도는 수치다.

인천대는 사정이 다르다. 교육부로부터 성과관리사업비 명목으로 244억원을 지원 받는 것이 전부다. 이 금액은 서울대가 받는 돈과 달리 정해진 용도로만 쓸 수 있어 사실상 인천대 재정에 큰 도움은 안된다. 반면 인천광역시가 인천대에 대한 재정부담을 지기로 했지만 이 역시 인천시의 재정상황이 녹록치 않아 매년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상황 이면에는 두 대학의 법인화 당시의 정치적 그림자 짙게 배어 있다.

서울대 구성원 대다수가 반발했던 서울대는 정치적인 목적이 크게 개입된 법인화다. 당시 국립대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인건비 등 재정지출을 아끼려 했던 교육부의 목적과 서울대의 ‘특권화’를 바랐던 서울대 일부 구성원들의 ‘엘리트 정서’가 손을 잡았다. 특권적 지위를 수립하고자 했던 서울대의 목적은 2009년 서울대 법인화위원회의 연구보고서에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서울대의 목적을 “‘겨레의 대학’으로서 민족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나아가 ‘세계의 대학’으로서 인류 공존공영의 정신으로 세계를 선도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세계 10위권 초일류 대학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히며 “21세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창의성, 다양성, 순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학의 완전 자율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서울대의 설립자인 국가는 계속해서 서울대학법인에 재정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의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했던 한 교수는 “당초부터 자생적인 재정부담 노력은 경시한 채 특권지위를 인정 받기 위한 법인화였다”며 “지금처럼 재정불안정성이 커진다면 종국엔 기업가에 손을 내미는 모습을 연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천대는 학교법인 선인학원 당시 부정부패 대학으로 악명을 떨쳤던 과거를 청산하는 데서 법인화 논의가 출발했다. 당초 사립대로 설립된 인천대는 인천광역시의 품에 안기며 시립대로 전환되기도 했으나 국립대 설치를 바랐던 학내 구성원과 시민들의 여론에 힘입어 가장 먼저 법인화 대학이 됐다.

그러나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법인화가 졸속으로 추진되며 인천시·교육부와 잦은 마찰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인천대 역시 인천시나 교육부를 통한 재정지원을 가장 강조했다. 대학본부나 이사회 차원의 자체적인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발전기금 확충 등 불확실하고 소극적인 대책을 내세우는 데 그쳤다.

▲ 인천대의 모습.(사진= 최성욱 기자)

두 대학의 재정부담 합의를 보면 국립대 법인화 정책 자체의 딜레마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설치된 국립대가 학사운영 등의 자율성을 목적으로 법인화를 단행했을 경우 교육부로서는 더 이상 법인화된 국립대에 재정을 부담할 동기가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사립대마저도 수익사업에 활발히 나서지 못하는 국내 환경에서 국립대 법인이 재정적인 자립을 이루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또 다른 지적도 있다. 애초에 국립대 법인이라고 해서 재정적 자립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육의 공공성이 더욱 확대돼야 하는 시점인데 국립대를 법인화해서 재정부담을 줄이겠다는 정책 자체가 문제다. 서울대와 인천대 모두 정치적인 배경에 따라 법인화를 결정했지만 국립대에 대한 국가적 책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3년 서울대의 법인화 이후 문제를 진단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초 국립대 구성원들이 법인화를 반대한 것은 정부가 법인화를 통해 국립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국립대학을 늘려야 한다. 국립대 법인화는 이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지출을 줄이려던 교육부의 ‘꼼수’가 고등교육의 후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최갑수 서울대 교수는 “법인화 전환 뒤 약 5년이 흐른 뒤 끊임없이 ‘국립대 회귀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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