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5:50 (금)
“자율성도 없고 지원도 불안하면 차라리 국립대로 돌아가자”
“자율성도 없고 지원도 불안하면 차라리 국립대로 돌아가자”
  • 이재 기자
  • 승인 2016.02.24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자리걸음만 반복한 서울대 법인화 5년
▲ 지난 2012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 서울대. 그러나 법인화 뒤 5년 동안 재정규모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자율성은 도리어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립대로 돌아갈 수 없느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대 정문의 모습.(사진= 이재 기자)

“법인화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법인화 이후 재정적인 불안정성은 커진 반면 정작 자율성은 똑같거나 이전보다 못해졌기 때문이다.”

서울대 한 교수의 말이다. 서울대는 지난 2012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국립대로서 지고 있던 각종 규제의 사슬을 끊고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시도였다. 그러나 약 5년이 흐른 지금, 서울대의 표정은 어둡다.

문제는 재정이다. 법인화 전환 이후 서울대의 한해 법인회계 예산 규모는 약7천700~800억원이다. 여기에1천800억원 상당의 발전기금 규모를 더하면 서울대는 한해 1조원 상당의 재정규모를 자랑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세입원은 정부다. 서울대 법인화 뒤 운영경비를 보조하는 목적으로 교육부가 매년 보조하는 예산은 2013년 3천697억원에서 지난해 4천373억원까지 늘었다. 두 번째로 큰 세입원인 등록금 수입이 같은 기간 1천843억원에서 1천857억원으로 제자리걸음하는 동안 정부출연금만 수직상승한 셈이다. 

세 번째로 큰 규모로 나타나는 게 수입대체경비다. 2013년 878억원이던 수입대체경비는 이듬해 1천20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 2015년에도 1천90억원이나 됐다. 이 수입은 공개강좌와 법인재산활용 등 125개 사업 수입금이다.

같은 기간 발전기금은 2013년 1천462억원에서 2014년 1천831억원으로 약 400억원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큰 변동이 없었다. 이 같은 증가는 같은 기간 628억원에서 943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기부금 수입이 가장 큰 요인이 됐지만 이듬해인 2015년 673억원으로 급감하는 등 불안정성이 컸다.

정우성 서울대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재정적으로 법인화 이전과 큰 변화가 없다. 당시 지도부들은 발전기금이 대폭 늘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외부 기업이 보기에 국립대나 국립대 법인이나 차이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신 정부예속성은 강화됐다. 법인으로 전환한 뒤 종전의 국립대와 달리 교육부에 예산을 신청하는 구조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당초 서울대는 다른 국립대와 함께 교육부 지원금을 나눠받아 왔지만 법인화 전환 뒤에는 별도의 시기에 교육부에 예산안을 제출해 심사를 받는다. 이후 정부출연금 예산요구서를 전달하는 시기도 별도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일반 국립대의 경우 공공기관의 성격에 따라 지출의 타당성을 따지는 반면 서울대는 사업의 타당성과 함께 사업의 정당성까지 교육부에 의해 심사를 받는 식으로 구조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국립대 시절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지출도 생겼다. 법인세다. 서울대가 공공기관으로 분류됐던 과거와 달리 법인으로 독립한 지금, 서울대는 매년 법인세 납부를 비롯해 생소한 세금관련 업무가 폭증하고 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직접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법인화 전환 당시 마무리를 짓지 못했던 국유재산의 양수문제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서울대는 현재 지리산과 백운산 일대에 조성된 학술림을 무상으로 양수 받기 위해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서울대 한 교수는 “서울대가 학술림을 양수받으려 한 것은 국유재산을 수익자산으로 만들려 했던 시도지만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대는 지난 2014년 180억원의 당기운영차액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이전에도 이미 217억원의 손실을 낸 서울대다. 서울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금액은 국유물품의 양수 뒤 발생한 감가상각비, 즉 운영비를 예산에 반영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실손실액은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양수물품과 재산이 늘어남에 따라 예산 규모가 커질 전망이지만, 이에 대처할 서울대의 재정적인 자립능력이 전무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 교수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돈줄만 바라봐야 하는 서울대로서는 정부에 자율성은커녕 예속성만 늘어나고 있다. 대학본부 내에서 이미 사적인 경로를 통해 법인화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규제는 더 많아지고 돈을 벌 방법은 없으니 차라리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